거스 히딩크
한국을 방문한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26일 서울시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의 주최로 진행된 팬과의 대화시간을 마친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에 올려놨던 거스 히딩크(70) 감독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르는 시기에 이뤄진 방한이라 대표팀을 이끌고 전무후무한 업적을 남긴 히딩크 감독의 방한에 이목이 쏠렸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을 두 번 하라면 못할 것”이라고 웃으면서 현 대표팀에 응원을 보냈다.

히딩크 감독은 26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축구팬과 만났다.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이 사전 신청을 받아 대화의 시간에 참여할 20명 가량의 축구팬을 선별해 만든 자리였다. 1시간 30분여 이어진 대화의 자리에서 히딩크 감독은 과거 자신이 대표팀을 맡았던 때의 이야기들을 꺼내놨다. 그는 “한국 대표팀을 맡을 당시 세계무대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한국 선수들을 선발해야 했다. 나는 선수들이 가진 개인기술 피지컬 멘털 등 다방면의 재능을 팀으로서의 경기력으로 전환하는 일종의 통역사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기기는 했지만 매우 힘들었다. 내가 당시 거둔 성과를 재현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거스 히딩크
한국을 방문한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26일 서울시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의 주최로 열린 팬과의 대화시간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어려운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히딩크 감독은 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 응원을 보냈다. “경기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혹 지기라도 하면 감독으로서는 기분이 많이 안좋다”고 말을 꺼낸 그는 “선수들의 실력이 좋아졌다. 자신감을 갖고 선수들을 격려하면서 헤쳐나간다면 반드시 최종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한국은 이미 이전 여러번의 경험을 통해 그럴만한 실력과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냈다”고 말했다. 우회적이기는 했지만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조언을 건넸다. 그는 “과거 한국 선수들은 엄격한 위계질서에 눌려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어린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는데 두려움을 갖게 만드는 문화였다. 주눅들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도록 선수들에게 강조했다”면서 “하지만 그 안에서도 ‘리스펙트’(존중)를 잊어서는 안된다. 서양의 문화는 서로 존중하면서 자신을 표현하고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도록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손흥민 등 한국선수들이 불만을 표한 장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야기는 할 것이 없다”고 덧붙였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최근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불만표출에 대해 일침을 가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지적이었다.

마르코 뤼터 네덜란드 총리및 경제사절단과 함께 방한한 히딩크 감독은 총리와 일정 외에도 2002년 월드컵 멤버들이 안성시에 기증한 풋살 돔구장에 방문하는 등 거스히딩크재단이 국내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관련 일정도 소화한 뒤 다음달 6일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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