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박태환, 발걸음이 무거워..
400M 자유형에 출전한 박태환 선수가 5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수영장에서 경기 후 수영장을 나서고 있다. /2016.8.5/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M

[리우=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설마가 현실이 됐다.

박태환(27)의 극적인 부활은 없었다. 오히려 예선탈락으로 충격을 던졌다. 그는 7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3분45초63을 기록, 전체 50명 가운데 10위를 차지하며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박태환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거는 등 자유형 400m를 분신처럼 여겼다. 국제수영연맹(FINA) 도핑 징계, 대한체육회와 법적 분쟁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장 중점을 두며 담금질한 종목이었으나 예선 탈락으로 끝내 고개를 숙였다. 8일 열린 자유형 200m에선 1분48초06을 기록, 참가자 총 47명 중 29등에 그치면서 상위 16명에 주어지는 준결승 티켓도 손에 넣지 못했다.

박태환은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올시즌 세계 6위에 해당하는 3분44초26을 기록하며 건재를 알렸다. 그러나 지난달 1일 리우 올림픽 리허설 성격으로 치른 호주대회에서 3분49초18이란 극도의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메달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다. 일각에선 결승행도 불투명하다는 견해까지 제기할 정도였다. 박태환측이나 수영 관계자들은 “실전 경험 부족을 위해 치른 대회일 뿐 기록은 신경쓸 일이 아니다”고 반박했으나 실제 결과는 아니었다. 라이벌 쑨양(중국)과 코너 재거(미국) 라이언 코크레인(캐나다) 등 노장들과 함께 전체 7조 중 6조에 속해 레이스를 펼친 박태환은 초반 50m를 26초13으로 통과해 1위를 달렸으나 이후부터 3~5위를 오간 끝에 6조 4위로 마무리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전체 5위를 달리고 있어 결승행 희망이 있었으나 맨 마지막 조인 7조 선수들이 대거 좋은 기록을 내면서 10위로 쭉 미끄러졌다. 200m에선 맨 마지막 6조에서 레이스를 펼쳤으나 초반부터 뒤로 처진 끝에 조에서 꼴찌를 했다.

훈련 및 실전 경험 부족이 박태환의 발목을 잡은 첫 요인이다. 그는 지난 2014년 9월 도핑 양성 반응을 보여 1년6개월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때 스승 노민상 감독이 여는 수영교실에 선수로 등록해 연습하고 일본 전지훈련도 진행했으나 징계 이전처럼 충분한 연습을 하지 못했다. 지난 3월 징계에서 풀린 뒤엔 대한체육회와 리우 올림픽 출전 자격을 놓고 소송을 벌이면서 심리적,육체적으로 흔들렸다. 리우에 오기 전 미국에서 2주 전지훈련을 하며 승부수를 걸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날 박태환의 레이스는 전체적으로 실망스러웠다. 영리한 레이스 운영과 막판 스퍼트 등 박태환다운 모습이 하나도 나타나질 않았다. 그는 예선탈락을 확인한 뒤 “2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을 뛰고 오랜 기간 큰 경기를 하지 못했다. 어렵게 기회를 얻었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이번 대회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참가한 노 감독도 “4년을 준비해도 부족한 올림픽 아니냐”며 제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훈련 부족이 모든 것을 말해줄 순 없다. 20대 젊은 선수들의 상승세는 20대 후반에 접어든 박태환이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는 이유가 됐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선 박태환과 쑨양이 양자 구도를 형성했고 결국 둘이 금·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이번 대회에선 맥 호튼(호주)와 가브리엘레 데티(이탈리아) 제임스 가이(영국) 요르단 포테인(프랑스) 등 20대 초반 선수들이 대거 가세해 양자 구도를 깨트렸다. 뚜껑을 열고보니 신예들의 분전이 대단했다. 예선에서 전체 2위를 차지한 호튼은 결승에서 3분41초55란 올시즌 최고 기록으로 쑨양(3분41초68)을 밀어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명에 가까운 데티도 3분43초49로 동메달을 챙겼다. 가이와 포테인도 모두 결승에 진출했다. 박태환도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순 없었다. 자유형 200m에서 아예 해보지도 못하고 탈락한 것이 이제 그의 전성기가 꽤 지났음을 의미한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 자유형 100·200·400·1500m 등 4종목에 출전한다. 그러나 100m와 1500m의 경우 그의 주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입상은 물론 준결승이나 결승 진출도 아주 어렵게 됐다. 100·1500m 세계랭킹도 30위권 밖이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 예선을 마친 뒤 “수영을 여기서 접을 게 아니기 때문에…”라며 재기 의지를 살짝 드러냈다. 이번 대회 남은 두 종목 성적과 함께 향후 그의 행보가 다시 주목받을 전망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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