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301010000703
현대백화점 미아점 식품관에서 판매한 두부완자 제품에서 달팽이와 달팽이 배설물로 보이는 이물질이 발견돼 빈축을 사고 있다.

[스포츠서울 임홍규기자]현대백화점(회장 정지선)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두부완자 제품에서 달팽이와 달팽이 배설물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와 빈축을 사고 있다. 생일상을 준비하기 위해 제품을 개봉하다, 살아있는 달팽이를 발견한 소비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기에 현대백화점의 안이한 대응이 더해지면서 온 가족이 즐거워야할 생일은 악몽으로 변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조하는 백화점 식품관의 식품 위생 관리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현대백화점 정지선3
현대백화점 그룹 정지선 회장.

◇두부완자에 달팽이와 배설물이?

박모(38·여)씨는 지난 1일 오전 11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내 지하 1층 현대식품관에서 완자두부를 구입했다. 유통 기간은 2일로 그날 생산된 제품. 박 모씨는 그날 생일을 맞은 남편을 위해 몇 가지 식재료를 현대 식품관에서 구입했는데, 완자 두부도 그 중에 하나였다. 전을 부치려고 완자 두부를 개봉한 순간, 박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안에 거뭇한 색깔의 무엇인가 꿈틀꿈틀거렸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머리 끝에 더듬이 두 개가 달린 달팽이였다. 기어다니는 달팽이 주변에는 달팽이의 배설물로 보이는 검은 반점들도 보였다. 무심코 전을 만들었다면 달팽이와 그 배설물까지 먹을 뻔한 셈이다.

2016070301010000702

현대백 달팽이21
현대백화점 미아점에서 판매한 두부완자 제품에서 달팽이와 달팽이 배설물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와 빈축을 사고 있다.

◇항의하자, 협력업체 직원이…

현대백화점의 대응은 박씨의 악몽을 완성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날 오후 7시 현대백화점측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자, “우리가 다시 전화를 걸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뒤에 전화를 건 현대백화점 미아점 야채담당 판매책임자는 “백화점에서 직접 만드는 제품이라 더 신경썼어야 했다”면서 “최선을 다해 청결을 유지하겠다”며 사과했다. 이어 “직접 가서 환불 처리 하고 철수하겠다. 주소 알려달라. 도착하면 연락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시간 뒤, 찾아온 담당자는 현대백화점 직원이 아닌 식품관에 입점에 있는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이 직원은 “부추가 세척이 덜돼 달팽이가 들어간거 같다”라고 해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가 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마감 시간 때문”이라며 “와서 확인했으니 가서 상황보고 하고 조치 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대백 두부완자1
유통 기간은 2일로 표기되어 당일 생산된 제품임을 알수있다.

결국 담당자 통화와 직원을 기다리는 2시간 동안 박씨 가족의 생일 저녁은 엉망이 됐다. 박씨는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가까운 마트가 아닌 현대백화점까지 간 것은 현대백화점 이름을 보고 간 것”이라며 “1년에 딱 한번 오는 날을 망쳤다”고 분통을 떠뜨렸다. 이어 “협력업체 사람이 찾아온 걸 보고 백화점 내의 또다른 갑을 관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미아점 식품관에 입점해 있는 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입점 업체 관계자가 먼저 대응을 한 것”이라며 “초반 대응이 다소 미숙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화점에서 직접 찾아가 사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百, 위생관리 강화 ‘공염불’

백화점 식품관은 최근 백화점 업계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매장이다. 시장 포화와 이에 따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른 매장의 경우 성장률이 정체 혹은 소폭 상승세에 그치고 있지만 식품관의 경우 평균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차별화를 꾀하기도 쉽다는 점도 백화점의 식품관 투자를 이끌고 있는 배경 중 하나다. 하지만 고객이 늘고 식품관 규모에 커질수록 식품 안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현대백화점은 지난 5월 전국 15개 백화점과 4개 아울렛에서 ‘하절기 위생관리 프로그램’을 한층 강화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의 경우 ‘고위험 식품군’의 판매 중단 제품을 확대하고 변질 우려가 있는 김밥, 샌드위치, 생과일주스 등은 판매시간을 기존 4시간에서 3시간으로 1시간 단축하는 등 식품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번 달팽이 혼입 사건으로 현대백화점 위생관리 프로그램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고 말았다.

hong7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