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한화 송광민, 역전 투런 홈런도 보람없이...
송광민 등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18일 청주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진행된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6-11로 패한 뒤 홈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청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화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시즌 초반 나타난 문제들이 다시 드러났다. 구단 안팎에서는 “안정적인 전력이 아니라 어쩔수 없다. 그래도 저력이 있으니 이대로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심도있게 재논의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가 처한 가장 큰 딜레마는 ‘600억 원을 투자했다’는 사실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프리에이전트(FA)를 대거 영입해 ‘무조건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구단 전체를 감싸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인은 “구장 개보수비용까지 합치면 2013년부터 엄청난 액수를 투자했다. 선수 영입 비용도 만만치 않고 이 과정에 젊은 유망주들이 유출됐다. 이런 상황에 리빌딩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큰 부담일 것이다. 우선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야구인은 “투자대비 결실이 없으니 구단도 답답할 것이다. 장기비전을 갖고 계획적으로 움직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 년간 하위권에 머문 팀인데 여전히 선수들의 기량은 바닥권이다. 스카우트 시스템부터 구단 운영시스템까지 산재된 문제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SS포토] 무거운 어깨를 늘어뜨린 장민재...뭐가 잘못됐을까...?
환화 이글스 장민재가 19일 청주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진행된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2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실점이 불어나자 아쉬운 뒷모습을 보이며 마운드에 올라가고 있다. 청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정근우 이용규와 ‘출루머신‘ 김태균 정도를 제외하면 스스로 경기를 풀어갈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모습이 자주 비친다. 팀 밸런스가 좋을 때는 이런 문제들이 감춰져 있지만 공수 한쪽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도미노처럼 각종 문제들이 베일을 벗는다. 지난 19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넥센과 정규시즌 홈경기를 앞두고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니 ‘9이닝 경기를 하는 게 신기하다’ 싶을 정도였다. 이날은 불혹의 베테랑 투수 박정진이 무려 13년 만에 선발로 나설 만큼 투수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경기 중반 이후 승부처 때 투입될 대타나 대수비, 대주자 등 교체멤버도 특출난 장기가 없어 보였다. 이날 상대 벤치를 지키고 있던 넥센 채태인은 ‘누상에 주자가 모여있을 때 무서운 타자’라는 이미지라도 있는데 한화 선수들은 개인별 특성이 보이지 않았다.

어깨가 약한 외야수들은 큰 타구가 나왔을 때를 대비해 지나치게 후진수비를 펼치다 빗맞은 안타를 수 차례 내주고 흐름을 넘겨주기 일쑤다. 하위타순은 전략없이 타석에 들어갔고, 수비는 상대 기동력에 농락당했다. 주로 백업 멤버로 뛰던 선수들은 실책 하나에 위축된 표정을 여과없이 드러냈고 투수들은 스트라이크 던지기에 급급해 타자와 싸우지 못했다. 이른바 ‘600억 원’에 가려진 한화의 민낯이 지는 경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은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전체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준비’와 ‘1점’의 중요성을 끝없이 강조하는 김 감독의 지도철학을 고려하면, 또 부상자가 많아 훈련을 제대로 못했다는 점을 십분 고려해도 시즌뿐만 아니라 각 경기에 대한 선수 개개인의 전략과 전술이 구축되지 않은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SS포토]이틀 연속 매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시즌 6번째 매진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6 KBO리그 한화와 LG의 경기에서 수많은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채우고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대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 감독은 최근 부쩍 줄어든 희생번트 빈도에 대해 “번트를 댈 수 있는 선수가 없다”고 한숨을 지었다. 실제로 희생번트를 대지못해 흐름이 끊기는 상황이 자주 연출돼 차라리 치고 달리기 등의 작전이 오히려 확률이 높겠다는 자조섞인 얘기들까지 나온다. 이용규는 “정말 다행스러운 점은 선수들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에 있는 팀들과 경기 차가 작기 때문에 조금씩만 힘을 내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식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내년부터는 달라진 한화를 볼 수 있을까.

방향성을 간과한 구단의 투자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구단도 투자 실패를 인정하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시기다. 올시즌 포스트시즌 진출보다 5년, 10년 이후에도 ‘마리한화’에 중독된 구름관중이 “최강한화”를 연호하도록 만드는 것이 구단의 의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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