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10주년'을 맞은 MBC 대표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돌아보면 1인자 MC 유재석의 탄생이 보인다. 지난 2006년 5월 6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굳건히 이어져 오고 있는 '무한도전'에는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일등 공신 MC 유재석이 있다. 유재석은 때론 원초적인 웃음을 위해 몸 사리지 않는 개그를 펼쳤고, 장기 프로젝트를 이끌며 부족해도 노력하는 모습을, 시청자들과 교감하며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의식을 깨우기도 했다. 몇 번의 부침과 위기에도 여전히 예능 최강자 자리를 지키며 장기집권하고 있는 '무한도전' 10년을 이끌어 온 유재석의 활약을 집중 조명해봤다.


▲ 비 특집-1인자는 몸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2007년 6월 2일 방송된 '비 특집'은 애초에 모내기를 하며 농사일을 돕는 기획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모내기 특집'이 무산됐고 대신 임기응변으로 '비 특집' 녹화를 이어갔다. 이는 결과적으로 평소 맨땅에 헤딩한다는 '무한도전'의 콘셉트를 가장 잘 보여주는 특집이 됐다. 이 특집의 숨겨진 촬영 비화는 방송된 지 3년이 지난 2010년 1월 '의좋은 형제' 특집에서 밝혀졌다. 현재 자숙 중인 노홍철이 평소 자신의 정신적 멘토인 유재석에게 영상 메시지를 전하며 "예전 녹화 때 천둥번개가 막 치고 비바람이 치는데도 형님이 혼잣말로 '비가 더 와야 된다'고, '더 간절하고 더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모습에 힘들어도 열심히 녹화를 마쳤다"라고 전한 것.


실제로 비 특집에서 멤버들은 억수같이 퍼붓는 비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축축해진 논두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썼다. 논두렁 달리기를 하는 코너에서 멤버들은 너도나도 의도적인 몸 개그에 나섰다. 새참을 머리에 이고 논두렁을 거침없이 달리며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고꾸라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폭우 속에서 열심히 달린 대가로 멤버들은 녹화 후 감기를 얻었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분투하는 모습이 재미를 넘어 감동까지 전했다.


▲ 감동+재미 스키점프대 등반-1인자의 리더십


지난 2011년 2월 12일 방송된 '제1회 동계올림픽' 특집에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며 기상천외한 대결이 펼쳐졌다. 그중 마지막 스키점프대 등반 미션에서 1인자 유재석의 리더십이 제대로 빛났다. 멤버들은 평창 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며 높이 90m의 스키점프대 정상에 꽂힌 깃발을 뽑는 미션을 수행했다. 처음엔 장난치며 웃음을 보였지만 점차 힘이 빠진 멤버들이 속출했고 유재석은 리더십을 발휘해 한편의 휴먼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유재석은 미끄러움에 포기하려는 길을 향해 "조금만 버텨, 다 왔어"를 외치며 끝까지 힘을 불어넣으며 격려했고,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이 밖에도 이날 멤버들은 등이 훤히 파인 경기복을 입고 얼음판 윗몸 일으키기를 하고, 복불복 대진표와 넌센스 퀴즈 대결로 침낭 봅슬레이를 타며 웃음을 자아냈다. 방송 중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영상도 빼놓지 않았다. 영상 속에서 여자 피겨퀸 김연아로 변신한 정준하는 'Don't worry, Yes, 평창' 후렴구가 반복되는 노래를 불렀다. '동계올림픽'특집은 포기하지 않는 미덕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일깨움과 동시에 올림픽 유치 기원을 담아 감동과 재미,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특집이었다.


▲ 추격전 첫 우승 술래잡기 편-1인자의 체력과 집념


지난 2013년 4월 13일 방송된 '술래잡기' 편은 매번 하는 추격전과 달랐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혀를 내두르게 하는 전략과 교묘한 눈치싸움으로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완성했다. 항상 추격전에서 다른 멤버들에게 당하거나 뒤처지는 일이 많았던 유재석도 '술래잡기' 추격전에선 달랐다. 그는 방송 초반부터 제대로 된 무기 선택에 실패하며 지지부진을 면하지 못하는가 싶더니 남다른 지략과 집념으로 최종 우승자가 되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무한도전'식 술래잡기 룰은 정해진 시간 내 술래를 찾아 몸을 치기만 하면 경기가 끝났고 라운드별 불어난 현상금을 얻는다. 이날 마지막으로 술래가 된 유재석은 시간 단축 외에도 노홍철에게 빼앗은 변장 무기를 사용했다. 한강 둔치에서 카메라 스태프로 위장한 유재석은 멤버들의 추격을 기다린 후 자신으로 변장한 스태프를 내세워 정준하와 길을 혼란에 빠뜨렸다. 길이 종료 1분 전에 유재석을 발견했지만 잽싼 그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유재석은 '술래잡기' 편을 통해 10년 동안 키워 온 체력을 이용해 추격전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으며 1인자의 집념을 보여줬다.


▲ 탄광 채굴 체험-1인자의 초심 같은 열정


지난해 11월 29일 방송된 '극한 알바' 특집은 멤버들이 각자 한계에 도전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특별기획전' 유재석 정형돈 팀의 아이템이었다. 평소 멤버들에게 잔소리로 느껴질 만큼 '열심히, 무조건 열심히'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외치던 유재석은 뜻대로 '극한알바'를 기획했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1050' 키워드를 선택하며 가장 고난도 아르바이트로 꼽힌 탄광 체험을 하게 됐다. 이날 유재석은 9년 만에 게스트로 나선 배우 차승원과 말 그대로 초심을 보여줬다.


강원도 태백에 위치한 1050m 탄광에 들어가 석탄 채굴 체험에 나선 두 사람의 노동은 예상보다 훨씬 더 거칠고, 힘들었다. 광부들의 삶의 터전인 현장에 뛰어든 두 사람은 극한 체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광부들에 대한 경외심을 느꼈다. 막장에서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석탄의 원료를 채취하며 노동의 어려움을 깨달은 유재석은 모든 일을 끝마친 후 "이번 특집으로 초심을 되찾은 것 같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처음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단순하게 시작한 도전이었지만 멤버들은 치열한 노동 끝에 서민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무한도전'의 초심을 보는 듯 한 열정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 우토로 마을 방문-1인자의 따뜻한 눈물


지난 9월 12일 방송된 '배달의 무도'는 광복절을 맞아 마련한 특집으로 시청자들의 사연을 접수, 이국에서 가족의 정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무한도전' 멤버들이 직접 음식 배달을 위해 전 세계를 돌았다. 이중 유재석과 하하는 슬픈 역사가 숨겨진 일본 교토에 위치한 우토로 마을을 찾아 한국인들을 위로했다. 하하와 동반 1인권으로 함께 온 유재석은 애써 밝은 모습으로 유일하게 남아 있는 1세대 주민인 강경남 할머니를 만나 마을 주민들에게 정성이 담긴 따뜻한 한 끼 식사를 대접했다. 또한 그는 다정한 손주처럼 주민들의 저마다 슬픈 사연에 귀 기울여주고 말동무가 돼줬다.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 노역으로 끌려간 한국인들이 모여 살던 우토로 마을은 현재 한국 시민과 재일교포의 도움으로 강제 퇴거의 고비는 넘겼지만, 재개발이 결정돼 2년 후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방송에서 보여준 유재석과 하하의 진심 어린 눈물에 잊혀진 역사로 남았던 하시마, 다카시마 섬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쏟아졌고, 다카시마의 공양탑 가는 길이 재정비되는 등 작은 기적들이 일어났다.


뉴미디어팀 신혜연기자 heilie@sportsseoul.com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