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KIA 브렛필, 역전의 기쁨은 두 배야
[잠실=스포츠서울 최재원선임기자]KIA의 브렛필이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KBO리그 두산과의 경기 5-3으로 역전승 한 뒤 박찬호(오른쪽)의 축하를 받고 있다. shine@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가 올시즌 1군에 올린 선수는 총 74명이다. 야수 48명 투수 26명이 한 차례 이상 1군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 선수와 트레이드된 선수 등을 고려해도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된 65명을 넘어서는 수치다. 김기태 감독이 지난해 11월 가을캠프를 치른 뒤 “우리 팀은 선수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마치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처럼 시즌을 운용했다.

KIA가 시즌 막판까지 5위싸움을 한 배경이기도 하고, 냉정히 따지면 결정적인 순간 힘을 잃은 이유이기도 하다. 가을캠프와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올해 KIA에 새로 합류한 코치들은 “선수들이 너무 약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싸울 준비가 덜 됐다는 얘기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주축 베테랑 선수 몇 명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상대를 이길 힘 자체가 떨어진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1군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도 있고, 각자 가진 재능을 폭발하지 못한 선수도 많았다. 다른 팀도 비슷한 사정이겠지만, 최근 5년간 주축들의 줄부상에 신음했던 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육성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144경기를 모두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사실상 전무하다. 시기별로 선수들을 나눠 활용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선수가 필요했던 것”이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스프링캠프에서 9연패를 할 때 이대진 투수코치는 투수들에게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라. 위기일수록, 카운트가 몰릴 수록 자신있게 직구를 꽂아라. 납득할 만 한 공을 던지면 결과가 안좋다고 해도 남는 게 있다”고 독려했다. 김민호 수비코치는 야수들이 다이빙캐치 등으로 호수비를 하면 되레 “가르치지 않은 것은 하지 말라. 벌써 호수비를 하면, 가르칠 게 없지 않느냐”는 말로 칭찬을 대신했다. 김 감독은 항상 밝은 표정을 강조하면서 “가장 가치있는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반드시 싸워야 한다면, 기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말고 선방을 날려야 한다. 그 기운은 밝은 표정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남과 싸울 준비를 하기 전에, 코칭스태프 눈치 보느라, 또 잇딴 실패로 패배의식에 젖어있고 주눅들어 있는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사투였다.

[SS포토]KIA 이범호, 백용환 너 나 닮았는데
[문학=스포츠서울최재원선임기자]KIA의 이범호(오른쪽)가 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5KBO리그 SK와의 경기 4회말 1사 1루서 박재상의 파울 타구를 잡은 포수 백용환을 격려해주고 있다. shine@sportsseoul.com

4월 15일 잠실 LG전에서 3피트 아웃에 어필하던 김 감독이 그라운드에 드러 누운 장면이나 5월 13일 광주 kt전에서 와일드피치를 막기 위해 3루수 이범호를 포수 뒤에 배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감독은 항상 “약한 전력으로 상대를 이기려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해야 한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창의적인 야구를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면 절반의 성공이다. 야구는,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이 강조한 ‘발상의 전환’에 코칭스태프도 적극 동참했다.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화제가 됐던 ‘이범호의 폭투 시프트’는 사실 이대진 코치의 아이디어였다. 심동섭의 특성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이 코치가 고의사구 상황에 폭투가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김 감독에게 “3루수를 포수 뒤에 배치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이다. 김 감독이 이를 기꺼이(?) 받아들여 시프트를 지시했고, 야구규칙 위반이라 수포로 돌아갔다. 밖에서는 비웃음 섞인 반응이 나왔지만, 이런 반응들이 오히려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는 계기를 제공했다.

베테랑 2루수 김민우는 “(이)범호가 포수 뒤로 걸어갈 때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 모두 무릎을 쳤다. 규정에 위반되기는 했지만, 경기를 잡아야한다는 감독님의 의지가 엿보였다. 무엇보다 경기 후 ‘감독이 몰랐다. 여러분들 창피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울컥했다. 코칭스태프가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선수들이 멍청하게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이 끈끈해진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냉정히 말하면 선수들 사이에서 ‘올해도 안되는 건가?’라는 의식이 들 때 즈음 그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IA는 올해도 주축선수들이 재활군을 오르내리길 반복했다. KIA를 바라보는 외부시선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기 시작했다. 시스템에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