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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두산 준PO 1차전.롯데 신동빈(왼쪽) 구단주가 로이스터 감독을 축하해주고 있다.잠실|최재원기자shine@ 2009.09.29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에 변화의 물결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했다. 그동안 사의를 밝혔던 롯데 신동인(69) 구단주 직무대행이 31일을 마지막으로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 업무에서 공식적으로 손을 뗐다. 구단주 대행 후임도 선임하지 않을 계획이다. 지금까지 자이언츠 구단은 신 구단주 직무대행이 맡아왔고, 롯데 신동빈(59) 회장은 야구단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신 구단주 대행은 어디까지 대행이었고, 현재 롯데 구단주는 신격호(93) 회장으로 돼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금 구단주도 신격호 회장님이다. 신동빈 회장으로 구단주가 바뀔지 등에 대해선 아직까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고, 논의될 단계도 아니다. 나중에 정리되는대로 그룹 차원에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 구단주 직무대행의 사임으로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서 야구단을 챙길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공식석 상에서 야구단에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한 것도 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31일 “신동빈 회장님이 그룹 내부회의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셨다. 구단 실적과 성적 향상, 외국인 선수 투자 확대 등도 거론하셨다.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지만, 구단 측과 상의해 세부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이 전면에 나설 경우 최근 중·하위권에서 머뭇거리던 롯데 야구단의 보폭은 단숨에 커질 것으로 보인다.

[SS포토]롯데 강민호, \'드디어 역전이다!\'
[목동=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롯데 강민호가 1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넥센과 롯데의 경기 9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역전 2점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강민호의 시즌 29호 홈런. 강민호는 지난해 FA자격을 획득해 거액을 받고 롯데와 계약했다. upandup@sportsseoul.com
◇롯데 FA시장 큰 손 되나?

롯데는 신 구단주 대행 체제에선 구단 운용에 있어 움츠린 편이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2012년 김주찬(KIA) 2013년 홍성흔(두산)을 잇따라 놓치면서 팬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지난해 FA 포수 강민호를 잡으며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전력보강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하기로 한 만큼 달라질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 지바롯데 구단주 대행직도 맡고 있는 신동빈 회장은 메이저리그 명장 바비 발렌타인을 사령탑에 앉혀 2005년 지바롯데의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2007년 말에는 발렌타임 감독의 추천을 받아 제리 로이스터 감독에게 롯데 지휘봉을 맡겼고, 로이스터 감독은 암흑기에 있던 롯데를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끌었다. 신 구단주 대행에 구단 운영을 일임했지만, 신동빈 회장은 로이스터 감독 영입 만큼은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사시켰다.

롯데는 올 시즌도 힘겨운 행보 중이다. 현재 8위에 그치며 3경기 차로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의 한화를 쫓고 있다. 롯데의 약점은 확실하다. 외야수 1명과 마무리가 부족하다. 올 시즌을 마치면 두산 외야수 김현수, 마무리투수인 SK 정우람과 넥센 손승락도 FA자격을 얻는다. 원 소속팀과의 협상 결렬 후 FA시장까지 나올 경우 롯데가 적극적으로 움직여 데려갈 수도 있다. 그룹 차원의 투자가 확대되면, FA뿐 아니라 올 시즌 맹활약 중인 조쉬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 짐 아두치 등 외국인 선수 3명과의 재계약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그룹의 투자와 지원에 대해선 논의되진 않았다. 이제 시작 단계다. 하지만 구단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본사의 투자 확대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뛰고 있는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의 롯데 복귀 여부도 관심있게 보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투자금액이 만만치 않다. 이대호가 올시즌 인센티브를 제외한 연봉 5억엔(약 49억원)을 받고 있다. 일본 무대에서 4년 연속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어 소프트뱅크 외에도 타팀들까지 영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롯데가 이대호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선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롯데 관계자는 “지금의 연봉으로 4년 계약을 해도 약 200억원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쉽진 않아 보인다”고 털어놨다.

[SS포토]만원관중 갈매기둥지 사직야구장 \'200만돌파 축하\'
[스포츠서울]2014한국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가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올시즌 두번째 만원관중을 기록한 롯데자이언츠 홈 사직구장. 구도 부산도 야구열기가 점차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7일 한국프로야구는 200만관중돌파 기록도 세워졌다. 사직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야신의 한화처럼?

현재 롯데그룹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최근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형제의 난’으로 롯데가 시끄럽자, 국민의 시선도 싸늘해졌다. 롯데의 불투명한 소유구조와 불합리한 의사결정 시스템까지 드러나 공론화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직접 야구단을 챙기고 나선 것은 야구를 통해 반(反)롯데 정서 확산을 막고, 그룹 이미지 제고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롯데 관계자도 “신동빈 회장은 야구단이 좋은 경기를 펼쳐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게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나빠진 그룹 이미지를 바꾸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좋은 예로 올해 한화가 있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6년 동안 5차례나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올해 김성근 감독 영입 후 끈질기고, 극적인 승부를 펼치며 팬들에 감동을 주고 있다. 덩달아 한화 그룹 이미지도 좋은 쪽으로 바뀌었고, 한화는 김 감독과 암 투병 후 돌아온 정현석 등을 광고에 출연시키는 등 야구단을 그룹 광고 소스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롯데 역시 최근 몇 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내홍까지 겪었던 롯데 야구단 혁신과 도약을 통해 실추된 그룹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 특히 롯데 팬들의 충성심과 관심도는 국내 최고다. 롯데는 가을잔치를 하기 시작한 2008년부터 5년 동안 한 시즌 평균 130만명의 관중을 끌어 모았다. 최근 부진으로 관중수는 다시 감소했지만, 사직구장에 다시 팬들을 모을 수 있다면 한화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성적이 나야 하고, 이전에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이번 신동빈 회장의 야구단 지원, 투자 확대 언급이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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