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
최나연이 기적같은 샷이글 한방으로 월마트 NW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 LPGA 통산 9승과 1000만달러 클럽에도 가입했다.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서울]최나연(27·SK텔레콤)의 기적같은 샷이글이 첫 우승을 목전에 둔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울렸다.

미국 골프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며 17번홀 그린으로 걸어가는 루이스는 우승을 자신하는 듯 갤러리들의 연호에 두 팔을 들어 화답했다. 1타 앞선 단독 선두, 그것도 17번홀에서 세컨샷을 바짝 붙여 버디 기회를 만들었으니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은 떼논당상이었다.

그러나 아뿔사, 축포를 너무 빨리 터트렸다. 루이스를 연호하던 갤러리들의 응원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거짓말같은 이변이 연출됐다. 바로 뒤 챔피언조에서 플레이를 하던 최나연이 16번홀(파4)에서 8번 아이언으로 때린 세컨 샷이 깃대를 향해 날아가더니 그린 위에 한번 튄 뒤 홀로 쏙 빨려들어갔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순위가 바뀌었다. 1타차 단독 선두로 나선 최나연은 스스로도 믿기 어렵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전의 영웅 최나연이 극적인 이글 한방으로 시즌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최나연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너클 컨트리클럽(파71·6374야드)에서 열린 월마트 NW아칸소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마지막날 3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2개, 보기 2개를 엮어 2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198타를 기록한 최나연은 2위 미야자토 미카(일본·13언더파 200타)를 2타차로 따돌리고 시즌 2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1월 개막전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 우승 뒤 이어진 부진을 털고 5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한 최나연은 LPGA 통산 9승을 기록했다. 또 우승 상금 30만 달러(한화 약 3억3000만 원)를 받아 통산 상금 약 1023만 달러(한화 약 114억 8000만원)로 LPGA 1000만 달러 클럽에 가입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LPGA 사상 10번째, 한국선수로는 박세리(37·하나금융그룹), 박인비(26·KB금융그룹)에 3번째 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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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연은 2위 그룹과 2타 차 단독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지만 중반까지 퍼트 난조로 고전했다. 6번홀(파3) 2m 거리 파퍼트 놓쳐 보기를 한 사이 루이스와 미카가 4타 줄여 최나연을 제치고 1타차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8번홀과 9번홀(이상 파4)에서 또다시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잇따라 놓쳐 고개를 숙였다.

최나연은 선두 루이스에 1타 뒤진 채 16번홀(파4)까지 끌려갔다. 겨우 3홀만 남겨 패색이 짙은 그 순간 믿기 어려운 기적이 벌어졌다. 142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이글로 연결되면서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은 것. 루이스를 밀어내고 1타차 단독 선두로 나선 최나연은 17번홀(파3)에서도 8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을 홀 옆 한뼘 거리에 바짝 붙여 버디를 낚으며 우승을 굳혔다.

최나연의 이글샷에 기가 죽은 것일까. 기세등등했던 세계랭킹 3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루이스는 17번홀에서 1.5m 거리의 버디퍼트를 놓쳐 선두를 내준 뒤 18번홀(파5)에서는 보기를 기록해 12언더파 공동 3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의 기세에 밀려 아직까지 첫승을 신고하지 못한 세계랭킹 3위인 루이스는 아칸소 대학을 나와 이곳이 제2의 홈과도 같았기에 이번 역전패는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우승 후 최나연은 “인생 최고의 8번 아이언 샷이었다. 8번 아이언이 연속해서 잘 맞은 것은 처음이다. 퍼팅이 좋지 못 했지만 샷에 집중했고 좋은 결과를 낳았다”면서 “우리나라 선수중에 1000만달러 클럽에 3번째로 이름을 올렸고 박세리, 박인비라는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이름이 올랐다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태극낭자 중에는 양희영이 10언더로 공동 9위에 올랐고, 마지막날 8타를 줄인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는 호주동포 이민지 등과 함께 공동 6위(11언더파 202타)로 대회를 마쳤다.

유인근 선임기자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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