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
KBO 복도에 걸린 9개 구단의 현판들. 2012-12-11  홍승한기자 hongsfilm@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2015시즌을 맞아 프로야구 10구단 시대가 시작됐고 구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야구에 대한 관심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증가추세다. 판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던 통합 마케팅에 대한 공감대도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공생을 기초로 하는 통합 마케팅은 공감대를 너머 본격 궤도엔 오르지 못하고 있다.

◇KBO, 판은 키울수록 커진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말 이사회를 통해 양해영 사무총장을 재선임했다. 양 총장은 앞으로 3년간 프로야구 행정실무를 더 책임지게 됐다. 양 총장은 올해 여러 매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10구단 체제의 안정화와 1000만 만중, 명예의 전당 등 여러가지 실행 목표에 대해 밝혔다. 그리고 미진한 통합 마케팅에 대한 아쉬움을 빠트리지 않았다.

KBO가 구상하고 있는 통합 마케팅은 무엇인가. 티켓 구매부터 시작해 야구 상품을 판매하는 머천다이징까지 모든 상품화가 가능한 사업을 통합적으로 하는 것이다. 양 총장은 기본적으로 ‘판은 키울수록 커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시작 단계에서 조금 손해보는 구단이 생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전체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현재의 이익보다 더 상승한다고 내다봤다. KBO는 “웹과 모바일웹을 개발하고 있고 곧 오픈할 계획”이라며 “구단이 현재 마케팅 사업을 하고 있기에 한꺼번에 하자는 건 아니다. 차근차근 진행할 예정이며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에서부터 통합 마케팅을 할 것이다. 티켓 뿐 아니라 상품도 야구장과 온라인 마켓에서 더 확장된 오프라인 마켓도 염두에 두고 있다. 예를 들면 백화점내 입점해 있는 MLB샵과 같은 형태의 구매처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10개 구단은 KBO의 통합마케팅에 근본적으론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빅마켓을 보유한 구단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는 아니다. 양 총장은 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 지금은 당장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통합 마케팅의 장점은 그런 단기적 손해를 충분히 상쇄한다는 판단이다. 양 총장은 “시장이 통합되면 10개 구단의 상품을 공동제조하게 되고 원가 및 재고관리에서 이득이 있다. 즉 실패의 확률이 낮아진다. 또한 지금의 빅마켓 구단이 계속 빅마켓으로 남아있다는 보장도 없다”며 “임기 중에 통합 마케팅을 시작하려고 한다. 잘 되면 적극적이지 않던 구단도 동참할 것으로 본다. 눈 앞의 이익이 아닌 조금 멀리 내다봐야 한다. 구단들이 모기업의 지원이 아닌 자생적으로 운영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성공사례는 MLB, 일본은 요미우리 독식체제
KBO가 삼고 있는 모델은 MLB닷컴이다. 미국프로야구(MLB)에서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30개 전구단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티켓, 그리고 라이센스 물품 판매를 통합해 관리하고 있다. MLB사무국은 이렇게 얻은 수익을 구단별 매출 점유율에 따라 차등 분배한다. KBO도 MLB방식을 기본으로 설계도면을 짜고 있다. 미국은 대표적인 자본주의 사회다. 그런데 MLB의 통합 시스템은 사회주의 방식을 닮아있다. ‘다 같이 벌어 다 같이 나누자’의 형태다. 이유는 야구가 다른 사업과는 다른 양태를 가지기 때문이다. 야구장에서는 상대를 제압해야 하지만, 야구 사업은 상대를 꺾고 올라갈 수 없다. 경기는 이겨야 하지만, 시장에선 한 구단이라도 무너지면 전체시장의 판도에 영향을 끼친다. 경쟁 상대이며 파트너인 것이다. 이 점이 MLB에서 통합 마케팅 시스템을 도입한 배경이다.

뉴욕 양키스나 LA 다저스는 선수단 연봉총액 기준에 따라 MLB에 사치세를 낸다. 지난해 LA다저스의 사치세는 2600만 달러를 넘었다. 이들이 명문구단이 되고 몸값이 비싼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건, 탄탄한 지역적 기반이 큰 몫을 한다. MLB는 이렇게 거둬들인 돈으로 선수 복지와 메이저리그 성장 기금에 사용한다. 부자에게 걷어서 빈자에게 쓰는 구조다. 그래서 15년 연속 사치세를 내고 있는 뉴욕 양키스는 전체리그의 발전을 위한 양보라고 받아들인다. 국내 프로야구도 서울과 부산 등에 연고지를 둔 구단은 타 구단에 비해 지역적 이득을 분명 가진다. KBO는 이들 구단의 참여를 통해 통합 마케팅을 꾸려나가겠다는 생각이다.

팬들도 MLB닷컴처럼 한 곳에서 티켓과 야구관련 상품을 구입하는게 편리하다는게 KBO 입장이다. 더 나아가 야구가 흥행이 잘되면 야구관련 사업 역시 번창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전체 야구 저변을 넓히는데 일조한다. KBO가 통합 마케팅을 통한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일본은 상황이 다르다. 센터럴리그는 요미우리라는 한 개 구단의 독식체제다. 공동 마케팅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러나 퍼시픽 리그는 최근 통합 마케팅을 통한 공생을 논의하고 있다.

◇빅마켓, 통합마케팅이 잘되면 좋지만 고려사항도 존재
빅마켓을 보유한 구단에서는 KBO가 추진하는 통합 마케팅에 대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과 함께 “잘 되면 좋겠지만 고려해야 할게 많다”는 수동적 입장이다. 수도권 팀의 한 관계자는 “통합 마케팅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옳다. 그러나 미국은 워낙 시장이 크고 나눠져 있어 통합이 안되면 소비자의 접근이 힘들고 복잡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통합되었고 시너지 효과가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일생활권이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다 있고 구단에서도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또다른 구단 관계자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상품이 BP(손익분기점)에 접근한다”며 “실제 소비는 야구장 내부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 오프라인 마켓에서는 아직 성공한 적이 없는 거 같다”며 “아직 공론화 되지 않았다. 실무자들도 현재 통합마케팅이 어떻게 진행 중인지 잘 모른다. 배분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실체는 없고 북만 두드리는 형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다른 구단 관계자는 통합의 장점과 함께 한 곳으로 집중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표시했다. 그는 “시장이 커지면 좋다. 그러나 힘이 집중되면 부익부 빈익빈으로 나뉜다. 10개 구단이 통합되면 각 구단이 하청업체가 될 수도 있다. 홈쇼핑에 들어가는 판매업자와 같은 위험부담이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미빛 미래도 분명 있다. 그러나 충분히 소통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통합 마케팅에 대한 소통과 안내가 우선이다”라고 밝혔다. 빅마켓이 아닌 한 구단 관계자는 통합 마케팅에 찬성 의사를 밝히며 “원하는 구단부터 시작하자”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구단은 가장 많은 마케팅 직원을 보유하고 있고 그들의 책상은 외부 영업활동으로 늘 비어 있다.

스포츠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 국가적으로도 스포츠산업을 미래산업으로 보고 더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러 종목 중에 야구는 국내 스포츠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프로야구의 역사도 30년이 넘었다. 1000만명 이라는 어마어마한 관중도 현실화 단계다. 스포츠산업 중에 프로야구는 블루칩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야구의 양적 팽창과 달리 산업적 측면은 제자리 걸음이다. 각 구단이 홈런이 아닌 단타만을 치고 있다. 한 방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스포츠산업에 영업공식을 대입하지 못해서다. 스포츠는 이기는게 전부가 아니다. 프로구단이 그룹의 홍보 부서에 그쳐서도 안된다. KBO가 진행중인 통합 마케팅은 지지부진한 프로야구의 산업 지형을 바꾸는 노력이다. 마케팅에서는 KBO와 10개 구단이 모두 파트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향후 ‘MLB샵’이 아닌 한국프로야구 10개구단의 상품으로 차려진 ‘KBO샵’을 기대해 보자. 수 많은 예 중의 하나지만, 그 수익은 전체 프로야구가 한 계단 더 올라가는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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