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윤세호 기자] 기대 요소였던 마운드가 빛을 내고 있다. 풍부한 선발진, 지난해부터 가능성을 보인 불펜진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점수를 많이 뽑지 못해도 최소 실점하며 승리하는 공식을 만든다. 단단한 마운드로 6년 만에 가을 야구 무대를 정조준한 한화다.

선발진 구성부터 남다르다. 외국인 투수가 4선발인 것부터 그렇다. 보통은 외국인 투수 두 명이 원투펀치를 맡는다. 개막 일정에 따른 변수를 고려해도 외국인 투수 한 명이 1선발, 다른 한 명은 3선발로 시즌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화는 보통 팀과 다르다. 한국 최고 투수 류현진이 복귀하면서 1선발을 맡았다. 펠릭스 페냐가 2선발, 그리고 선발진 마지막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김민우가 3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리카르도 산체스가 4선발 같지 않은 4선발이 됐다. 왼손에 150㎞를 던지며 어느 정도 이닝 소화 능력도 있는데 네 번째로 선발 등판했다.

4선발 산체스의 위력은 지난 27일 문학 SSG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꾸준히 150㎞ 이상 강속구를 구사하며 5.2이닝 1실점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산체스는 이날 정해놓은 투구 수인 90개를 채운 채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반면 상대 선발 투수 박종훈은 2이닝 동안 4사구 6개로 조기 강판 됐다. 산체스 이후 한승혁 이민우 주현상 박상원이 동원된 불펜진은 무실점을 합작했다. 전반적인 마운드 높이에서 한화가 SSG보다 앞서며 3-1로 승리했다. 페냐 김민우 산체스까지 나란히 선발승을 올려 3연승을 거뒀다.

경기 후 산체스는 “우리 마운드는 정말 단단하다. 게다가 선수들끼리 응집력도 좋다. 그라운드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전했다.

응집력을 느낄 만하다. 산체스는 지난해 5월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부상으로 개막전만 등판한 버치 스미스가 조기 방출되면서 산체스가 대체자로 낙점됐다. 빅리그 선발 등판 경험은 없지만 마이너리그에서 로테이션을 돌았고 영입 당시 25세로 향후 성장할 가능성도 높았다. 어중간한 빅리그 투수를 데려오느니 함께 성장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산체스를 선택한 한화다.

결과는 절반 이상의 성공. 산체스는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면서 126이닝을 소화했다. 기복을 겪기도 했지만 좌투수로서 흔치 않은 구위를 지녔고 잠재력도 보였다. 지난겨울 외국인 투수 수급이 어려웠는데 한화는 산체스와 인연을 이어가기로 했다.

산체스는 “작년에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올해 더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다. 실제로 한 시즌을 완벽히 완주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데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며 “꾸준히 150㎞ 이상을 던진 비결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지풍 코치님과 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산체스가 4선발 임무를 완수한 가운데 다음은 문동주다. 문동주 또한 5선발 같지 않은 5선발. 지난해 아시안게임과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서 한국 대표팀 에이스 구실을 한 투수가 선발진 마지막 자리에 있다.

문동주 5선발이 의도된 것은 아니었다. 시범경기 기간 김민우가 예상보다 페이스가 좋은 것과 반대로 문동주는 페이스가 떨어졌다. 상황에 맞게 김민우가 들어갈 5선발 자리와 문동주가 들어갈 3선발 자리를 바꿨다.

문동주는 지난해 23경기 118.2이닝을 소화하며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로 활약했다. 최고 구속 160㎞를 찍으며 한국 야구 100마일 시대를 열었다. 잠재력만 봤을 때 문동주와 비교될 영건은 없다. 즉 문동주가 지난해보다 더 올라서면 한화 선발진은 최강 자리를 노릴 수 있다. 승리 공식 또한 더 단단해질 것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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