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김동영 기자] “정말 좋더라. 그래도…”

한국야구의 ‘젊은 피’가 모여 메이저리거를 상대했다. 결과적으로 두 경기 모두 졌다. 그러나 터무니 없는 패배는 아니었다. 세상에 넘지 못할 벽은 없는 법이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고척스카이돔에서 샌디에이고, LA 다저스와 한 차례씩 붙었다. 20일부터 시작하는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 서울시리즈(2연전)를 앞두고 스파링 파트너로 나섰다.

빅리거를 안방에서 만날 일이 거의 없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10개 구단 영건을 불러 대표팀을 꾸렸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귀중한 경험치를 쌓을 찬스였다.

류중일 감독은 “KBO리그 외국인 선수보다 한 단계 혹은 그 이상 좋은 선수들 아닌가. 수준 높은 선수들과 경기 하면서 배우는 것이 있으리라 본다”고 짚었다.

자칫 지고 들어갈 수도 있었다. 주눅들면 경기력도 안 나오는 법이다. 해보니 아니었다. 투수들은 씩씩하게 공을 뿌렸고, 타자들도 힘껏 배트를 돌렸다.

특히 마운드다. 선발로 나선 문동주와 곽빈은 강력한 구위를 뽐냈다. 나란히 1회는 주춤한 후 2회 깔끔했다는 점은 같다. 완벽투는 아니었다. 대신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았다. 페이스를 금방 찾았다.

원태인과 오원석, 신민혁은 모두 2이닝 무실점 호투를 뽐냈다. 정해영과 최준용도 1이닝 무실점으로 좋았다. 루키 김택연은 0.2이닝 무실점으로 LA 다저스를 놀라게 했다.

최준용은 “등판 전에는 ‘이거 큰일 났다’ 싶더라. 올라가서 던지는데 샌디에이고 타자들도 쉽게 못 치는 것 같더라. 엄청 좋은 선수인 것은 맞는데, 그래도 조금은 해볼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웃었다.

상대적으로 방망이는 아쉬웠다. 류중일 감독도 “투수력은 괜찮게 보인다. 타선이 약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대표팀 재구성을 말했다. 그렇다고 아주 ‘인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혜성은 호쾌한 2루타를 때렸고,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우리 스카우트가 김혜성을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윤동희는 샌디에이고전에서 멀티히트를 쳤고, 강백호도 다저스와 경기에서 적시타를 날렸다. 최지훈도 안타와 도루 등을 선보였다.

최지훈은 “공이 정말 좋더라. KBO리그에서 못 봤던 공”이면서도 “진짜 걱정 많이 했는데, 무시무시한 괴물은 아니었다. 절대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 리그에 들어가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어떤 투수를 만나도 안 힘들 것 같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당연히 메이저리거가 위다. KBO리그에서는 시속 150㎞를 던지면 강속구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시속 160㎞도 흔하다. 류중일 감독은 “해보면 안다. 우리도 외국인 선수가 있지 않나. 비슷해 보일 것이다. 아니다. 스피드도 스피드지만, 변화구 각도 등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이런 선수를 상대로 선전했다. 결과는 의미가 없다. 귀하디귀한 경험을 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한국야구의 영건들이 한 뼘 더 성장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