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_신이 배신한 사람들_포스터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제공|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나 꽉 껴안아줘. 아유, 히프 크다. 난 50번 XX 같아.”(JMS 정명석 성폭행 녹음파일 발췌)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은 오프닝부터 귀를 의심케하는 충격적인 녹취 폭로로 출발한다. MBC ‘PD수첩’팀이 제작한 한국의 사이비 종교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나는 신이다’가 지난 주말 공개와 동시에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인 화제를 모으며 사회적 파장을 안기고 있다.

제작진은 서두에 “성피해자 메이플은 자신이 당한 피해가 다른 여성들에게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다음 녹음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22년 9월 현재, JMS 정명석은 둘 사이에 성적 관계가 있었음을 부정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나는 신이다’에는 기독교복음선교회(JMS·정명석), 오대양(박순자), 아가동산(김기순), 만민중앙교회(이재록) 등 1980년대부터 2023년 현재까지 한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굵직굵직한 사이비 종교 사건이 담겨있다. 테러도 서슴지 않는 광신도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출연한 피해자들과 추적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기면서, 다큐멘터리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발휘한다.

해당 사건들은 과거 MBC ‘PD수첩’(1999년 ‘이단파문,이재록 목사!-목자님,우리 목자님!’), SBS ‘그것이 알고싶다’(1992년 ‘오대양 집단변사사건, 의혹 속의 진실’·1999년 ‘구원의 문인가, 타락의 빛인가-JMS’) 등을 통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신도들의 격한 반발을 겪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2001년 방송을 준비했던 ‘아가동산’편은 법원이 방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방송 당일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OTT 스트리밍 역시 만만치 않은 수난을 겪었다. 기독교복음선교회와 정명석 총재는 지난달 ‘나는 신이다’의 스트리밍을 막아달라며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제작사인 MBC와 넷플릭스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MBC와 넷플릭스가 상당한 분량의 객관적·주관적 자료를 수집해 이를 근거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프로그램 중 JMS와 관련된 주요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기독교복음선교회 측 신청을 기각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신이배신한 사람들의 JMS 피해자 메이플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에 출연한 성폭력 피해자 메이플. 출처 | 넷플릭스 유튜브 예고편 캡처

◇한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뻗어간 색마 교주의 충격적 실체

한국 사이비 종교를 다룬 작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공개된 윤종빈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전요환 목사 역시 해외에서 마약 유통을 한 종교 교단의 목사가 롤모델이었다.

그러나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허구의 세계를 그린 것과 실제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다룬 것은 충격의 강도가 다르다. 총 8부작 중 초반 3부작을 할애한 기독교복음선교회 정명석 총재는 ‘색마’라는 표현 외에는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적으로 타락한 사이비 종교 교주의 민낯을 보여준다.

그는 미인 신도를 뽑아 ‘신의 신부’, ‘신앙 스타’라고 지칭하며 추악한 성범죄를 저지른다. 정명석에게 세뇌당한 여성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여보”라고 외치며 “주님 저희와 함께 반신욕해요”라는 동영상은 충격 그 자체다.

정명석의 성폭력은 국적도 가리지 않았다. 홍콩, 중국에서 도피 중일때도 현지 여성을 농락했다. 방송에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낸 홍콩 출신 메이플, 호주 출신 에이미 등 외국인 피해자도 다수였다. 기독교복음선교회에서 재직한 한 관계자는 “정명석이 여성 1만 명과 성관계를 하려고 했다”고 증언해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다큐멘터리는 1980년대부터 대학가에 스며든 기독교복음선교회가 신도들을 ‘가스라이팅’ 하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보여준다. 정명석에게 성폭행 당한 다수의 피해자들은 교회에 발을 들인 뒤 정명석을 ‘메시아’로 여기는 환경에 익숙해지고 종국에는 성적으로 착취당하기까지 한다.

결국 정명석은 2009년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그의 성에 대한 집착은 교도소 안에서까지 계속됐다. 다수의 여성 신도에게 비키니, 나체 사진을 요구했고, 출소 이후 이들은 정명석의 새로운 성범죄 대상이 됐다. 수감시설에서조차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적용된 듯한 씁쓸함을 안겼다.

나는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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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제공|넷플릭스

◇PD저널리즘 돋보인 고발정신...선정적 보여주기식 보도는 아쉬움

‘나는 신이다’는 MBC ‘PD수첩’을 연출한 조성현PD가 2년여에 걸쳐 추적 취재 및 연출하고 MBC ‘아마존의 눈물’의 대본을 맡은 고혜림 작가와 당시 연출을 맡았던 김진만PD가 EP를 맡았다. 고작가와 김EP는 부부다.

조PD는 ‘나는 신이다’가 공개된 뒤 한 종교 카페에 남긴 글에서 “처음 이 다큐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제작에 이렇게 긴 시간을 들이게 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당연하겠지만 촬영을 진행하며 미행과 협박, 해킹을 당하게 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조PD가 미행, 협박, 해킹을 당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세상에 공개하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겪었겠지만 다소 아쉬움은 남는다. 여성들의 나신 등을 수차례 반복해서 보여주는 장면은 지나치게 선정적이다. 성범죄를 지나치게 세세하게 표현한 점은 2차 가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독교복음선교회편의 충격 여파가 워낙 크다보니 4부부터 이어지는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의 의혹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부분도 있다. 이런 사이비 종교가 왜 한국에서 활개 치는지, 해외 사례랑 비교할만한 데이터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나는 신이다’는 그간 넷플릭스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K다큐멘터리의 힘을 보여준 PD저널리즘 작품이라는 평가가 강하다. 더불어 JMS 탈퇴자 모임을 이끈 김도형 단국대 교수 등의 헌신 등을 조명한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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