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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감독과 KBO 허구연 총재. 사진제공 | 헐크 파운데이션

[스포츠서울] 지난달 24일 잠실구장을 방문해 플레이오프 1차전을 보고 있었다. 관전 도중 베트남 하노이에서 뜻깊은 소식이 전해졌다. 베트남 야구협회(VBSF)와 LG전자(베트남 법인)가 협약식을 통해 베트남 야구 발전을 위해 뜻을 함께 모으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LG전자는 이번 협약식을 통해 베트남 야구선수들이 마음껏 훈련할 수 있는 훈련장 대여비를 1년 동안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향후 베트남 야구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을 주기로 했다며 이장형 베트남 지원단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처음 베트남에 들어가 선수들과 야간에 훈련하는데 가로등 하나 켜진 깜깜한 광장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봤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해서든 좀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말에는 꽤 비싼 돈을 주고 울퉁불퉁한 공터를 빌려 연습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그나마 운동장이 없을 때는 제대로 연습도 하지 못하고 공터에 앉아 쉬어야 했다. 하노이에 연습용 야구장이 딱 하나 있다. 허구연 총재가 베트남에서 최초로 하노이에 야구장을 지었다. 이 구장을 빌리려면 더 큰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그마저 빌리기가 쉽지 않다. 하노이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매번 어려움을 겪으면서 본인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제대로 된 훈련을 하기가 어려웠다.

박효철 베트남 초대감독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공식 베트남 지도자 파견을 승인받은 후, 부푼 기대를 안고 하노이에 왔다. 마땅한 훈련장이 없어서 정상적인 야구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려움을 전해 들은 LG전자에서 베트남 야구 발전을 위해 하노이 미딩(Mydinh)에 위치한 하노이 스포츠 훈련 센터 내 조명시설을 갖춘 훈련장 대여 비용 1년 치를 후원하기로 했다.

앞으로 박효철 감독은 이 훈련장에서 가깝게는 2023년 2월에 개최되는 라오스 동남아시아 야구대회 출전을 위해 지난 8월에 선발을 마친 야구 대표 상비군 선수들의 소집훈련을, 멀게는 하노이 고등학교, 대학교 팀들을 꾸준하게 지도하면서 유망주를 발굴할 것이다.

더 나아가 14~23세 선수들을 위주로 야구 기본기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선수들이 속한 학교와 동아리 팀에 돌아가 야구의 규칙과 기술을 전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기량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훈련을 할 계획이다. 대표팀 일정 및 훈련, 대회 참가 준비 외에 별도로 베트남 내 유망주 발굴을 위한 훈련프로젝트도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2년 한-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이해 베트남과 한국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이 이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더 활발히 할 수 있었던 것에 ‘스포츠’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박항서 감독과 더불어 한국 스포츠 감독들이 다양한 종목에서 베트남 대표팀과 프로팀을 이끌며 스포츠 외교관의 역할을 한 덕분에 양국은 한층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이제 베트남에서 생소하기만 했던 야구가 조금씩 활성화되면서 한국 야구와 많은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나는 인도차이나반도 야구전파를 위해 스태프진들과 함께 열심히 달려갈 것이다. 지금도 베트남 야구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노력하고 있는 이장형 베트남 야구협회 지원단장의 헌신과 희생이 절대 헛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풍부한 야구 지도자 경험을 통해 야구의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야구 가르치기를 사명으로 생각하는 박효철 감독 또한 앞으로 베트남 야구를 전파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 이외에 베트남 야구를 위해 노력하는 많은 이들이 있기에 베트남이 향후 10년 안에 동남아시아의 야구 맹주로 자리 잡을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

물론 아직 야구 인프라가 부족한 베트남 야구를 발전시키고 대중스포츠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LG전자 베트남 법인의 후원 및 협약식은 이러한 베트남 야구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이 협약식을 계기로 한국 야구와 베트남 야구의 동행에 많은 한국 기관과 기업들이 관심 가져주길 바랄 뿐이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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