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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비듬으로 뒤덮인 머리, 덥수룩한 수염...화면 넘어 꿉꿉한 냄새가 전해져 오는 듯한 꼬질꼬질한 옷매무새...

청춘스타 정일우가 ‘꽃미남’을 버렸다. 2일 개봉한 영화 ‘고속도로가족’에서 노숙인 가장 기우로 분해 대대적인 변신을 꾀했다. 그가 연기하는 기우는 가족과 함께 고속도로 휴게소를 전전하며 2만원을 구걸하는 노숙인 가장이다.

과거 직장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정신질환을 앓는 기우는 조증이 의심될 만큼 해맑지만 때로는 무서울 만큼 폭력적인 면모를 보인다. 하지만 가족을 지키려는 의지 만큼은 누구보다 돋보이는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다.

정일우는 15년만의 스크린 주연작으로 ‘고속도로가족’을 택한 이유에 대해 “배우로서 롱런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할 때 이 작품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 재벌집 아들이나 꽃미남 느낌의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면서 대중에게 고착된 이미지가 있었다. 비슷한 캐릭터를 영화에서 반복하고 싶지 않았고 내가 하고 싶었던 작품은 군복무로 놓치기도 했다. 변화에 대한 갈망이 있을 때 ‘고속도로가족’ 시나리오를 받았다. 1시간만에 다 읽고 출연을 결심했다.”

기우 역을 위해 두달 동안 머리를 자르지 않고 수염을 길렀다. 노숙자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직접 서울역이나 용산역에 나가 노숙인들을 살펴보고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여행하며 만났던 노숙인들을 떠올렸다. 정신질환을 앓는 기우의 마음을 살피고자 정신과 의사를 만나 조언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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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대체복무를 하며 치매어르신들을 케어한 게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어르신들을 보살피고 식사를 챙기고 게임을 하며 살펴봤다. 정신과 의사를 만나 조언을 구하니 정신질환이 발현되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얘기도 전해들었다. 무엇보다 기우처럼 보이기 위해 휴게소에서 마음껏 널브러져 있었다. 실제 휴게소에서 촬영할 때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극 중 기우의 ‘먹방’도 인상깊다. 가족과 잠시 헤어진 기우는 천신만고 끝에 만난 딸 은이(박다온 분)에게 “아빠 너무 배고프다”며 식사를 부탁한다. 딸이 몰래 준비한 비빔밥을 숨도 쉬지 않고 입 안에 훌훌 털어놓는 모습, 떡볶이와 어묵을 쉬지 않고 먹은 뒤 전력질주하다 먹은 것을 토하는 장면은 안쓰러움을 안긴다.

“아내 역의 김슬기 씨가 하정우 선배를 보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하하, 기우의 키워드 중 한가지가 허기다. 가족과 함께 할 때 행복하게 먹는 모습과 달리 혼자 있을 때 공허함과 아픔을 먹는 모습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어묵 먹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꼬치가 목구멍 안쪽을 찔러서 촬영을 중단하고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은 뒤 다음 신 촬영을 재개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리고 바로 전력질주 하는 장면을 촬영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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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16년차에 접어들었다. 외양은 데뷔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지만 벌써 우리 나이로 서른 여섯 살이 됐다. 극 중 두 아이의 아빠 역을 연기했던 정일우는 “언젠가 결혼을 하고 싶지만 자녀 교육을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다”고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결혼해서 나만의 가정을 꾸리고 싶다. 결혼하면 극 중 기우와 달리 당연히 가정을 책임 질 것이다. 다만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시키며 자녀들을 치열하게 ‘푸시’하는 부모가 되고 싶지는 않다. 보다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어울리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정일우는 ‘고속도로가족’으로 제 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을 먼저 만나기도 했다. 그는 “내 작품으로 관객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군복무 직전 부산국제영화제에 놀러갔다. 수많은 배우들이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는 모습을 보며 내심 부러움을 삼켰는데 내가 주연한 작품으로 부산에서 관객들을 접하니 배우로서 무척 행복했다. 그런 의미에서 ‘고속도로가족’은 내게 ‘보석같은 작품’이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9아토엔터테인먼트·제이원인터내셔널컴퍼니·CG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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