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현_매니지먼트숲 (3)

[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개인의 해석과 기억 속에 존재하는 배우이고 싶다.”

배우 남지현이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통해 자신에 대한 해석 범위를 또 한번 넓혔다.

남지현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나 “1부부터 12부까지 오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끝까지 같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워낙 다사다난하고 우당탕탕이었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결말”이라고 밝혔다.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이야기다. 남지현은 극 중 세 자매의 둘째 딸이자 기자 오인경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오인경을 두고 시청자들의 의견은 극명히 엇갈렸다. 어떠한 방해공작에도 진실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면모를 높이 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답답할 정도로 꼿꼿하고 융통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지현은 이러한 반응을 일찌감치 예상했다.

“대본을 읽을 때부터 인경이뿐만 아니라 세 자매 모두 호불호가 갈리겠다고 생각했다. 상처받거나 실망하진 않았다. 다만 생각보다 더 호불호가 갈려서 ‘나중에 인경이가 사건을 풀어가는 것조차 못마땅해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긴 했다. 하지만 너무 믿음직스러운 PD님과 작가님이 계셔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남지현은 오인경이 그간 연기해왔던 인물들과 결이 다르다고 봤다. 그러면서 “모두의 응원과 사랑을 받으면서 극을 끌고 가는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인경이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누가 뭐라 해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전진하고, 그 이유가 뒤늦게 풀려서 사람들이 이래서 이랬구나 한다. 그래서 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작은 아씨들’은 매회 예상을 뒤엎는 반전을 내놓아 추측하는 재미가 있는 드라마로 통했다. 시청자들의 추리 중 남지현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일까.

“예상을 벗어나는 반응이 많았다. 저희보다 상상력이 풍부한 것 같다. 이렇게까지 해석하는구나 했다. 종호(강훈 분)가 최종 빌런이라는 해석은 단 한번도 해보지 못한 상상이었다. 그리고 맨 처음에 가글을 마실 때 당연히 술이거나 다른 것이라고 예상하실 줄 알았다. 근데 지인들이 마시는 가글 PPL인 줄 알았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

‘작은 아씨들’은 세 자매가 비자금 700억과 얽히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남지현은 자신에게 700억이 생기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진짜 어렵다. 700억이 체감이 안 된다. 큰 돈인 건 알겠는데 얼마나 큰 돈인지 상상이 안 된다. 상상력이 많은 편이 아닌데 만약에 생기면 집을 살 것 같다. 어떤 루트로 생긴 돈인지 중요하다. 마음 편하게 쓸 수 있는 돈이라면 집을 사서 예쁘게 꾸미는 것에 힘을 쏟지 않았을까 한다.”

남지현은 첫째 오인주 역의 김고은, 막내 오인혜 역의 박지후와 자매 호흡을 맞췄다. “무척 좋았다”며 환하게 웃은 그는 “생각보다 세 자매가 모두 같이 있는 신이 별로 없었다. 두사람씩 하는 신은 많이 있는데 더 많이 같이 나왔으면 어땠을까 궁금증도 있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스케줄 표는 공유하니까 오랜만에 만나면 ‘그 장면 잘 찍었냐, 힘들진 않았냐, 아픈 곳은 없었냐’고 묻곤 했다”고 덧붙였다.

남지현_매니지먼트숲 (3)

하종호로 분한 강훈과는 러브라인을 구축했다. 남지현은 강훈에 대해 “종호랑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종호도 쉽지 않은 역할이다. 표현하는데 담백해야 하고 다정한데 느끼하면 안 되고, 그런 경계선에 있는 캐릭터다. 그런데 그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배우더라. 키도 되게 크고 하얘서 골든 레트리버 같은 이미지도 있다. 그래서 역할이 잘 어울렸다”고 칭찬했다.

출연진 사이에서 ‘현장의 기둥’으로 통하게 된 배경으로는 아역 시절부터 쌓아온 경험을 꼽았다. “분위기 메이커는 PD님과 (김)고은 언니였다. 여기에 촬영 감독님까지 해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현장이었다. 저는 리액션을 잘한다. 리액션 하면서 즐겁게 찍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포지션이 됐다. 사실 어렸을 때 일을 시작하다 보니 현장에서 쉽게 당황하지 않는다. 드라마 현장은 날씨부터 스케줄까지 예상치 못한 일이 많이 벌어진다. 그런 것들에 흔들리고 스트레스 받을 수 있지만 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남지현뿐만 아니라 아역 출신 배우 박은빈, 이세영이 동시기에 활약 중이다. “너무 좋다”고 운을 뗀 남지현은 “(박)은빈이 언니는 ‘로비스트’에 자매로 나온 적이 있어서 더 동질감이 있다. 학교와 학과도 같다. 어렸을 때 만났다 보니까 연락처는 모르지만 과거의 인연이 있지 않나. (이)세영이도 그렇고 같이 작품을 하지 않았던 아역 출신 배우들도 잘되면 뿌듯하다. 가끔 아역 출신 배우들끼리 열심히 하다가 어느 날 한 작품에서 모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들을 하게 되니까 재밌고 즐겁더라”며 미소지었다.

향후 목표는 각각의 시선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뚜렷한 목표를 정해놓는 편은 아닌데 각자의 해석이 있는 배우로 남고 싶다. 어떤 배우 하면 공통된 이미지가 있을 수 있지만 자기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모습이 다 다를 수 있다. 특별히 무언가로 기억되고 싶진 않다. 개인의 해석과 기억 속에 존재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남지현_매니지먼트숲 (3)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 | 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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