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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부산=조은별기자]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화창한 봄날, 교실에서 낮잠을 자던 세미(박혜수 분)는 불길한 꿈에서 깨어나 병원에 입원한 절친 하은(김시은)에게 달려간다.

자전거 사고로 입원 중인 하은은 병원비도 없는 터라 수학여행을 가기 힘든 상황이다. 하은과 고교시절의 추억을 쌓고자 하는 세미는 어떻게든 하은과 함께 하기 위해 엄마를 조르기도 하고, 하은의 캠코더를 팔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돼 공개된 ‘너와 나’는 채 여물지 않은 두 여고생의 풋풋하면서도 미묘한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아르곤’ 넷플릭스 ‘D.P’ 등을 통해 출중한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 조현철은 첫 장편 연출작에서 다양한 은유로 10대 여고생의 예민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민들레 씨앗처럼 감정이 흩뿌려지는 시기 나만의 절친을 다른 친구에게 뺏기고 싶지 않은 샘 많은 여고생의 모습은 그 시기를 지나온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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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가해 의혹으로 한동안 대중 앞에 나서지 못한 배우 박혜수는 ‘너와 나’에서 다시 교복을 입고 말간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18세 여고생의 복잡한 내면을 빼어난 표현력으로 소화해내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실었다.

‘절친’을 걱정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고민을 털어놓다 작은 오해로 감정이 상하고, 친구를 뺏기는 듯한 마음에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다 눈물을 삼키는 모습은 현실 속 여고생을 스크린으로 옮겨온 듯 하다. 흡사 GL물을 연상케 하는 사랑과 우정 사이의 설명하기 어려운 선 타기가 박혜수를 통해 구현된다.

박혜수와 함께 호흡을 맞춘 하은 역의 김시은의 연기도 놀랍다. 말 못할 사연을 가진 하은의 고구마처럼 답답한 심경을 표현해내며 쉽지 않은 역할을 소화했다.

영화는 두 여고생이 거주하는 안산역, 수학여행과 같은 여러 은유적 장치로 종국에 세월호를 향한 추모 작품이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다만 너무 많은 은유를 곳곳에 심어놓으면서 전개가 늘어지고 이음새가 좋지 못한 게 단점이다. 특히 후반부 반려동물을 통한 메시지 전달은 지나치게 늘어지는 인상이다.

그럼에도 주제의식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감독의 뚝심과 빼어난 표현력은 기대 이상이다. 봄날의 여고생들이 서로를 향해 품은 우정과 질투, 풋사랑과 짝사랑, 오해와 불안을 통해 존재만으로 찬란한 10대 소녀들을 조명한다.

감독과 고교, 대학 동창이기도 한 배우 박정민은 깜짝 카메오로 출연해 기대이상의 활약으로 웃음을 안긴다. 밴드 혁오의 오혁이 맡은 OST는 봄날의 애상과 희열을 잔잔하게 담아내며 귓가를 울린다.

한편 주연배우 박혜수는 9일부터 11일까지 부산국제영화제 부대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너와 나’ 관객과의 대화(GV) 무대에 조현철 감독과 함께 참석한다. 학교폭력 가해논란이후 2년만의 공식석상이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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