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태형 감독 \'수고 많았어\'
두산 김태형 감독이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경기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팬들께 죄송하다. 두산다운 야구로 잘 마무리하겠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냉정하다. 맺고 끊음이 분명해, 뒤를 잘 돌아보지 않는다. 지나간 일에 아쉬움을 표하기보다 닥친 과제를 해결하는 쪽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우승 팡파르를 올린 팀을 상대하던 날도 그랬다. 랜더스의 우승 동력을 묻자 “내가 뭐라고 얘기하겠느냐”며 웃었다. 7연속시즌 한국시리즈 진출 대업을 일궈낸 명장이지만, 팀이 9위에 머물러 있으니 우승팀을 평가하는 게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크게 실망한 베어스팬에게도 우승팀에 대한 코멘트는 예의가 아니다.

대신 김 감독은 두산 선수들을 언급했다. 경기를 앞두고 “허경민 김재환 정수빈 정도를 제외하면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가 없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박)세혁이나 (강)승호, (양)석환이도 지금보다 한 단계 올라서야 한다. 승호와 석환이는 풀타임 경험이 많지 않고, 세혁이는 주전 포수이지만 세밀함에서 아쉬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포토] 역투하는 두산 정철원
두산 투수 정철원이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경기 8회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마운드 쪽은 더 아쉽다. 곽빈이 올해 부쩍 성장했지만, 믿고 기용할 국내 선발진이 없다. 외국인 투수 의존도를 낮춰야 강팀으로 올라설 수 있는데, 곽빈 외에는 계산이 안선다. 그는 “(최)승용이도 선발 수업을 받으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철원이도 올해 경험을 토대로 꾸준함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열거했다. 투타에 걸쳐 가능성 있는 선수가 있는만큼 빌드업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랐다.

정규시즌 우승팀과 9위를 확정한채 치른 잔여경기. 두산은 1회말 공격에서 상대 에이스 김광현을 두드려 승리를 따냈다. ‘야구 알고 한다’던 정수빈 허경민 김재환이 선취점 획득에 관여했고, ‘성장해야 한다’던 강승호가 쐐기 홈런을 뽑아냈다.

[포토] 강승호, 1회 김광현 상대로 투런포 쾅
두산 강승호가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경기 1회말 2사1루 좌월홈런을 날리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긴장이 풀리기는 양 팀 다 마찬가지. 체력도 떨어졌고 순위도 확정했으니,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사력을 다할 필요 없는 경기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두산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이를 악물고 뛰었다. 1루 응원석을 가득 채운 팬에게 ‘내년에는 매번 이런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시위하는 듯했다. 왕조의 자존심까지 잃고 싶지 않은 결기가 느껴졌다.

김 감독은 “올해 팀 순위가 9위로 확정돼 팬들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경기는 두산다운 야구로 마무리하겠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팀 베어스’로 똘똘 뭉치는 ‘두산다운 야구’는 리셋 중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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