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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애플에서 신제품을 대거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 프로’다. 이전 모델보다 성능이 대폭 좋아졌다는 평가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에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며 출시를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강화된 기능 중 한 가지를 보며 걱정과 우려가 앞섰다.

바로 ‘노이즈 캔슬링’, 주변소음 제거란 기능 때문이다. 이 기능은 언제부터인가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필수기능이 됐다. 공공장소 등 시끄러운 곳에서도 온전히 음악 소리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바람이 최첨단 기술을 만나 조금씩 발전했다. 그런데 이제는 시끄러운 도로 한복판에서 음악을 들어도 자동차 소리, 주변 공사 소리 등이 안 들릴만큼 소음을 없애준다.

이 같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주변소리를 지워도 너무 지우는게 문제다. 길을 걷다가 누군가 뒤에서 빠르게 접근해도 그 사람 발소리를 들을 수 없다. ‘으슥한 밤거리를 걷고 있는데 뒤에서 빠르게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불안한 마음에 빠르게 달려 근처 편의점으로 도망쳤다’와 같은 아슬아슬한 위기탈출은 이제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시각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청각은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감각이다. 그런데 최첨단 기술 때문에 이 감각이 무용지물이 돼버린 것.

앞서 걸어가는 사람을 추월하려고 옆으로 지나가는데 그 기척을 전혀 못 느낀 상대가 방향을 바꾸며 부딪히는 경우, 차가 바짝 붙어오는데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길을 걸어가는 사람, 소지품을 떨어뜨렸다고 사람들이 부르는데도 듣지 못하고 가는 사람 등, 이들 모두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쓰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소음제거 기능이 없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써도 잘 들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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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만 살짝 바꿔보자. 바로 옆으로 다가가 준비한 흉기로 등 뒤를 찔러도, 승합차가 슬슬 다가와서 갑자기 문을 열고 끌어당겨 납치해도, 위험한 상황이 다가와서 주변에서 소리를 지르며 경고를 해도,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당할 때까지 대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아예 음악을 듣지 말라는 얘기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주장도 맞다. 그래서 어느 정도 타협안을 권한다. ‘가능하면 안전한 장소가 아닌 경우, 특히 길을 걷거나 처음 가보는 장소에서는 이어폰·헤드폰을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나의 안전과 호신을 위해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와 반대로 최근에 이슈가 된 소식이 있는데, 전기자동차나 전기바이크 등에 일부러 엔진 소리, 혹은 특정 소음을 낼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다는 것이다. 길을 걷는 행인이 미처 자동차가 다가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해 깜짝 놀라거나 접촉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역시 청각이 주변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 부디 귀를 일부러 틀어막아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리지 말자. 호신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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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열(JKD KOREA 이소룡(진번) 절권도 코치)

노경열 관장은 기자 출신으로 MBN,스포츠조선 등에서 10년간 근무했으며, 절권도는 20년 전부터 수련을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 강남에서 JKD KOREA 도장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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