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제로섬게임_고동완PD_사진제공 티빙, 로네뜨 (2)

[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프로그램이 잘될 때도 있었지만 이슈가 발생하거나 인기가 없어서 조정이 될 때도 있었다. 우상향으로 가려고 노력하려 한다. 딱 주식 차트 모양대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티빙 ‘제로섬게임’을 연출한 고동완 PD가 14일 스포츠서울과 화상으로 만나 이같이 밝혔다.

‘제로섬게임’은 몸무게의 총합을 그대로 유지하라는 미션이 주어진 가운데, 참가자 10인이 고도의 심리전을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신선한 소재 풀이로 마니아층을 보유한 고 PD의 첫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예능으로 기대를 모았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다. 10분짜리 콘텐츠를 했을 때는 ‘10분 내내 재밌게 만들자’가 목표였다. ‘40분동안 계속 재밌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럽다. 녹화도, 편집도 잘 됐다. 상당 부분 긴장과 재미를 가져갔다. 시청률을 볼 수 없어서 답답한 부분도 있는데 보면 연연하게 돼 작업에 집중이 덜 될 수 있다. 오히려 나오지 않아서 ‘준비한 것 최대치로 보여주자’라는 마음이 됐다.”

프로그램에는 유튜버 과로사, 딕헌터, 개그맨 김명선, 김병선, 파이터 김한슬, 안무가 리안, 아나운서 박서휘, 헬스트레이너 오관우, 배우 이규호, 그룹 스텔라 출신 전율이 출연한다. 고 PD는 “섭외에만 3개월이 걸렸다”며 “체중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친분이었다”고 말했다.

“(출연자간)친분이 있으면 동맹을 맺을 수 있다. 실력을 떠나서 탈락시키는 등 ‘정치질’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출연진 중 친한 사람이 있으면 제외했다. 막판에 섭외가 불발된 분 중 유튜버 풍자도 있었다. 예능적인 요소나 서바이벌에 참여 안 한 이력에서 너무 좋았다. 유튜버 곽튜브도 미팅하면서 괜찮다고 생각하고 우선순위로 뒀는데 서로 친분이 있더라. 그리고 풍자는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고 들어서 아쉽게도 못 했다.”

첫 번째 탈락자는 박서휘였다.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그의 탈락은 충격을 안겼다. 고 PD 역시 짐작하지 못한 결과였다. “매회 우승할 것 같은 후보가 다음 회에 가면 탈락한다. (참가자들이 우승자를)끝까지 못 맞히더라. 제작진도 서바이벌 프로그램 처음이라 녹화를 시작할 때 우승자 맞히기 내기를 했다. 맞힌 사람한테 뭐라도 사주기로 했는데, 내가 걸었던 분이 박서휘였다. 그래서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하.”

상금은 1억원에서 2억 7000만원까지 올랐다. 금액은 참가자들의 체중 증감에 따른다. “10명이 살을 찌우면 얼마나 찔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을 했다. 제작진이 3번 정도 2~3시간 잡아놓고 미친 듯이 배달 음식을 먹었다. 내가 3㎏대까지 쪘다. 제일 많이 찐 사람이었다. 총 20㎏까지 가더라. 상금을 3억으로 정해놓고 가려고 했다. 근데 1억을 걸어놓고 찌는 만큼 올리면 어디에도 없던 룰 같아서 괜찮지 않을까 했다. 3억 이상이 되도록 (출연자들의 살이)찌길 바랐다. 5억까지 가도 괜찮았다. 완전 상금에 몰입하길 바랐다.”

티빙 오리지널 제로섬게임_고동완PD_사진제공 티빙, 로네뜨 (2)

‘찜질방’이라는 친숙한 공간 역시 프로그램에 재미를 불어넣고 있다. 고 PD는 심리게임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찜질방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뜻밖의 답을 내놨다. “사실 찜질방에서 연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객관적인 수치인 몸무게를 가지고 게임을 하면 어떨까 싶더라. 당초 유튜브 콘텐츠로 기획했고, 10부작이었지만 분량은 더 짧았다. 몸무게와 관련이 있고 구독자 수가 많은 유튜브 채널에 론칭하려고 했는데, 티빙 쪽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한다는 말을 듣고 미팅을 요청했다. 스케일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전했는데 ‘픽’해주셨다.”

매주 금요일에 공개되는 프로그램은 8화를 남겨두고 있다. 반전의 반전을 자신한 그는 “현장 편집은 모두 마쳤고 이제 스튜디오 녹화분만 넣으면 된다. 내가 생각해도 재밌는 회차가 6, 7화, 마지막 화다. 출연자분들도 몰입해주셨고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다. 공들이고 변수를 고민했던 룰을 다 넣은 회차이기도 하다. 아직 반응이 덜 하더라도 6회까지 보면 뒤가 궁금하게 만들고 싶었다. 특히 이번주 방송이 가장 놀라웠다. 현장에서 당황했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고 PD는 앞으로도 틀을 깨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획이라는 말이 나올 때가 제일 좋다. 잘 안되더라도 ‘어디에도 없던 프로그램이었다’는 평을 듣고 싶다. ‘로또왕’도 ‘배달그라운드’도 그랬다. 그런 시도를 통해서 성장하고 더 좋은 아웃풋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이 1순위다.”

‘제로섬게임’에서 이러한 소신을 지킨 그는 도전에 대한 자신감마저 얻은 눈치였다. “이 콘텐츠를 계기로 달라질 것 같다. 평소 10분짜리 유튜브 예능만 할 깜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40분짜리 OTT 콘텐츠를 해보니까 못할 건 아니구나 싶더라. 앞으로의 목표는 ‘1년에 40분짜리 장편의 콘텐츠를 두 개는 하자’다. 1인 미디어로 MCN 사업도 하면서 예능 제작을 하는 게 계획이다. 투 트랙이다.”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 |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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