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진 전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을 지도하던 시절의 강경진 감독. 그는 직접 선수들에게 셔틀콕을 쳐주는 등 열성적으로 지도했고, 이런 점이 중국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무 전문기자

[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3년에 연봉 10억원.’ 배드민턴 지도자로서는 초특급 계약이다.

2년 남짓 중국 배드민턴 대표팀 여자복식 전담코치로 있다가 지난해 8월 2020 도쿄올림픽 이후 계약기간이 만료됐던 강경진(49) 전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 그가 한국팀 감독 때보다 무려 3배나 넘는 특급대우를 받고 다시 중국대표팀 지도자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고위 관계자는 22일 “강경진 전 감독이 중국배드민턴협회 장쥔 회장의 거듭된 러브콜을 받고 고민하다가, 중국 측에서 그의 요구대로 연봉을 주기로 해 이를 수락하고 지난 10일 중국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강경진 전 감독은 도쿄올림픽 뒤 중국의 대표팀 잔류 요구에도 가족과의 시간과 휴식을 위해 짐도 제대로 싸지 않은 채 도망하다시피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장쥔 회장의 잇단 요구에 결국 이를 수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경진과 중국이 첸칭천-지아위판
중국 배드민턴 여자복식 간판스타 첸칭천(왼쪽)-지아위판이 강경진 전담코치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경진 코치 제공

장쥔 회장은 중국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으로 가오링과 함께 2000 시드니, 2004 아테네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을 일궈냈던 레전드다. 한국의 김동문과 나경민은 이들 때문에 당시 금메달 꿈을 접었다.

강경진 전 감독은 지난달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장준 회장이 내가 한국에서 쉬고 있는 걸 알고 다른 경로를 통해 코치를 맡아달라고 계속 연락을 해왔다. 2월 중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쥔 회장은, 한국 대표팀 지도자들이 훈련 때 중국처럼 뒷짐을 지고 있기보다는 직접 셔틀콕을 던져주며 열성적으로 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 스타일에 반해 한류 지도자들 영입에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호(42) 한국 대표팀 전 코치도 중국팀에 가세했다.

강 전 감독은 지난 2019년 9월부터 중국 여자복식 국가대표로 세계랭킹 2위이던 첸칭천-지아위판을 지도했으며, 이들은 지난해 도쿄올림픽 때 은메달을 따낸 바 있다. 첸칭천-지아위판은 4강전에서는, 강 전 감독이 한국팀을 이끌 때 지도하던 세계 5위 김소영-공희용에게 2-0(21-15, 21-11) 패배를 안기며 금메달 꿈을 무산시켰다.

이와 관련해 강 전 감독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 선수들 경기장에서 만났는데, 미안해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미안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강 전 감독은 지난 2017년 1월부터∼2018년 11월까지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을 맡아 수디르만컵(2017 세계배드민턴혼합단체선수권) 우승을 이끌며 지도자로서 절정을 맞았다. 하지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한국팀의 성적부진 때문에 대한배드민턴협회로부터 전격 경질됐다.

강 전 감독이 현재 세계랭킹 1위인 첸칭천-지아위판을 다시 지도하게 됨에 따라, 오는 9월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때도 그는 제자인 김소영-공희용(세계 3위), 신승찬-이소희(세계 2위)와 코트에서 적으로 만나야 하는 운명이 됐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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