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KT \'우승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T 선수들이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과 KT의 한국시리즈 4차전 후 환호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기자] 약 14년 전 그렸던 그림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당시 KT는 해체를 앞둔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해 KBO리그에 진입할 계획이었다. 야구단 창단 TF가 구성됐고 유니폼과 엠블럼, 그리고 향후 선수단 구성 계획까지 짜 놓았다. 유니콘스 이름을 가져갈 생각은 없었으나 막강했던 현대 선수단에 프리에이전트(FA)를 더해 창단과 동시에 강호로 자리잡기를 바랐다.

하지만 야구단 창단은 마지막 단계에서 무산됐다. 14년 전 구상했던 창단이 현실로 이뤄졌다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서울 고척돔이 KT 홈구장이 됐을 것이다. 당시 새 야구단 창단은 KT가 아닌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 이장석 대표가 했고 이 대표는 히어로즈를 창단해 현대 선수단을 흡수했다. 지금 KT에서 주장을 맡은 황재균은 2006년 현대에 입단했는데 결국은 KT 유니폼을 입고 정상에 올랐다.

정상까지 오르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3, 4년 전까지만 해도 몇몇 KT 구단 관계자는 2007년 야구단 창단이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삼키기도 했다. 꾸준히 가을야구 무대에 오르는 히어로즈의 모습을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KT였다. KT는 1군 첫 시즌이었던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최하위, 2018년에도 9위에 자리했다. KT처럼 신생팀임에도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NC와 비교되고 평가절하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투타 유망주 선수들이 경험을 쌓으며 꾸준히 성장곡선을 그렸고 박경수, 유한준, 황재균과 같은 베테랑들이 새로운 팀 문화를 만들었다. 2019년 KT 세 번째 감독으로 부임한 이강철 감독을 통해 강한 마운드를 앞세우는 팀 컬러까지 자리잡으며 신흥강호로 올라섰다. 이 감독 부임 첫 해 KT는 71승 71패 2무로 창단 첫 승률 5할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81승 62패 1무로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올해에는 가장 오랫동안 정상을 사수하면서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포토] KT 우승차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T 선수들이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과 KT의 한국시리즈 4차전 후 환호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만일 14년 전 KT가 야구단을 창단했다면 KBO리그 역사 또한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유한준 또한 황재균과 마찬가지로 보다 일찍 KT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을 게 분명하다. 히어로즈 전성시대를 열었던 멤버 다수가 KT 소속으로 우승을 달성했을지도 모른다. KT는 히어로즈와 달리 외부 FA를 영입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아쉬움을 삼킬 필요가 없다. KT가 히어로즈보다 먼저 정상에 올랐고 미래 또한 밝다. 히어로즈는 두 번의 KS에서 고개숙인 채 물러났으나 KT는 첫 KS부터 정상등극에 성공했다. 전력에서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고영표, 소형준, 배제성, 엄상백으로 구성된 토종 선발진은 10구단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백호는 이미 KT를 넘어 한국야구 아이콘으로 올라섰다. 수원시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면서 연고지 지원 또한 서울시보다 낫다.

다소 먼 길을 돌아온 걸지도 모른다. 유니콘을 탔다면 지름길 위를 걸었을 수도 있다. 맨땅부터 시작해 좌충우돌했지만 마법처럼 순식간에 올라섰고 1군 무대 7번째 시즌 만에 리그를 정복했다. 지난해 NC보다 빠르게 신생팀 최단기간 통합우승을 이루며 패권을 잡은 KT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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