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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한선태가 특유의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이천|배우근기자

[스포츠서울|배우근기자] ‘평균자책점 0.75’는 눈에 띄는 기록이다. 비록 2군 경기 기록이고 표본이 작지만, 의미있는 수치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그 주인공이 국내프로야구에서 새 길을 열고 있는 한선태(27·LG)라 그렇다.

한선태는 올해 퓨처스리그 23경기에 출전해 3승 1패 4홀드를 작성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25이닝을 던져 18안타 11삼진 10볼넷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홈런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한선태에게 2군 기록이 좋다고 하자 “진짜로 운이 좋았다. 볼넷이 좀 많다. 삼진과 볼넷 비율(Strikeout-to-walk ratio)이 거의 1:1이다. 그것만 봐도 야수 도움이 많았다”고 했다.

칭찬이 아닌 자신의 부족함을 꼬집은 것. 야구에서 삼진은 투수의 파워능력, 볼넷은 제구력으로 판단한다. 삼진 비율이 높을수록 우수한 투수로 본다.

한선태는 아직 진화중이다. 괄목할 점은 구종 다양화에 있다. 한선태는 그동안 포심패스트볼 하나만 가지고 마운드에 섰다. 그만큼 속구 구위가 좋았다고 볼 수 있지만, 동시에 타자의 노림수에 약점을 노출했다.

한선태는 “지난해까지 포심을 던졌는데 올해 (김경태)코치님과 상의해 투심을 던졌고 기록이 괜찮게 나왔다.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도 던진다”라고 달라진 모습을 전했다. 투수의 선택지가 넓어질수록 타자의 노림수는 상대적으로 분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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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한선태. 제공|LG구단

그렇다고 해서 완성 단계는 아니다. 한선태는 “내 구종 중에 완성형은 없다”라고 멋쩍어 하며 “매번 시험대에 오르는 느낌이다”라고 했다.

김경태 투수 코치는 마운드로 향하는 한선태에게 매번 미션을 준다. 4구 이내 승부, 땅볼 유도 등이다. 이는 구종 완성도와 경기 감각을 다듬는 과정이다. 스플리터를 던졌는데 뜬공이 나오면 다음 공은 더 낮게 던지며 조금씩 궤도를 수정하는 식이다.

한선태는 “무실점으로 던져도 미션을 달성하지 못하면 기분이 그렇게 좋진 않다”고 했다. 늘 웃는 얼굴의 한선태지만, 마운드에선 승부욕에 불타는 모습이다.

LG 류지현 감독은 지난 8월, 중간 투수중에 한선태가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1군 감독이 언급할만큼 한선태는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마냥 신작로는 아니었다. 올해 한선태의 공식등판은 8월 21일 고양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멈췄다. 이후 담 증세로 등판하지 못했다.

지금은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다. 한선태는 “당시 팔각도가 안나왔고 어깨쪽에 미세한 염증이 있었다”며 “그땐 너무 아쉬웠는데 지금은 좋아져서 곧 피칭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경태 코치도 그의 합류를 기다리고 있다. 새로 개발한 비밀무기를 알려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조만간 한선태가 복귀하면 2군을 거쳐 1군까지 진출할 수 있을까. 한선태는 “올해는 힘들다고 본다. 경기에 출전 안한지 한달이 넘었다. 그래도 불러만 주면 열심히 던지겠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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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한선태. 잠실|박진업 기자

사실 한선태의 1군 무대는 불투명하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반색할만한 뚜렷한 성과가 있다. 구종 다양화와 함께 허리부상에서 탈출했다. 한선태는 프로입성 후 한동안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다.

이제는 어느덧 프로 3년차. 코어 강화에 주력했고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지난 8월 담증세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조급해 하지 않았다. 되레 허리를 비롯한 몸을 정비하는 계기로 삼았다. 한선태는 “허리가 안 아프다. 안정화 된 것 같다. 내년까지 안아프면 자신감이 생길거 같다”라며 방싯했다. LG코칭스태프도 선수개인별 운동으로 그를 지원했다.

LG 황병일 수석코치는 2군 감독시절 한선태에 대해 “야구장 나오는거 자체를 너무 좋아한다. 행복이 몸에서 묻어나오는 선수”라고 극찬한 바 있다. 기회의 소중함을 알고 전력투구 하는 모습에 높은 점수를 준 것.

LG 육성팀은 한선태에 대해 “여전히 말 많고 쾌활하고 성실하다”라고 귀띔했다. 올해 다소 부침이 있지만 한선태의 긍정 마인드는 여전하다. 그의 해피 바이러스에 잠실도 예외는 아니다.

한선태는 “이천에서 함께 땀흘린 선수들이 확장 엔트리로 1군에 있다. TV를 보며 항상 응원하고 있다”라고 힘을 보탰다. 더불어 팀우승도 기원했다. 그는 “몇 경기 차이 안난다. LG가 우승할 수 있다”라며 힘찬 기운을 보냈다.

LG는 18일 현재 2연승으로 1위 KT를 2.5경기 차, 2위 삼성을 1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다. 시즌 종료까지 LG는 1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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