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
국내 명품시장은 불황에도 아랑곳 없이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 명품관. 강헌주기자

불황속에서도 국내 명품시장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일부 극소수 부유층만의 전유물이었던 명품은 이제 중산층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간간이 열리는 백화점 명품 세일은 알뜰 쇼핑객들로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룬다. 할인마트도 명품 할인매장을 잇따라 열고 장바구니를 들고 온 주부들을 유혹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명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명품 중고시장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컨설팅 그룹 매킨지는 2025년까지 향후 10년간 세계 명품시장 성장을 주도할 도시로 서울을 꼽으며 10위에 올렸다.

전통적으로 인기를 누려왔던 옷, 가방, 시계 등의 제품 뿐 아니라 자동차, 오디오, TV, 생활 소형가전 제품에 이르기까지 명품은 점차 스펙트럼을 넓히며 우리 실생활에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명품 소유에 대한 갈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있다. 명품은 이제 자신을 남들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명품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180조원대의 거대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불황여파에도 아랑곳 않고 고성장을 지속해왔다. 스마트폰과 TV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이지만 유독 명품 시장에선 단 한 개의 기업도 리스트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명품 시장은 외국 유명기업들의 독무대인 것이다. 한국은 단지 소비시장으로서만 존재하고 있다. 국내 명품 시장을 취재하고 난 뒤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던 이유다. 고수익·고부가치의 대표적 산업인 명품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편집자주>

루이뷔통
국내 소비자들은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등 전통 명품 브랜드들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 명품관 내 루이뷔통 매장.

◇불황 속 명품 시장 꾸준한 성장세… 국내 소비자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등 선호

국내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올해도 1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올해 성장세가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국내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명품을 희소성이 있는 해외 유명브랜드로 규정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일반 브랜드와 분리하여 명품관을 따로 두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에비뉴엘이라는 별도 브랜드를 두고 있고 신세계백화점은 명품관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잠실 제2롯데월드 저층부에 에비뉴엘을 입점시켜 국내 최대 명품숍으로 꾸릴 계획이다. 9월 중순 오픈 예정인 이 명품숍에는 200여개의 해외 유명 브랜드가 들어올 예정이다.

백화점 명품관에는 국내 소비자외에도 중국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 중국에도 대형 백화점이 많이 있지만 제품에 대한 신뢰 문제로 국내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중국 신혼부부들이 혼수품을 사기 위해 백화점 명품 매장을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백화점 명품관을 찾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는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등이 꼽히고 있다. 새로운 명품 브랜드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지만 백화점 내에서 이들 빅3의 인기는 여전하다고 한다.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브랜드는 따로 있다. 프랑스의 전통 브랜드 에르메스의 경우 가장 싼 제품이 1000만원대 이상이어서 젊은 층들에게는 우선 구매 리스트에서 제외된다. 샤넬이 20대층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명품을 좀 더 싼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 온라인과 해외 직접구매 열풍이 불고 있지만 백화점 매출엔 큰 영향이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이 작은 가격차 때문에 그 쪽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직접 보면서 구입하는 즐거움, 진품 보증, 고급 서비스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좀 더 값을 지불하더라도 백화점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명품보다 중저가 브랜드가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품 구매 알뜰족 급증… 백화점 명품 세일행사땐 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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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백화점 ‘해외 유명브랜드 대전’ 행사 전경.  제공 | 신세계백화점

백화점 명품관에서 제값 주고 사기엔 가격에 부담을 갖는 소비자들은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3사가 펼치는 명품 세일행사를 주목한다. 이들 백화점은 8월 초부터 중반까지 잇따라 명품 세일행사를 열었다. 일부 백화점에서는 인기 브랜드에 고객들이 갑자기 몰리는 바람에 고객 수를 제한해 입장시키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행사에 참가한 고객들은 백화점측이 준비한 물량과 브랜드 수가 적어 “살 게 없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제품들을 세일행사에서는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백화점측의 재고 정리 성격이 짙다는 게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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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해외 명품 대전’ 첫날 중저가 브랜드의 잡화 코너는 쇼핑객들로 북적였다. 제공 | 롯데백화점

신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이점때문에 중고 명품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중고 명품시장 규모를 대략 5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직접 중고명품을 내놓고 거래하는 소비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최근엔 중고명품만을 취급하는 전문매장도 많이 생기고 있다.

명품브랜드 제품들이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이들 제품들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전당사업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물건과 신분증 사본만 있으면 신속히 진행되기 때문에 복잡한 서류를 요구하는 은행권 대신 이들 전당업체를 선호하는 이가 늘고 있다.

◇명품 시계 수입액 5년 연속 증가… 취미영역까지로 확대

까르티에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 명품관 내 까르티에 시계 매장. 옆 가격표에서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이 브랜드의 오만함을 느낄 수 있다.


여성들만 명품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남성들도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소품으로 명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남성이 특히 선호하는 명품 시계 시장의 성장속도는 눈여겨볼 만 하다. 지난 28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7월 명품 시계 수입액은 2163만4000달러(약 219억3000만원)로 관세청이 월별 통계 자료를 집계한 2000년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명품 시계 수입액은 2009년 5079만6000달러에서 2010년 7902만7000달러, 2011년 1억2433만7000달러, 2012년 1억4695만9000달러, 2013년 1억6708만1000달러로 5년 연속 증가했다.

예전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 혹은 결혼예물 정도로만 여겼던 시계는 이제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남성 뿐 아니라 여성도 시계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에비뉴엘 시계박람회
시계는 이제 자기 자신의 개성을 당당히 드러내는 소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명품 전문 매장 에비뉴엘이 주최한 시계박람회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면. 제공 | 롯데백화점

예전 예물시계의 대명사였던 롤렉스, 오메가 등이 명품 브랜드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명품 시계 시장에서 이들 브랜드의 위치는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고 보면 맞다. 파텍필립, 바쉐론콘스탄틴, 오데마피게, 브레게, 아 랑게 운트 죄네, 블랑팡, IWC, 프랑크뮬러, 까르티에 등이 명품 시계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명품 시계는 이제 오디오, 자동차, 카메라 같은 취미 영역으로까지 확대되며 시들지 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강헌주기자 lemos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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