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NC 나성범, 1차전에 뜨거웠던 방망이가...
NC 다이노스 나성범이 2020년 11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에서 진행된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1-3으로 뒤진 8회 삼진으로 물러나고 있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우위다. 에이전트도 업계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다. 나이 또한 아주 큰 걸림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반응은 180도 달랐다. 큰 꿈을 품고 미국으로 떠난 나성범(32)이 김하성(26)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얻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끝내 반전은 없었다. 나성범은 메이저리그(ML) 포스팅 마감시간인 10일 오전 7시까지 계약을 맺지 못했다. 현지 언론으로부터 유력 행선지조차 언급되지 않았던 나성범은 한국으로 돌아와 NC 선수로서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한다. 나성범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ML에 도전할 수 있어 기뻤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큰 미련은 없다. 도전 할 수 있게 도와준 구단에 감사하다. 같이 기다려주고 응원해주신 팬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다른 기회가 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2021시즌 팀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NC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나성범은 곧 귀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해외입국시 자가격리 2주, 그리고 2월부터 스프링캠프가 시작하는 것을 고려하면 서두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쉽게 예상했던 결과는 아니었다. 당장 지난해 기록만 봐도 나성범은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 보장 계약을 맺은 김하성보다 근소하게 앞섰다. 나성범은 130경기 타율 0.324 OPS(출루율+장타율) 0.986 34홈런 112타점을 기록했다. 김하성은 138경기 타율 0.306 OPS 0.920 30홈런 109타점을 올렸다. 하지만 포지션에 따른 선수가치가 둘의 처지를 180도 바꿔 놓았다. 김하성은 빅리그에서도 희귀한 장타력을 지닌 유격수다. 당장 지난해만 돌아봐도 빅리그에서 유격수 혹은 2루수로서 OPS 0.900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5명 뿐이다. 반면 코너 외야수는 10명이 OPS 0.900 이상을 기록했다. ML 통계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는 김하성이 올해 빅리그에서 OPS 0.820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 유격수로 OPS 8위, 2루수로 OPS 6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김하성
샌디에이고 홈구장 펫코파크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김하성. 출처 | 샌디에이고 SNS

빅리그에서 대세가 되고 있는 멀티포지션 소화 능력에서도 둘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김하성이 유격수와 2루수, 그리고 3루수까지 가능한 것과 달리 나성범은 코너 외야로 자리가 한정됐다. 나성범보다 한 살 어리고 나성범처럼 지난해 주로 우익수 혹은 지명타자로 출전한 MVP 멜 로하스 주니어 또한 빅리그에서는 만족할 조건을 받지 못했다. 로하스는 일본프로야구 한신과 KT의 계약서를 두고 끝까지 고심한 끝에 한신 유니폼을 선택했다.

현재 빅리그 구단 대다수는 야수를 여러 포지션에서 다양하게 기용하는 LA 다저스와 흡사한 페넌트레이스 운용 방식을 추구한다. 162경기 장기 레이스를 슬기롭게 돌파하려면 상황에 맞춰 선수들의 휴식, 혹은 포지션 변화를 줘야한다는 얘기다.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제도가 결정될 경우 이러한 움직임은 한층 더 거세질 전망이다. 샌디에이고 구단 또한 앞으로 김하성을 2루수, 유격수, 3루수, 그리고 지명타자로도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빅리그 모든 구단이 다재다능한 야수 유망주를 탐낸다. 유망주 평가 순위만 봐도 상위에 랭크된 야수들은 유격수 혹은 중견수다. 보통 유격수는 내야 네 자리가 모두 가능하고 중견수 또한 코너 외야를 맡는 데 문제가 없다. 주루플레이도 뛰어난 김하성은 그야말로 빅리그가 찾는 안성맞춤형 선수다. 반면 나성범은 빅리그에서는 가치가 높지 않은 코너 외야수다. 김하성은 ML 트렌드에 부합했고 나성범은 트렌드에 맞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도 나성범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에 실패했다. 어느 때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이는 김하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나성범이 무릎 부상 없이 중견수를 소화했고 보다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했다면 상황이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는 무의미한 가정일 뿐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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