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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강원FC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행정가로 변신한 이영표(43) 강원FC 대표이사가 K리그 이적시장의 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체육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강원 새 사장으로 선임됐다. 아직 40대 초반으로 젊은 편이고, K리그 행정직은 처음이라 ‘파격’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들 대부분이 지도자의 길을 가는 것과 다른 그림이라 더 화제가 됐다.

일각에선 아직 K리그 행정 경험이 없는 이 대표를 선임한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K리그는 생태가 워낙 복잡하고,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행정 초보인 이 대표가 큰 자리를 감당하기 버거울 것이라는 걱정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대표는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내며 이적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지만, 일찌감치 이적 작업에 관여해 전력보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병수 강원 감독과 소통하면서 새 시즌 준비를 하는 중이다.

성과는 있다. 지난 시즌 두 자릿수 득점 선수가 없던 강원은 미드필더 이영재를 트레이드 해 2부리그 득점왕 안병준을 품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안병준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마사도 품었다. 이 대표는 1부리그에서 검증된 아시아쿼터 수비수 영입도 추진했다.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임창우 영입 역시 이 대표의 작품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 대표는 최근 삼각 트레이드를 주도해 화제가 됐다. 성남FC와 대전하나시티즌은 김동현, 박용지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대전이 현금을 보태 박용지를 보내고 김동현을 받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 대표는 김 감독이 김동현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전에 이현식과의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직접 대전 고위관계자에 연락해 협상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마침 대전이 이현식에 관심을 보이던 상황이라 극적으로 거래가 성사됐다. 성남과 대전은 29일 계약을 완료했고, 대전과 강원은 조만간 트레이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대표의 아이디어 하나가 세 팀과 선수 모두 만족할 만한 거래를 이끌어 낸 셈이다. 성남은 원했던 박용지를 얻고, 대전은 주축 공격수로 활용할 이현식을 손에 넣는다. 강원도 장래가 촉망되는 수준급 중앙 미드필더를 확보한다. 더불어 1부리그 이적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김동현도 좋은 조건에 김 감독 품에 안기는 그림이다.

원하는 선수를 얻기 위해 상대에게 필요한 카드를 과감하게 꺼내 결국에는 계약을 이끌어내는 이 대표의 화끈한 실행력은 축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최근 이 대표와 교감한 한 관계자는 “경험이 없다고 하기엔 너무 비상하다. 안 될 것 같은 일을 되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초보라고 쉽게 볼 사람이 아니다. 유럽 여러 리그를 경험해서인지 선수 영입, 트레이드 기술이 굉장히 탁월해 보인다. 강원의 이적시장 행보가 앞으로도 더 흥미로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취임 일성으로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배우고 느끼고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 바탕으로 강원도민이 기대하는 대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강원FC 팬에게 자랑거리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지만 돌아가는 흐름을 보면 ‘초보 행정가’ 이 대표의 말은 허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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