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부시리그

[LA=스포츠서울 문상열전문기자] 스포츠 궁극의 목표는 우승이다. 아르헨티나는 축구 강국이다. 2명의 세계적인 슈퍼스타를 배출했다. 물론 아르헨티나에는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있다. 그러나 지구촌 모두가 인정하는 슈퍼스타는 최근 세상을 떠난 디에고 마라도나와 현역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다.

메시는 온갖 대기록을 수립했다. 지난 23일에는 바르셀로나에서 통산 644골로 축구황제 펠레가 갖고 있었던 단일 클럽 최다골도 경신했다. 기량으로 역대 누구도 메시를 능가할 수 있을지조차 분석하기 어렵다. 그러나 메시가 마라도나보다 뛰어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없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수많은 대기록을 양산했지만 그에게는 아직 월드컵 우승이라는 축구 선수 최고의 훈장이 없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으로 조국 아르헨티나에 통산 2번째 월드컵 트로피를 안겼다. 그는 진정한 슈퍼스타였다. 슈퍼스타는 기량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힘, 리더십도 갖고 있어야 한다. 리더십은 결국 우승으로 연결된다.

NBA 휴스턴 로키츠 가드 제임스 하든이 트레이드를 요구하는 이유는 오로지 우승이다. 현역 최고의 가드이고, MVP와 득점왕을 3차례 차지했어도 우승반지가 없으면 평가절하되는 게 NBA다. 당대 최고 선수였던 코비 브라이언트(작고)와 현역 최고 르브론 제임스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을 능가하지 못하는이유도 우승반지 수다. 조던 6, 브라이언트 5, 제임스 4개다.

그런데 야구는 다르다. 슈퍼스타가 팀 우승을 이끌지 못한다고 리더십 부족으로 단순 평가하기 어렵다. 때로는 큰 경기에 약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오롯이 슈퍼스타의 책임이 될 수 없다. KBO 리그만 해도 은퇴한 박용택, 김태균, 현역 이대호 등은 슈퍼스타이면서도 한국시리즈 반지는 없다. 그렇다고 팬들은 이들이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고 비난하지도 않는다. 야구 속성 때문이다.

야구는 매우 상대적이다. 한국시리즈에서 홈런타자와 정면 승부를 피할 수 있다. 바로 고의4구다. 2002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 VS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월드시리즈가 그랬다. 당시 SF는 홈런킹 배리 본즈를 확보하고 있었다. 시리즈 우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7차전에서 패했다. 에인절스는 철저하게 본즈를 피했다. 본즈는 7차전 동안 4개의 홈런을 쳤다. 역대 시리즈를 고려하면 MVP감이다. 하지만 승부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누상에 주자가 없을 때 홈런이다. 고의4구를 포함한 볼넷이 13개다. 통산 762개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 본즈는 월드시리즈 반지가 없다.

선발투수가 아무리 뛰어나도 매일 등판할 수 없다. 최대 1.4, 7차전이다. 선발 2승을 거두면 시리즈 MVP를 받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다른 종목은 다르다. 농구는 공격 때 나에게 볼이 온다. 득점을 올리면 된다. 축구도 수비에서 인의 장막을 펴도 볼은 오게 마련이다. 능력을 발휘하면 된다. 아이스하키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야구는 원천봉쇄가 가능하다. 슈퍼스타들의 우승반지가 유난히 없는 종목이 바로 야구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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