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석기팀장
LG 노석기 데이터분석 팀장이 지난 2월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최일언 투수코치와 트래킹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 | LG 트윈스 제공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LG 노석기 데이터분석 팀장은 김정준 해설위원과 함께 한국야구 전력분석의 시초다. 1990년대 중반, 당시만 해도 마냥 생소했던 전력분석원으로 활동한 그는 늘 소속팀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1990년대 LG가 황금기를 보내는 데 힘을 보탠 것은 물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SK가 왕조를 세우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2011년 11월 친정팀인 LG로 돌아온 노 팀장은 지난해부터 트래킹 데이터 열풍에 합류해 최점단 장비를 활용한 분석에 매진하고 있다.

어느덧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수치로 드러나는 시대다. 투수가 던진 모든 공의 회전수와 상하좌우 움직임은 물론 투수의 익스텐션(축발의 뒷부분부터 공을 던지는 손의 끝부분까지 거리)도 매순간 측정된다. 타자가 친 타구도 마찬가지다. 히팅포인트가 어디서 이뤄졌고 타구 회전의 방향과 속도, 임팩트시 각도까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LG는 지난해부터 트래킹 장비인 트랙맨을 1·2군에 모두 도입하며 첨단 데이터 활용을 본격화했다. 기존에 있던 전력분석팀을 데이터분석팀으로 통합하고 데이터분석팀에 트래킹 데이터 전문가를 꾸준히 영입하고 있다.

노 팀장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 “사실 예전부터 트래킹 데이터에 대한 관심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막상 접하고 나니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숫자들이 나열되더라”며 “과거 전력분석 방식으로는 내가 베테랑이 맞다. 하지만 트래킹 데이터에서 나는 초보다. 늘 배운다는 마음으로 트래킹 데이터를 연구하고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팀장이 바라본 트래킹 데이터의 장점은 막연함 혹은 주관적인 느낌을 객관적이고 구체화했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흔히 투수의 ‘공이 지저분하다’, ‘마지막에 차고 들어온다‘, ‘무겁다’는 표현을 많이 썼다. 그러나 막상 투수나 포수의 느낌과 타자가 접하는 느낌은 또 다른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트래킹 데이터를 통해 이전보다 공의 느낌을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됐다. 회전수, 무브먼트, 익스텐션을 통해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여전히 데이터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전달하지는 못한다. 트래킹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노 팀장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직 트래킹 데이터는 완성단계라고 보기 힘들다. 현재 시작단계에서 중간단계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종종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과 트래킹 데이터가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팀 김대현의 경우 패스트볼이 우타자 몸쪽으로 움직이면서 들어온다. 포수와 김대현을 상대하는 타자들 모두 이 부분을 높게 평가하는데 막상 트래킹 데이터로는 이러한 장점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회전수와 무브먼트에 있어 김대현의 패스트볼은 특별함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정리와 이해가 필요하다. 노 팀장은 트래킹 데이터를 “또다른 언어”라고 정리하며 분석원과 지도자, 선수 모두에게 공부 혹은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는 LG가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항상 포터블 트랙맨과 랩소도를 선수들 옆에 배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노 팀장은 “모든 데이터가 그렇듯 하나의 기준만 맹신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그러나 트래킹 데이터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부분이 많은 것은 확실하다. 시간을 두고 거울이 진화했고 각자의 모습을 선명하게 바라보게 된 것처럼 트래킹 데이터로 야구도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그런데 트래킹 데이터를 이해하기 위해선 마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선수들이 한 번이라도 더 보면서 트래킹 데이터에 친숙해지도록 캠프 내내 트래킹 장비를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LG는 현재 진행 중인 잠실구장 훈련시에도 타석에는 랩소도, 불펜에는 포터블 트랙맨을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캠프 기간에는 선수들이 삼삼오오 모여 트래킹 데이터를 두고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엘지투수들
LG 선수들이 지난 2월 호주 스프링캠프 중 모여서 트래킹 데이터를 두고 논의하고 있다. | LG 트윈스 제공

이러한 과정 속에서 LG 선수단의 트래킹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는 부쩍 높아졌다. 트래킹 데이터 선호도가 높은 젊은 선수들은 물론 베테랑 코치들까지 나란히 트래킹 데이터를 바라보고 논의한다. 노 팀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일언 코치님은 ‘너무 자세하게 하나하나 나오는 거 아닌가. 캠프에서는 선수들 컨디션도 안 올라왔는데 부담될 수 있다’는 입장이셨다. 그러나 이제는 트래킹 데이터 숫자를 모두 이해하고 계시고 찾아보신다”며 “선수들은 물론 코치님들에게도 트래킹 데이터가 우리 팀에서 언어로 정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실 전력분석원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많은 데이터가 나오는 게 부담이 된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분석원은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시대에 적응하고 발전하며 더 나은 결과를 내야한다”면서도 “그래서 꾸준히 데이터분석팀을 확장하고 있다. 예전처럼 두세 명이 전력분석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선수들과 지도자의 니즈에 맞출 수 있도록 늘 연구해야만 한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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