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일본이 올림픽 정상 개최에서 한 발 물러났다. 아베 총리는 23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새로운 방침은 제가 말씀드린 ‘완전한 형태’로 (올림픽을) 실시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만약 그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선수들을 우선해 연기 판단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요지부동이던 일본 정부가 올림픽 연기 가능성을 처음 밝힌 것.

일본 정부의 올림픽 연기 발언은 예정됐다. 시점의 문제였다. 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이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추세를 보면 올림픽의 정상 개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지고 있는 상황이며, 올림픽 예선전도 치루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올림픽 강행 의사를 보인다고 해도 한국을 포함한 각 국은 도쿄에 선수단을 파견하기 힘들다. 특히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

국제보건기구(WHO)가 공개하는 코로나19 국가별 감염 현황을 보면, 23일 현재 일본(1046명)과 일본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712명)는 따로 기재되어 있다. 일본의 요청으로 카테고리가 구분됐다.

확진자가 나온 크루즈는 바하마의 월드드림호도 있지만 일본 크루즈가 유일한 기타 상황이다. 올림픽 강행을 위한 자국 감염자 수를 줄이기 위한, 특혜이자 꼼수에 가까웠다.

아베 정부가 23일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연기를 언급했지만, 더 큰 문제는 일본 자체가 제2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하루 7500명 이상 검사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그럼에도 하루 1000여건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일본이 코로나19 검사를 억제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본 내에서도 아베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친 정부 성향의 산케이 신문도 “검사 총수를 단순 비교하면 한국은 일본에 30배 이상이다. 한국은 감기증세만 있어도 적극 검사를 하지만 일본은 고열이 나흘이상 지속되는 사람만 가능하다. 검사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다”라며 투명하지 않은 정부의 방역정책을 비판했다.

미국과 유럽 사례에서 보듯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면 코로나19는 빠르게 번진다. 그래서 전세계가 감염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예외다. 일본 전체가 배양접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일본이 올림픽을 차후에라도 개최하려면, 감염검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올림픽 선수단 뿐 아니라 사람들의 일본 방문 자체를 막아야 할 상황이다. 일본은 향후 지구촌의 감염고리가 될 여지를 스스로 키우고 있다. 아직 정상적인 올림픽 개최는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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