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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최근 메이저리그(ML)가 KBO리그처럼 안전그물망을 확장하고 있다. 이전엔 홈플레이트 뒤에만 그물망을 설치했는데 양쪽 파울폴까지 영역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시카고 컵스의 알모라 주니어는 자신의 타구에 어린 여자아이가 맞자 “다신 이런 장면을 보고 싶지 않다. 야구장 전체에 그물망을 설치해야 한다”며 괴로워했다. 관중의 깨끗한 시야도 중요하지만, 조금씩 안전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그런데 안전을 위해 꼭 그물망을 설치해야 할까? 올시즌을 앞두고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잠실구장 2층 관중석의 철재 난간을 강화유리 난간으로 교체해 시야방해를 최소화 했다. 그렇다면 1층 관중석도 그물망 대신 강화유리로 교체하면 되지 않을까. 잠실구장에 강화유리 시공을 한 업체를 수소문 했다. 구조용 금속공작물 제조업체 엔플랜의 허창범 팀장에게 연락이 닿았다.

안전문제부터 확인했다. “그물망 자리에 강화유리를 세우면 야구공에 파손되지 않냐”고 물었더니 허 팀장은 “야구공은 쇠붙이가 아니기에 강화유리가 깨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럼 다음 궁금증. 야구장 그물망 자리에 5m 정도 높이로 강화유리 설치가 가능한지 물었다. 그는 고속도로의 방음벽을 예로 들며 설치는 어렵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첫 째는 공사비다. 1m당 15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1, 3루 파울라인에 100m 길이로 설치한다면 약 3억원이 소요된다. 둘 째, 유리를 잡아주는 기둥이 그물망에 비해 많이 들어간다. 하부 일면을 지지하는 경우 현재 기술로 사용가능한 강화유리 최대폭은 4~5m다. 이때 필요한 골조의 두께가 약 30㎝다. 즉 5m 간격으로 꽂히는 기둥이 시야를 막을 수밖에 없다.

다른 대안도 있다. 허 팀장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투명한 PC(폴리카보네이트)로 제작하면 된다”고 했다. PC는 유리보다 가볍고 강한 재질이라 기둥을 훨씬 적게 세울 수 있고 그만큼 관중의 시야를 덜 가린다. 그러나 PC 또한 두 가지 단점이 있다. 이번에도 비용이 첫 번째다. 강화유리 보다 1.5배 더 비싸다. 게다가 플라스틱 소재라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변형이 생기기 때문에 1~2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유리 제작이 아니다. 허 팀장은 “강화유리를 받쳐주고 버티게 해주는 골조시스템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했다.한편 투명 그물망은 설령 제작하더라도 빛반사가 심해 적용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른 가능성을 찾아 국내 굴지의 유리생산업체 KCC에 자문을 구했다. 건축용 유리제작 기술관계자와 접촉했다. 그 역시 유리제작엔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것 보단 바람의 영향을 견딜 수 있는 프레임이 중요하다고 했다. 시야확보를 위해선 무조건 얇아야 하기에 고강도, 고경량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유리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 특수제작을 의뢰하면 20m 길이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한 장당 1억원 이상의 고비용이 발생한다며 현실성 문제를 논했다. 기술적으로 어려움은 없지만 시장성 문제와 함께 유리가 풍압에 휘청거리면 관객의 불안감을 자극하기에 그 부분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기술발전의 속도는 눈부시다. 역사를 되돌아 보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발상이 현실화됐다. 유리막으로 1층 관중석 하단부를 방어하는 건 허황되고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진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그물망이 아닌 유리창을 방패삼아 안전하게 야구를 보는 앞날을 상상하는 것 자체는 흥미롭다. 투명한 유리창을 스크린 삼아 홀로그램이나 가상현실과 같은 다양한 볼거리가 쏟아지는 미래의 야구장도 상상만으로 즐거울 수 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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