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2015년 스포츠 전문 사이트 ESPN은 여론조사를 통해 메이저리그 감독이 갖춰야 할 항목을 짚어봤다. 스카우트, 프런트 간부, 코치,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라 신뢰도가 높았다. 마운드 운용, 최고의 전략가, 선수와의 소통, 25명 현역 엔트리 활용, 독창적인 작전, 젊은 선수 육성, 언론과의 관계 등이 세부적 항목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감독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브루스 보치 감독(63)이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SF의 전력이 라이벌 LA 다저스에 처지면서 명성에 버금가는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짝수 해 우승 신화도 막을 내렸다. 올해로 MLB 감독 25년째인 보치는 스프링 트레이닝 때 “올시즌 후 현역 감독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2019년은 보치가 MLB에서 마지막 지휘봉을 잡은 시즌이며 은퇴 투어나 다름없다. 보치 감독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룬 3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은퇴 후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하다.

2014년 조 토리, 토니 라루사, 보비 콕스 등 3명의 레전더리들이 동시에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게 감독의 쿠퍼스타운 마지막 승차다. 토리 전 감독은 뉴욕 양키스에서 4차례 월드시리즈 우승, 라루사는 스파키 앤더슨 감독과 함께 유이하게 양 리그(오클랜드 에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우승, 콕스는 14년 연속 지구 우승과 한 차례 월드시리즈 반지를 끼었다. 포수 출신의 보치는 선수로서는 9년 동안 통산 타율 0.239, 홈런 26개, 타점 93개를 남겼다. 1995년 자신이 뛰었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감독으로의 첫 발을 뗐다. 샌디에이고에서 12년, 샌프란스시코에서는 13년 감독을 역임하게 된다.

자이언츠가 라이벌 다저스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힘은 보치였다. 두 팀은 1958년 뉴욕과 브루클린에서 나란히 서부로 프랜차이즈를 옮겼다. 뉴욕 자이언츠는 샌프란시스코로, 브루클린 다저스는 LA로 이전했다. 뉴욕 3국지 시대는 자이언츠가 압도적 우위를 지켰다. 자이언츠는 뉴욕에서 5차례 우승을 거뒀다. 브루클린 시절의 다저스는 뉴욕 양키스에게 허구한날 패해 1955년 6전5기 만에 유일한 우승을 맛봤다. 하지만 LA에서는 1959년을 시작해 5차례 트로피를 추가했다. 자이언츠는 1962년, 1989년, 2002년 번번이 정상 문턱에서 무릎을 끓었다. 다저스가 통산 우승에서 6회로 자이언츠(5회)를 앞지르면서 LA 팬들의 자부심도 커졌다. 이 틀을 깬 주인공이 바로 보치 감독이다. 2010, 2012, 2014년 짝수 해 우승으로 다저스의 정신적 승리도 허물어졌다.

최근 3년 동안 팀의 전력 약화로 퇴색됐지만 보치의 마운드 운용은 탁월했다. 여기서 말하는 마운드 운용은 결국 불펜이다. 선발진은 강팀이나, 약팀이나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전략을 짜는 면에서도 높은 평점을 받았다. 25명의 현역 엔트리 활용에서도 보치는 과감했다. 실제 자이언츠가 3차례 우승을 할 때 공격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포수 버스터 포지 정도다. 기자들도 보치를 좋아한다. 동네 아저씨처럼 자이언츠 출입기자는 물론 처음보는 기자들도 편안하게 대한다.

KBO 리그 개막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항목에 대입하면 현역 최고 사령탑은 두산의 김태형 감독이 될 것 같다. LG 류중일 감독은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의 훈장을 달고 있지만 2018시즌을 통해 삼성 시절과의 차이점을 보여줬다. 한동안 포수 출신 감독이 두각을 나타냈는데 올해는 투수 출신 감독이 3명이나 된다. 승패를 좌우하는 불펜 운용에서 상대적으로 이점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원천적인 자원이 운용보다 앞서는 게 프로야구다. 처음 감독을 맡은 NC 이동욱 감독과 KT 이강철 감독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2019시즌 빼놓을 수 없는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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