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지난해 9월24일 보비 에반스 제네럴매니저(GM)를 해고했다. 세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책임으로 옷을 벗었다. 7시즌 동안 자이언츠 단장을 지내고 베이스볼 오퍼레이션 사장으로 승진했던 브라이언 세이빈도 시즌 후 물러났다.

자이언츠는 라이벌 LA 다저스의 GM을 지낸 파르한 자이디(42)를 야구단 사장으로 영입했다. 당초 자이디의 수평 이동이 예상됐으나 사장으로 영전했다. GM 자리는 스프링 트레이닝 개막 20여일을 앞두고도 공석이다.

오프시즌 단장이 공석일 때 늘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이 ‘여성 최초’의 수식어가 붙는 중국계 미국인 김앵(KIM NG·50)이다. 김앵은 세이빈이 물러난 뒤 자이언츠 구단과 면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세이버 메트릭스 야구를 추구하는 자이디에게 돌아갔다. 메이저리그 프런트의 여성에 대한 유리 천장은 여전히 높다.

뉴욕 메츠, 볼티모어 올리올스의 단장 공석 때도 김앵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결과는 빈 손이었다. 메츠는 지난해 10월 스탠퍼드 야구부 출신 44세의 보디 밴 웨게넨을 임명했다. 웨게넨은 크리에이티브 아티스츠 에이전시(CAA)의 에이전트로 활동했다. 볼티모어는 시즌 후 11월에 댄 두켓의 후임으로 예일 대학 출신 36살의 마이크 엘리아스를 GM으로 선택했다.

명문 시카고 대학의 소프트볼 선수 출신의 김 앵은 그동안 LA 다저스를 비롯해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시애틀 매리너스, LA 에인절스 등의 단장 인터뷰를 거쳤다. 그러나 구단들은 인터뷰로만 그쳤다. 2005년 다저스는 인터뷰를 했으나 네드 콜레티를 단장으로 영입하고 김앵에게 부단장 직책을 줬다. 다저스 구장에서 만난 김앵은 단신이지만 똑똑하고 매우 야무진 인상이었다.

김앵의 메이저리그 프런트 경력은 1991년부터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프런트우먼으로 활동하며 MLB 구단 사상 여성 최초 및 최연소로 구단의 연봉조정 대표자로 나서 능력을 발휘했다. 1995년 당시 화이트삭스의 에이스급인 알렉스 페르난데스와 맞서 연봉조정 청문회에서 이겼다. 페르난데스의 에이전트는 스콧 보라스였다. 이후 검증된 능력으로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메이저리그 사무국 등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여성 최초의 GM 자리는 여전히 그녀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미국은 스포츠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다. 최초의 NFL 여성 심판, NBA 여성 코치 등을 발탁했다. 하지만 프런트는 여전히 백인 남성 위주로 견고하다. NBA 인디애나 페이서스는 지난해 12월 최초의 여성 부단장을 임명했다. 오랫동안 WNBA에서 프런트 업무를 맡았던 켈리 크라우스코프다. 텍사스 A&M 대학 농구 선수 출신이다. 여성은 부단장까지다.

그런 참에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가 여성을 새로운 단장으로 선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문가를 발탁하고 스포츠의 남여 동등이라는 차원이라면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히어로스의 최초 야구단 여성 단장은 야구를 희화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김앵이나 크라우스코트는 야구와 농구 분야에서 30년 가까이 종사한 전문가들이다. 능력도 검증됐다. 유리 천장에 막혀 단장에 오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히어로스가 선임한 임은주 단장은 축구 심판 출신이다. 야구 행정에 문외한이다. 한국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복잡하고 선수단 구성이 방대한 곳이 프로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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