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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16일 중국전에서 킥을 차기 전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두바이=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손흥민이 없어도 한국은 우승할 수 있어요.

토트넘 팬들이 지난 달 말 구단 SNS에 남긴 글이다. 손흥민이 매 경기 공격포인트를 쏟아내며 토트넘의 상승세를 이끌자 팬들이 불안해진 것이다. 손흥민은 지난 14일 맨유전을 마치고 아시안컵을 치르는 대표팀에 합류하기로 토트넘과 약속했던 상황이다. 하지만 그의 맹활약이 이어지면서 많은 이들이 손흥민의 ‘대표팀 차출 불가’를 외치고 나섰다. 그 중엔 “손흥민 없어도 한국은 우승할 수 있어요”란 호소도 있었다. 손흥민과 한국 대표팀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그의 아시안컵 차출을 철회하는 것이란 얘기였다. 물론 손흥민은 파울루 벤투 현 한국 대표팀 감독이 원할 경우, 무조건 붉은 옷을 입고 UAE에서 뛰어야 한다.

영국 언론도 손흥민의 아시안컵 참가를 주목하고 나섰다. 프리미어리그는 홀수해 1월에 벌어지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시즌 농사를 결판내는 1월에 아프리카 출신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그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른 팀에서 선수를 임대하거나 아예 완전 이적으로 데려오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아시안컵의 경우, 아시아 축구 수준이 떨어져 큰 관심을 못 받았는데 이번엔 손흥민 때문에 영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아시안컵 개최를 알게 됐다. 영국 언론은 “토트넘은 손흥민이 그리울 것”이라고 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출신의 크리스 서튼은 아시안컵을 가리켜 “미키마우스 대회다”고 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게 다 손흥민이 활약 덕에 생겨난 일이고, 발언이다.

이제 손흥민이 UAE에 와서 첫 경기 중국전을 치렀다. 중국과 경기가 끝난 뒤 증명된 것이 하나 있다. “손흥민 없이 한국은 우승할 수 있다”는 토트넘 팬들 생각은 잘못됐다는 점이다. 그가 없는 가운데 치른 1~2차전은 상대팀들이 사상 처음 아시안컵 본선에 오른 팀들(필리핀, 키르기스스탄)이었음에도 한국이 압도하지 못했다. 패스미스가 속출했고, 플레이의 완성도도 떨어졌다. 벤투 감독도 공격 부진을 인정할 정도였다.

손흥민은 전력의 절반 이상이었다. 월드컵에 두 차례나 출전했으며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활약했던 설기현 감독도 본지 칼럼을 통해 “손흥민이 오니까 다른 선수들이 편안해졌다. 전력을 끌어올리는 힘이 있는 선수”라고 칭찬할 만큼 손흥민은 달랐다. 전반 14분 결승포가 된 페널티킥 유도, 후반 6분 코너킥을 통한 쐐기골 도움은 피로와 상대의 거친 플레이 등 여러 변수 속에서 뛸 때 뛰고, 쉴 때 쉰 손흥민의 클래스를 보여준 순간이었다. 손흥민이 오면서 다른 태극전사들도 신이 났다. 팀이 한 방에 달라졌다.

토트넘은 주포 해리 케인까지 부상을 당해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대표팀에도 손흥민이 소중하다. 그가 있어야 우승이 가능하다. 지난 14일 도착해 사흘간 벤투호에서 증명한 손흥민의 존재감이 바로 그 것이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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