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올해 SK 와이번스를 우승시킨 트레이 힐먼 감독(55)은 2006년 일본 프로야구 니혼 햄 파이터스를 정상으로 이끈 바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거둔 성과로 2008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을 지냈다. 그러나 성적 부진으로 3시즌 35경기 만에 해고됐다. 힐먼은 2011시즌 LA 다저스 돈 매팅리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벤치코치로 발탁됐다. 메이저리그의 벤치코치는 KBO 리그의 수석코치와 같다. 뉴욕 양키스 슈퍼스타 출신인 매팅리(현 마이애미 말린스 감독)는 당시 감독 초년병이었다. 구단은 감독 경험이 있는 힐먼으로 초년병 매팅리 감독을 보좌하도록 했다. 3시즌 만에 다저스를 떠난 힐먼은 2015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A.J. 힌치 감독의 벤치코치를 역임했다.

지금 다저스를 이끌고 있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마찬가지다. 로버츠는 다저스 구단 사상 최초의 소수계 감독이다. 감독 겸험도 없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벤치코치가 전부였다. 2016시즌을 출발하면서 구단은 벤치코치로 오클랜드 에이스 감독을 지낸 봅 게렌을 앉혔다.

농구 집안에서 태어난 루크 월튼은 2016년 36세의 어린 나이에 농구 명문 LA 레이커스 감독으로 부임했다. 월튼의 아버지 빌 월튼은 농구명문 UCLA 출신으로 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유일한 우승을 안긴 명예의 전당 회원이다. 레이커스는 감독 경험이 없는 월튼을 사령탑에 앉히며 보완책을 세웠다. 덴버 너기츠 감독을 지냈던 브라이언 쇼를 헤드코치로 영입한 것이다.

미국은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단체 종목 대부분이 이런 패턴을 유지한다. 감독 무경험자가 지휘봉을 잡을 경우 벤치코치, 수석코치는 거의 감독 출신이 맡는다. 감독으로 실패한 경험은 보약이 된다. 미국은 스포츠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다(Money can’t buy experience)’는 격언을 믿는다. 기업의 구조조정도 경험이 짧은 직원이 우선 대상이다.

북미미식축구리그(NFL)의 로스앤젤레스 램스는 세인트루이스에서 프랜차이즈를 옮긴 지 두 시즌 만에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 이후 14년 만에 탈환한 지구 우승이었다. 올해도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램스는 지난해 코칭스태프로도 주목을 받았다. 램스는 2017시즌을 앞두고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오펜시브 코디네이터 출신의 31살 션 맥베이를 감독으로 앉혔다. NFL 역사상 최연소 감독이다. 그런데 디펜시브 코디네이터는 70세의 웨이드 필립스였다. 맥베이의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훨씬 많다. 필립스는 버펄로 빌스, 댈러스 카우보이스, 휴스턴 텍산스 등에서 감독도 지낸 백전노장이다. 언론은 공격에는 영건 감독, 수비는 베테랑 코치를 포진시킨 구단의 작품이 절묘했다고 평가했다. 풋볼(미식축구)은 경기 때 코치의 지시가 수시로 전달되기 때문에 코치가 치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구단은 감독 미경험의 코치에게 지휘봉을 안겼을 때 이 점을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한다. 하지만 KBO 리그는 감독의 의견을 존중해준답시고 이 점을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동기, 동문, 혹은 예전에 한솥밥을 먹은 인연으로 수석코치를 영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감독 초년병의 성공 확률이 낮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개인적으로 롯데 이종운, 조원우 감독의 실패도 이와 무관치않다고 본다. 감독이 초년병인데 그를 보좌하는 수석코치도 경험이 없었다. 144경기의 장기레이스를 돌파할 위기 관리능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NC의 이동욱 감독, 손민한 수석코치가 불안해 보이는 이유다. 둘 모두 경험이 부족하다.

감독으로 실패를 거듭했던 조 토리가 뉴욕 양키스에서 야구인생을 꽃피울 때 그의 옆에는 9살이나 나이가 많았던 산전수전 다 겪은 돈 짐머 벤치 코치(작고)가 있었다. 야구의 시즌은 매우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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