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 제네럴매니저의 원조격은 흑백 인종차별을 허문 브랜치 리키다. 브루클린 다저스 단장 재임(1943~1950년) 시절 만능 스포츠맨 흑인 재키 로빈슨을 1947년 메이저리그에 승격시켜 ‘다저스맨’으로 알고 있으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맨이다.

메이저리그 포수 출신의 리키는 1913년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단장을 시작했다. 1919년부터 1942년까지 카디널스의 GM을 역임했다. 인종의 벽을 허문 주역으로 유명하지만 현재의 마이너리그 팜 시스템을 구축한 주인공이 리키다. 이러한 공로로 1967년 뉴욕 쿠퍼스타운 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미국의 4대 메이저 종목 GM 가운데 역할이나 비중이 가장 큰 게 MLB다. 시즌이 가장 길고 선수단이 메머드급인 터라 로스터 조정은 GM으로부터 시작된다. 프로농구 NBA, 프로아이스하키 NHL도 시즌은 긴 편이지만 스타 플레이어 몇몇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NBA 샌안토니오 스퍼스 그렉 포포비치는 사장과 감독을 겸임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풋볼(미식축구) NFL은 감독의 영향이 크다. 슈퍼볼을 우승한 감독들은 로스터 구성의 권한도 갖고 있다. ‘미국의 팀’으로 통하는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제리 존스(76) 구단주는 사장, GM을 겸하고 있다. 경기 전후에 기자를 상대로 브리핑하는 이유가 GM 직책 때문이다. 성적이 부진할 때마다 존스 구단주에게 GM 직책을 내려 놓으라는 비난의 칼럼이 밧발쳐도 요지부동이다. 댈러스는 1996년에 마지막 슈퍼볼 우승을 했다.

MLB는 요즘 ‘베이스볼 오퍼레이션’이라는 부서를 운영하는 팀들이 꽤 있다. LA 다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가 대표적이다. 베이스볼 오퍼레이션 사장 밑에 단장을 둔다. 그러나 사장과 단장의 업무는 상충된다. 예전 KBO 리그 시스템으로 치면 단장과 운영부장이 야구단 운영 업무를 중복하는 경우다.

존스 구단주의 경우에서 보듯 GM의 역할은 팀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막중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올 시즌 막판 9월에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러 보비 에반스 단장을 해고했다. 시즌을 마친 뒤 자이언츠는 다저스의 GM 파르한 자이디(42)를 베이스볼 오퍼레이션 사장으로 영입했다. 파키스탄 이민자 출신인 자이디는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머니 볼의 주인공 오클랜드 야구단 사장 빌리 빈 밑에서 부단장을 지냈다. 세이브메트릭스의 선봉장 격인 자이디가 자이언츠 사장으로 임명된 뒤 올드스쿨 타입 브루스 보치 감독과의 관계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보치 감독은 3차례 월드시리즈를 우승한 명예의 전당 후보 감독이다. 기록을 바탕으로 한 선발 오더 작성에 절대적으로 매달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MLB는 단장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 선수단 구성과 성적이 좌우된다. 물론 전권을 준다. KBO 리그는 지금 시늉은 내고 있다. 10개 구단 가운데 7개 구단이 야구 선수 출신의 단장을 앉혔다. 이들이 MLB 처럼 전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없다. 인사권도 없다.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에 예전의 운영부장에서 타이틀만 단장으로 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KT는 시즌 후 이숭용 코치를 단장으로 임명한 뒤 며칠 후 이강철 감독을 발표했다. 허수아비 단장임을 스스로 밝힌 꼴이다. 실제 구단은 이숭용 단장에게 “당신은 2군만 맡아주면 된다”고 했다는 소문도 있다. 실질적인 2군 운영부장이란 얘기다. LG가 3년 사이 송구홍, 양상문, 차명석으로 이어지는 3명의 단장을 임명한데서도 잘 드러난다. 단장은 감독보다 더 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려야 하는 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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