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만 감독...마지막 선물은 우승!  [포토]
힐만 감독이 12일 KS우승이 확정지은 뒤 단상에서 하이파이브 하며 기뻐하고 있다. 2018. 11. 12 잠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신의 한 수였다. SK의 트레이 힐만 감독 영입은 8년 만의 한국시리즈(KS) 우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힐만 감독도 최고의 이별선물을 품에 안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시계추를 2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새 사령탑을 찾던 SK는 해외로 눈을 돌려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수많은 인물이 감독 후보로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SK는 일본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팀을 이끌었던 힐만 감독을 품었다. 2016년 10월 벽안(壁眼)의 감독이 SK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외국인 사령탑의 등장은 SK 구단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처음 한국을 찾은 힐만에 대한 걱정어린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힐만은 금세 걱정을 기대로 바꿔놓았다. 2006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을 우승시키고 고국으로 돌아가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감독까지 역임했던 힐만 감독은 미국와 일본의 장·단점을 접목시켜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냈다. 부임 첫 해였던 지난 시즌 SK를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이끌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올해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뒤 KS까지 진출해 올시즌 절대 1강으로 군림하던 두산마저 무너뜨렸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우승을 이끈 외국인 사령탑으로 역사에 족적을 남기게 됐고 한국과 일본 양국 프로야구 우승을 이끈 세계 최초의 사령탑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힐만 감독은 SK를 처음 맡은 뒤 팀 장점을 극대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2016년 팀 홈런 2위(182개)였던 SK는 힐만 감독 부임 후 2017년 팀 홈런 1위(234개)에 올랐고 올시즌에도 233개로 10개팀 중 가장 많은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거포군단’으로 자리매김한 SK에 부족한 점은 세밀함이었다. 힐만 감독은 수비 시프트와 적극적인 작전으로 약점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 SK 선수들은 처음엔 시프트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가졌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진정성을 갖고 선수들과 소통하며 설득에 나섰다. 종종 스퀴즈 번트를 시도하는 등 아시아 특유의 스몰볼도 곧잘 보여줬다. KS에서도 상대 매치업과 데이터에 맞게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바꾸는 등 변화무쌍한 용병술을 과시했다. SK 신임 감독이 된 염경엽 전 단장과도 수시로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야구관을 주고 받았다. 힐만 감독은 “단장과 의견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결과를 낸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샴페인 세례 힐만 감독...너무 기뻐요  [포토]
힐만 감독이 12일 잠실에서 열린 KS 6차전 승리로 우승을 확정짓자 샴페인 세례를 받으면서도 기뻐하고 있다. 2018. 11. 12 잠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외국인이면서도 정(情)이 넘쳤던 힐만 감독은 덕망도 높았다. 코치진과 선수들은 힐만 감독을 믿고 따랐다. SK 구단 관계자는 “1군 엔트리에서 선수를 뺄 때마다 힐만 감독은 그 선수를 따로 불러 제외하는 이유를 진심어린 모습으로 차근차근 설명했다. 선수들이 이해하고 잘 따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SK 에이스 김광현도 우승 직후 “감독님은 항상 선수를 먼저 생각해주셨다. 선수들에게 부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쉴 수 있다고 배려했다.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위로도 많이 해주셨다”며 고마워했다. 구단 직원들조차 감탄할 정도로 팬서비스가 탁월했고 솔선수범했다. 우스꽝스러운 변장을 하고 홈 관중석 단상에 올라가 팬과 호흡하기도 했고 일부러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뒤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한국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힐만 감독은 SK의 연장 계약 제안을 고사하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투병 중인 고령의 부모를 모시기 위해 돌아간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런 힐만 감독을 위해 SK 선수단은 하나로 똘똘 뭉쳐 KS 우승이라는 ‘아름다운 이별선물’을 만들었다. 우승 후 힐만 감독은 코치와 선수 한 명, 한 명을 모두 포옹해주고 감사인사를 나눴다. 몇몇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우승 축하연에서도 힐만 감독은 코치, 선수들과 마치 친구처럼 허물없이 어울리며 우승의 기쁨을 맘껏 누렸다.

힐만 감독은 오는 15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 내 그랜드 오스티엄에서 열리는 감독 이·취임식에 참석해 염경엽 신임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긴다. 이후 16일 일본으로 출국해 전 소속팀인 니혼햄의 초청행사에 참석한 뒤 한국에 잠시 들렀다가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한국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영원한 이별은 아니라고 여운을 남겼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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