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류현진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지난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LA 다저스 4번 타자 매니 마차도는 장타성 타구를 날리고 전력질주하지 않아 팬들과 전문가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마차도의 타구는 다저스타디움 좌측 펜스를 직접 맞혔다. 홈런으로 판단하고 천천히 베이스를 돌려고 했던 것이다. 마차도는 메이저리그에서 홈런 후 가장 천천히 베이스를 도는 타자로 유명하다.

프리에이전트(FA)가 된 마차도는 7월18일 볼티모어에서 LA로 트레이드됐다. 트레이드 전까지 24개의 아치를 그렸고 볼티모어에서 6시즌 반 동안 162개의 홈런을 날린 강타자다. 2사 후 스코어링 포지션과 1루 주자는 하늘과 땅 차이다. 마차도는 왜 월드시리즈와 같이 전국민들이 지켜보는 중요한 경기에서 허슬플레이를 하지 않고 비난받을 일을 자초했을까. 다저스타디움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서였다.

다저스타디움은 1962년에 개장됐다. 로스앤젤레스는 사막 기후에 가깝다. 낮과 밤의 온도 차가 크다. 4~5월, 9~10월 다저스타디움의 밤 공기는 무겁다. 낮에는 홈런성 타구가 밤에는 뻗질 않는다. 정확하게 스윗스팟에 맞지 않는한 좀처럼 홈런이 되질 않는다. 마차도는 무의식적으로 볼티모어의 캠든야드를 생각했을 것이다. 스윗스팟에 맞은 터라 홈런임을 직감하면서 ‘홈런 베이스러닝’을 했던 것이다.

서부의 다저스는 전통적으로 투수왕국이다. 이에 비해 동부의 양키스는 타자왕국이다. 숱한 슬러거들을 배출했다. 다저스는 1956년에 제정된 사이영상 수상자를 12차례나 배출했다. MLB에서 가장 많다. 3차례 수상한 샌디 쿠팩스, 클레이턴 커쇼 등을 포함해 8명으로 역시 역대 최다다. 투수왕국으로 손색이 없는 훈장이다. 사이영상 원년 수상자인 돈 뉴컴을 제외하면 나머지 투수들은 모두 다저스타디움을 홈으로 사용했다. 반면 다저스타디움에서 타격왕이 나온 것은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1962, 1963년 토미 데이비스가 유일하다. 같은 기간 홈런왕도 2004년 애드리언 벨트레, 2011년 맷 켐프 등 2명 뿐이다. 다저스타디움의 특성은 투타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콜로라도는 다저스와 정반대다. 콜로라도의 프랜차이즈인 덴버는 해발 1600m다. 타자에게 절대 유리하다. 쿠어스필드를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하는 이유다. 1993년에 창단된 콜로라도는 첫해 안드레스 갈라라가를 비롯해 지난 25년 동안 11차례의 타격왕을 배출했지만 사이영상 수상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다저스는 강타자 FA 영입이 쉽지 않다. 자체적으로 성장해도 FA가 되면 팀을 떠난다. 반면 콜로라도는 에이스급 투수 영입이 어렵다. 기록에서 절대적으로 손해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콜로라도는 앞으로도 월드시리즈 우승은 어렵다”고 극단적인 진단을 하기도 한다. 투수싸움에서 밀리는 탓이다.

문상열

FA 류현진은 13일(한국시간) 오전 7시까지 퀄리파잉 오퍼 수락 여부를 구단에 통보해야 한다. 이미 마음의 결정은 했고 통보도 했을 것이다. 사실 투수들은 다저스를 떠나면 다저스타디움이 얼마나 투수 친화 구장인지를 알게 된다. 몸담고 있을 때는 실감하지 못한다. 애리조나로 떠난 잭 그레인키만 봐도 알 수 있다.

2001시즌 후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FA 시장에 나왔을 때 언론은 다저스타디움과 원정에서의 방어율 차이를 지적한 적이 있다. 박찬호와 FA 계약을 하는 팀은 조심하라는 투였다. 박찬호는 에이스 부재로 고심하던 텍사스에 둥지를 텄다. 텍사스의 홈 글로브 라이프 파크 인 알링턴은 아메리칸리그판 투수들의 무덤이다. 다저스에서 통산 방어율 3.80을 유지했던 박찬호는 텍사스로 이적해 방어율 5.79의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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