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지난 3일(한국 시간) LA 다저스 류현진은 구단으로부터 퀄리파잉 오퍼(QO)를 받았다. 류현진은 오는 13일 구단의 QO를 수용할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를 통보해야 한다. 올해 프리에이전트로 QO를 받은 선수는 총 7명이다. 이제 공은 류현진에게 넘어 왔다.

1년 계약 연봉 1790만 달러(200억1220만 원)를 받고 다저스에 잔류하느냐, 장기계약을 맺으며 LA를 떠나느냐의 기로에 있다. QO는 1년 계약에 상위 125명의 연봉 평균으로 책정된다. 그동안 부상이 없었다면 당연히 QO를 거절하고 장기계약을 하는 게 정상이다. 투수에게는 개런티 장기계약이 우선이다. 건강한 몸으로 마운드에 섰을 때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투수다.

그러나 2013년 데뷔해 6년 동안의 투구이닝이 557.2이닝에 불과하다. 잇딴 부상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게 딱 한 시즌(2013년) 뿐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장기계약에 위험 부담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자칫 ‘먹튀론’이 나올 수 있다. 류현진(31)보다 한 살 어린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가 옵트아웃을 선언하지 않고 3년 계약으로 연장한데서도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프리에이전트 시장을 늘 쥐락펴락하는 슈퍼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흥미롭다.

QO는 노사단체협약에 의해 2013년부터 시작됐다. QO를 거절한 선수와 FA 계약을 맺을 경우 계약 구단은 전 소속 팀에 드래프트 권리를 넘겨 준다. 지난해까지 QO를 제시받은 선수는 총 73명이었다. 이 가운데 구단의 제시를 수락한 선수는 단 5명에 불과하다. 투수 브렛 앤더슨, 제레미 헨드릭스, 내야수 닐 워커, 외야수 콜리 라스무스, 포수 맷 위터스 등이다.

2017년에도 9명의 선수가 QO 를 제시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이 가운데 캔자스시티 로열스 3루수 마이크 무스타카스, 콜로라도 로키스 마무리 그렉 홀랜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우완 랜스 린 등은 FA 장기계약에 실패하고 찬밥 신세가 됐다. QO 연봉은 1740만 달러(194억5320만 원)였다. 무스타카스는 둥지를 찾지 못하다가 2018년 3월7일에 친정 로열스와 1년 55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2019년은 상호 옵션이 포함돼 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밀워키로 이적해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 홀랜드는 개막을 앞둔 4월1일 세인트루이스와 1년 1400만 달러(156억5200만 원)에 계약했다. 홀랜드는 잇단 부진으로 7월에 세인트루이스에서 방출됐다. 린은 3월12일 미네소타 트윈스와 1년 연봉 1200만(134억1600만 원) 달러에 계약했다. 7월31일에는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됐다. QO를 거절하고 찬밥이 된 3명 가운데 무스타카스와 홀랜드 등 2명은 보라스의 고객이다. 보라스가 만병통치는 아니다.

류현진이 QO를 받은 상황은 2001년 12월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FA 계약 때와 흡사하다. 다저스는 FA가 된 박찬호에게 ‘연봉조정(Salary Arbitration)’ 1년 계약을 지시했다. 당시에도 연봉조정을 제시해야 선수의 등급에 따라 드래프트 권리를 받을 수 있었다. 박찬호는 다저스의 제시를 거절하고 12월22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6500만 달러(726억7000만 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도 에이전트는 보라스였다. 박찬호는 당시 FA 시장에서 랭킹 1위의 선발투수였다.

FA 시장은 지난해 폭락했다. 국내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알려진 보라스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2019시즌에 32세다. 아직은 젊다. 1년 QO 를 수락해도 결코 나쁜 계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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