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다저스타디움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40년 만에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LA 다저스는 역사를 되풀이했다. 1977, 1978년 2년 연속 뉴욕 양키스에 무릎을 꿇었던 다저스는 40년 후 2017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2018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1승 4패로 또다시 눈물을 삼키고 말았다. 더구나 안방에서 상대 팀이 샴페인을 터뜨리게 했다는 점에서 다저스 팬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988년 마지막 우승 이후 30년 만에 정상 탈환의 기회를 잡았으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이해하기 어려운 투수 교체로 물거품이 됐다. 로버츠는 5차전에 앞선 식전행사 소개 때 팬들로부터 심한 야유를 받았다. 감독이 홈팬에게 야유를 받는 것는 매우 드문 케이스다. 프로 스포츠에서 홈팬의 야유보다 심한 굴욕은 없다.

팬들은 보스턴과의 월드시리즈 내내 보여준 로버츠의 투수 교체에 잔뜩 화가 났다. 특히 4차전은 스스로 이번 시리즈의 무덤을 판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죽했으면 일반 팬이나 다름 없는 도널드 드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투수 교체가 잘못됐다고 포스팅했을까. 로버츠는 대통령의 트위터 포스팅에 “경기를 시청해줘서 고맙다”면서 “팬 한 명의 지적일 뿐”이라고 투수 교체의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로버츠는 모든 야구팬들의 심정이 트럼프 대통령과 똑같다는 점을 간과했다.

2018년 월드시리즈에서 로버츠의 투수 교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단 하나 이해되는 부분은 이 야구를 로버츠가 아닌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이 하고 있다는 점 뿐이다. 세이버메트릭스를 앞세운 머니볼의 한계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로버츠를 보게 되면 회사의 ‘바지 사장’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클랜드 빌리 빈 사장으로부터 비롯된 ‘머니볼’은 이제 일반화돼 있다. 빈은 ‘저투자 고효율’의 야구로 칭송을 받고 있지만 단장부터 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프리드먼도 시장이 작은 탬파베이에서 2008년 구단 창단 이래 첫 월드시리즈 진출로 주가를 높여 능력을 인정받았고 2014년 10월 다저스에 총 연봉 3500만 달러(약 397억6350만 원)를 받고 영입됐다. 프리드먼은 철저한 세이버메트릭스 야구를 추구한다. 로버츠의 좌우놀이 매치업도 프리드먼의 작품이라는 것은 다저스 출입기자들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의 한계도 월드시리즈 진출까지다. 3차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우승반지는 없다.

그러나 상대편 보스턴 레드삭스 데이브 돔브로우스키 사장은 다르다. 올드 스쿨 타입이다. 2015년 시즌 도중 그가 디트로이트 단장에서 해고되자 보스턴은 ‘이게 웬 떡이냐’며 영입했다. 돔브로우스키는 오자마자 투수력을 보강했다.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렐(애틀랜타), 선발 좌완 크리스 세일(시카고 화이트삭스), 우완 릭 포셀로(디트로이트) 등을 영입하면서 내준 유망주가 무려 10명이다. 하지만 2018년 통산 9번째 우승으로 큰 보상을 받았다. 돔브로우스키는 플로리다, 디트로이트, 보스턴에서 프런트 결정권자로 재임하며 모두 팀을 월드시리즈에 진출시켰다. 1997년 플로리다, 2018년 보스턴에서 두 차례 우승을 일궈냈다.

프리드먼은 유망주 보호를 위해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는 피한다. 프로 구단의 지상 목표는 우승이다. 우승을 위해 팜팀을 육성하고 트레이드를 하고 프리에이전트를 영입하는 것이다.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서 아쉬움을 삼킨 다저스는 오프시즌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의 거취와 로버츠 감독의 재계약 여부가 가장 큰 이슈다. 아울러 FA자격을 얻는 류현진도 다저스와 결별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경기 후 류현진은 “시리즈에서 패해 아쉽다”고 밝힌 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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