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미국은 지난 5월 대법원에 의해 스포츠 도박이 합법화됐다. 앞으로 미국의 스포츠 도박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스포츠 도박에서 낭패를 보기 일쑤인 종목이 야구와 골프다. 도박사들도 번번이 틀린다. 의외성이 가장 크다. 그래서 ‘볼은 작으면 작을수록 이변이 많다’는 속설이 나왔다. 시즌 전 도박사들이 예상한 월드시리즈 팀과 실제 우승 팀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KBO 리그는 의외성이 적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LA 다저스-밀워키 브루어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시리즈 전망을 선발과 불펜의 싸움이라고 했다. 다저스는 선발, 밀워키는 불펜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밀워키는 선발, 불펜을 떠나 콜로라도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28이닝 동안 단 2점을 허용하는 막강 투수진을 과시했다. 콜로라도는 공격의 팀이다. 홈런 더비 1, 2위 놀란 아레나도(38개)와 트레버 스토리(37개)를 보유했다. ‘방패’로 ‘창’을 막은 밀워키의 마운드는 더 높아 보였다. 그러나 모든 기록은 상대적이다.

다저스는 원정 밀러파크에서 1승1패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홈으로 돌아왔다. 초반 2경기에서 전문가들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선발이 강하다는 다저스는 1차전 클레이튼 커쇼와 2차전 류현진이 모두 5회까지 버티지 못했다. 선발 1패 방어율 7.36이다. 7.1이닝에 12안타(2홈런), 2볼넷, 6삼진, 7실점으로 부진했다. 상대적으로 선발이 취약하다는 평가의 밀워키는 승패 없이 방어율 1.17을 기록했다. 1차전 선발 지오 곤살레스는 바람잡이 성격이 짙었다. 밀워키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은 선발에게 2이닝을 책임지게 하고 3회부터 불펜야구를 펼쳤다. 2차전 선발 웨이드 마일리는 5.2이닝 동안 2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4명 가운데 최상의 피칭을 했다. 밀워키로서는 2차전 패배가 뼈아팠을 수밖에 없다. 선발 마일리가 기대 이상의 호투를 했으면 불펜은 이를 지켜야 했다. 밀워키는 플레이오프 ‘파이널 포’에 진출한 팀 가운데 디비전시리즈에서 선발진이 12.2이닝만을 책임져 가장 적은 이닝을 소화했다. 반면 불펜진은 15.1이닝을 던져 2승 방어율 1.17을 기록했다.

밀워키의 막강 불펜은 다저스를 만나 명성이 무색해졌다. 9실점 가운데 8점이 불펜진에서 허용한 점수다. 오히려 불펜은 다저스가 더 강했다. 밀워키 불펜은 다저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2경기에서 10.1이닝 동안 14안타(1홈런), 4볼넷, 14삼진, 8실점으로 방어율 6.97이다. 다저스로서는 원정 1승1패의 성적보다 밀워키 불펜진을 무력화시킨 게 더 큰 소득이다. 이에 비해 다저스 불펜은 9.2이닝에 6안타(2홈런), 5볼넷, 10삼진, 2실점, 방어율 1.86으로 완벽에 가까웠다. 특히 페드로 바에스의 활약이 돋보였다. 시속 155㎞(97마일)의 강속구를 뿌리는 바에스는 지난해 후반기들어 부진을 면치 못했다. 팬들은 바에스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야유를 보냈다. 결국 2017년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에도 불구하고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올 포스트시즌에서는 완전히 달라졌다. 디비전시리즈를 포함해 4경기에 등판해 4.2이닝 동안 1안타, 2볼넷, 7삼진, 무실점으로 언히터블급 피칭을 했다. 2차전애서 저스틴 터너의 역전 투런홈런에 힘입어 4-3으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바에스의 1.1이닝 무실점 역투 덕분이다.

챔피언십시리즈에 오른 4팀 가운데 선발을 가장 길게 끌고 가는 팀이 디펜딩 챔피언 휴스턴이다. 휴스턴은 보스턴과의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을 포함해 4승 가운데 3승이 선발승이다. 메이저리그 30개팀 가운데 선발 3명(저스틴 벌랜더, 게릿 콜, 댈러스 카이클)이 200이닝 이상을 투구한 유일한 팀이다. 밀워키는 포스트시즌 4승 가운데 욜리스 차신의 1승이 유일한 선발승이다. 불펜야구를 하는 팀이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3경기에서는 어떤 패턴의 마운드 운용이 나타날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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