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의 가을 야구는 늘 얘깃거리가 풍성하다. 전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터라 미 전역에서 모여드는 수많은 미디어 관계자들의 취재도 화제성으로 가득찬다. 30개 구단이 경쟁하는 메이저리그는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어려워 얘깃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밀워키 브루어스는 지난 8일(한국 시간) 쿠어스필드에서 홈팀 콜로라도 로키스를 6-0으로 제치고 디비전시리즈 3승으로 가장 먼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구단 사상 통산 3번째 챔피언십결정전 진출이다. 2011년 이후 7년 만이다. 밀워키는 1969년 아메리칸리그 시애틀 파일러츠가 프랜차이즈를 옮겨 1998년부터 내셔널리그로 편입됐다.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아보지 못한 7개 팀 가운데 한 팀이다.

디비전시리즈는 MVP를 선정하지 않는다. 이번 시리즈의 수훈 선수를 꼽으라면 38세의 포수 에릭 크라츠를 들 수 있다. 팀의 주전 포수는 매니 피냐다. 밀워키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은 2차전부터 크라츠를 선발로 기용했다. 크라츠는 17년 전인 2002년 드래프트 29라운드에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지명을 받았다. 이 때부터 올해까지 그의 마이너리그 여행은 쉼없이 이어졌다. 크라츠가 전전한 마이너리그 팀만 무려 30개다. 올해도 뉴욕 양키스 트리플A에서 할동하다가 밀워키로 트레이드됐다. 2015년부터 거친 메이저리그 팀도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비롯해 보스턴 레드삭스, 시애틀 매리너스, LA 에인절스 등 11개 팀이다. 이쯤돼야 진정한 저니맨이다.

30세였던 2010년에야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올해 38세로 MLB 사상 최고령 포스트시즌 데뷔 포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2015시즌 빅리그에서 때린 총 안타수가 5개, 2016년 8개, 2017년 2개였지만 올해는 48개다. 괄목할 만한 도약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뽑아낸 안타는 더욱 값졌다. 안타 5개에 2타점이다. 2차전에서는 4타수 3안타 1득점으로 팀 승리에 도움을 줬다. 경기 후 MLB 네트워크과의 인터뷰에서 눈시울이 붉어졌고 울먹거렸다. 지난 17년 동안의 저니맨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을 법했다. 크라츠의 성공 신화는 포스트시즌 초반의 가장 큰 스토리다.

크레이그 카운셀은 마이너리그 지도자 생활도 거치지 않고 2015년 빅리그 감독으로 직행한 3명 가운데 한 명이다. 명석한 두뇌가 한몫했다. 사립 명문 노터데임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야구를 하지 않았으면 변호사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2010년 인터넷 사이트 스포츠 네이션의 조사에 따르면 메이저 종목에서 가장 스마트한 선수 20명 가운데 13위에 랭크됐다. 1992년 드래프트 11라운드에서 콜로라도 로키스에 지명됐으나 1995년 빅리그 데뷔 후 3경기 출전 만에 플로리다 말린스로 트레이드됐다. 현역 시절엔 선수들이 뽑은 ‘가장 재능이 부족함에도 메이저리거로 활동하는 선수’로 지목되기도 했다. 작은 체구(183㎝, 81㎏)에 평균 이하의 어깨, 수비, 타력의 내야수였다. 그러나 카운셀은 메이저리그 선수로는 부족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16년이나 활동했다. 올스타게임에는 한 차례도 뽑히지 못했다. 통산 타율 0.255에 홈런 42개, 타점 390개의 성적을 남겼다.

진기록도 갖고 있다. 1997년 플로리다 말린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7차전 결승점을 올린 주인공이다. 애리조나에서는 2001년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 MVP도 수상했다. 이제 관심은 선수로 두 차례 월드시리즈 결승점을 올린 그가 감독으로서도 챔피언이 될 수 있을지 여부다. 그는 “아직 우리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게 아니다”라며 다음 상대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 상대’는 류현진의 LA 다저스다. 밀워키와 LA 다저스는 13일부터 7전 4선승제의 NLCS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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