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림니스트] LA 다저스 류현진은 2013년 미국에 진출했다. 데뷔 후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며 주가를 높였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능가하는 투구내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 2015시즌을 앞두고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어깨를 다치면서 사실상 두 시즌을 접었다. 재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어깨 수술은 재기 성공 확률이 50% 밖에 안된다. 투수 생명을 거는 도박이다. 이른바 ‘토미 존 서저리’로 통하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은 개기 성공률이 85%에 가까울 정도로 높다. 어깨 수술은 투수에게 치명적이지만 팔꿈치 수술은 맹장 수술 쯤이라고 보면 된다. 류현진의 재기에 회의적이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수술 후 거의 2년을 뛰지 못한 류현진은 2017년 일단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126.2이닝을 던져 5승9패 방어율 3.77을 기록해 수술 후 성적으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다저스 출입기자들은 수술 전후 구속 차가 크다는 이유로 의문부호를 달았지만 다저스 전속해설자인 ‘불독’ 오렐 허샤이저는 류현진이 등판할 때마다 늘 “어깨 수술을 받고 2년 만에 마운드에 오르는 게 대단하다”며 옹호했다. 수술 후 류현진의 재기를 도왔던 김용일 LG 트레이닝 코치는 2017년 2월 애리조나 글렌데일 캠프에서 “올시즌 다저스가 류현진을 관리해준다면 내년에는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자가 그해 12월 잠실야구장을 방문했을 무렵 결혼 날짜를 잡아둔 류현진은 김 코치와 개인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김 코치는 “(류)현진이가 저렇게 열심인 적은 없었다. 감기가 걸렸는데도 마스크를 쓰고 나와서 훈련하고 있다. 원래 류현진이 약간 ‘농땡이’ 과인데 절박감을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 코치의 전망처럼 류현진은 2017시즌보다 2018시즌 구위가 훨씬 좋아졌다. 비록 사타구니 부상으로 규정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페넌트레이스 승부처에서 3연승을 거두며 ‘머니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고비마다 화끈한 기량을 과시하는 선수를 연봉 값어치를 한다는 뜻에서 ‘머니 플레이어’라고 한다. 류현진은 지구 라이벌 샌디에이고, 애리조나, 샌프란시스코전의 3연전 시리즈 첫 판에 등판해 모두 승리를 이끌며 스토퍼 구실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이맘 때와 현재 다저스 마운드에서 류현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히 달라졌다. 2017년 다저스 코칭스태프는 재기에 성공한 류현진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5전3선승제의 디비전시리즈의 엔트리 제외는 이해될 수 있었다. 그러나 투수가 한 명 더 필요한 7전4선승제의 챔피언십시리즈와 월드시리즈에서도 류현진의 이름은 없었다. 불안해서다. 방어율은 3.77이었으나 강한 타구를 자주 허용했다. 126.2이닝 동안 홈런 22개를 내줬다. 데뷔 후 최다 홈런 허용이었다. 집중력이 배가 되는 플레이오프는 한 방 승부로 결정난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류현진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류현진의 포스트시즌 엔트리 제외는 다저스 출입기자들에게도 이슈가 되지 못했다. 볼의 위력이 답이었다.

다저스는 1일(한국 시간) 2018정규시즌 최종전에서 라이벌 샌프란시스코를 15-0으로 꺾었다. 콜로라도도 워싱턴을 12-0으로 눌러 두 팀(91승71패)은 지구 우승을 놓고 2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단판승부로 펼쳐지는 타이브레커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경기 결과에 따라 다저스는 안방에서 애틀랜타와 디비전시리즈를 치르느냐 아니면 중부지구 시카고 컵스 또는 밀워키와 와일드카드 원정경기를 치르느냐가 갈린다. 포스트시즌 등판 여부는 2일 결과에 달라진다. 류현진은 2013년과 2014년 플레이오프에서 총 3차례 선발등판해 1승 방어율 2.81을 기록중이다. 가을야구에도 강하다. 류현진이 다저스에서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는 2018년 가을야구 마운드에 서는 모습을 팬들은 기다리고 있다.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