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18일(한국 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린 콜로라도 로키스-LA 다저스의 피날레 3연전은 2018시즌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우승 향방을 가늠하는 시리즈가 될 수 있는 승부처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경기 전부터 “9월의 플레이오프”라며 물러설 수 없는 시리즈임을 드러냈다. 1993년 창단된 콜로라도는 아직 한 차례도 지구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는 터라 다저스보다 더 절박하다. 4차례 플레이오프 진출은 모두 와일드카드였다.

승부처 시리즈의 첫 경기 선발 등판은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더구나 류현진은 콜로라도전 통산 전적이 3승6패 방어율 5.77로 지구 라이벌 팀 가운데 가장 나쁘다. 특히 3번 타자 놀란 아레나도는 류현진의 천적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홈런 3개를 포함해 16타수 10안타(0.625) 7타점으로 류현진을 두들겼다. 다만 류현진이 올시즌 다저스타디움에서는 3승2패 방어율 1.51로 언터히터블급이었다는 점이 위안거리였는데 그는 강타자들이 즐비한 콜로라도를 상대로 안방에서 강했던 기세를 고스란히 이어갔다. 자세부터 달랐다. 초반부터 구속이 심상치 않았다. 평소보다 2~3㎞ 더 빨랐다. 류현진은 7이닝 동안 4안타만을 내주며 무실점으로 역투해 팀의 8-2 승리를 이끌었다. 류현진은 지난 달 87일 샌디에이고전 이후 4경기 만에 시즌 5승째를 추가했고 전날 콜로라도에 지구 선두를 내줬던 다저스는 선두를 탈환했다. 류현진은 “오늘은 마음먹고 던졌다. 며칠 전부터 아레나도를 어떻게 공략할지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다저스 전담 라디오방송 KLAC의 캐스터 찰리 스타이너는 8회 류현진이 알렉스 우드와 교체된 뒤 “류현진은 콜로라도의 강타선을 상대로 한 번도 위기에 몰리지 않았다. 정말 센세이셔널한 피칭을 했다”고 평가했다. 3연전의 첫 판을 승리로 장식하며 스토퍼 역할을 해낸 것이다. 다저스는 19일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 20일 파이어볼러 루키 워커 뷸러가 선발로 예정돼 있어 시리즈 싹쓸이도 가능해졌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은 큰 경기에 강하다. 오늘 모든 게 좋았다”고 칭찬했다. ‘빅 게임 류’라고 할 만하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제임스 실즈는 탬파베이 시절 큰 경기에 강해 ‘빅 게임 제임스’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1908년 NBA LA 레이커스의 쇼타임 시대를 연 주인공 제임스 워시도 승부처에서 강해 ‘빅 게임 제임스’로 통했다.

다저스 출입기자들은 승부처인 콜로라도전 무실점 무4구 피칭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플레이오프 선발 등판 가능성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류현진은 사타구니 부상 후 7경기에 선발등판해 40.2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 42개를 솎아낸 반면 볼넷은 3개에 그치는 완벽한 제구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 중 4경기에서는 볼넷없는 피칭을 했다. 로버츠 감독은 “직구, 커트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등이 다 좋았다”고 했다. 이 구종들이 양 사이드를 찌르며 콜로라도 타선을 무력화했다.

7회 1사 1루서 6번 타자 이언 데스몬드에게 처음으로 3-0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으나 연속 스트라이크를 던진 뒤 2루수 병살타를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볼넷에 잔뜩 신경썼다. 주자를 출루시키면 안되겠다 싶어 홈런을 맞더라도 가운데로 던지자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투구수는 시즌 최다 타이 93개(스트라이크 63)였다.

공격의 선봉에 선 톱타자 작 피더슨은 콜로라도 선발 존 그레이로부터 좌월 선두타자 홈런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피더슨은 통산 8번째 멀티 홈런 및 2루타 등 4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으로 활약했다. 류현진에게 결정적인 승리를 안겨준 것은 클린업히터 맥스 먼시였다. 3-0으로 앞선 3회 말 무사 1, 2루서 그레이의 슬라이더를 통타하는 3점짜리 중월 쐐기 홈런을 터뜨렸다. 2018년 다저스 센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 먼시의 시즌 33호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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