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미국은 이제 풋볼(미식축구)의 계절이다. 짧은 시즌이지만 임팩트는 강력하다. 정규시즌 게임수가 대학은 12경기, 프로 (NFL)는 16경기를 소화한다.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를 대장정이라고 하는 이유다. 그러나 감독의 연봉은 게임수와 반비례한다.

2013년 ACC(Atlantic Coast Conference) 소속의 플로리다 주립대를 내셔널 챔피언으로 이끈 짐보 피셔 감독(52)은 오프시즌 SEC(Southeastern Conference)의 텍사스 A&M 대학으로 이적했다. 피셔는 10년 계약에 총 연봉 7500만 달러(843억 원)에 계약했다. 현재 대학풋볼 감독 연봉으로는 앨라배마 대학을 5차례나 전국챔피언에 올려 놓은 닉 세이번이 1112만5000 달러(125억450만 원)로 역대 최고다. 2020년 라스베이거스로 프랜차이즈를 이적하는 오클랜드 레이더스는 스포츠 전문채널 ESPN해설자 존 그루덴과 10년 1억 달러 계약을 맺고 감독으로 영입했다. 미국 스포츠 역사상 초유의 천문학적 감독 계약이다. 연봉 1000만 달러다.

메이저리그는 선수들의 연봉이 고공비행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프리에이전트 시장이 잠시 얼어 붙어 슈퍼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큰 손해를 봤으나 선수들의 연봉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감독의 연봉은 뒷걸음질 치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USA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MLB 최고 연봉 감독은 3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을 이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브루스 보치, 시카고 컵스 조 매든, LA 에인절스 마이크 소시아 등 3명으로 600만 달러(67억4400만 원)다. MLB 역대 최고 연봉 감독은 전 뉴욕 양키스 조 토리로 2007년 750만 달러(84억3000만 원)였다.

올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의 시즌 최다승 경신에 도전하고 있는 신임 알렉스 코라 감독의 연봉은 80만 달러(8억9920만 원)에 불과하다.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먼 감독(연봉 1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감독 3년 차인 시애틀 매리너스 스콧 서비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를 달리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브라이언 스니트커도 80만 달러다. NFL의 코치 수준만도 못한 액수다.

MLB 30명의 감독 가운데 21명이 150만 달러 이하의 연봉을 받는다.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 A. J. 힌치의 연봉이 150만 달러다. LA 다저스를 5년 연속 지구 우승과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로 이끈 데이브 로버츠는 옵션을 끌어 모아야 110만 달러에 불과하다.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은 2014년 10월 5년 3500만 달러 계약으로 영입됐다. 연봉 700만 달러다. 야구는 감독의 게임이 아닌 게 연봉으로도 드러난다.

2018년 MLB 선수 평균 연봉은 400만 달러(44억9600만 원)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테리 프랑코나, 볼티모어 오리올스 벅 쇼월터 감독 등 2명이 이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구단들은 셋업맨급의 불펜투수를 영입하는데는 연봉 300만 달러를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투자한다. 선수 연봉에 대입하면 감독은 불펜투수급도 아니다. 프로 세계에서 돈은 곧 영향력이다. MLB 감독의 영향력이 작을 수밖에 없다.

구단주들은 이제 감독에게 투자하지 않는다. 아트 모레노 구단주가 소시아에게 종신계약이나 다름없는 10년 5000만 달러 계약을 제시한 것은 옛날 일이다. 2000년 LA 에인절스 지휘봉을 잡은 소시아는 현역 최장수 감독이다. 결국 야구는 필드매니저가 아니라 책상에서 컴퓨터로 기록과 시스템을 파악하는 세이버 매트릭스가 하는 셈이다. 올해 은퇴한 워싱턴 내셔널스 외야수 제이슨 워스는 “수퍼 너드(super nerd)들이 야구를 망친다”고 혹독하게 비난했다. 수퍼 너드는 책상 앞에서 숫자로 시프트와 타순을 조정하는 단장들을 의미한다. 이제 타순도 마음대로 짜지 못하는 게 MLB 감독의 현실이 됐다. 이에 비해 KBO 리그에서는 감독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감독 10명 전원이 선수 평균 연봉(1억5026만 원)을 크게 웃도는 대우를 받고 있다. KBO 리그에서 야구는 ‘감독의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