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선발 투수를 평가하는 척도 가운데 하나는 타자를 처음, 두 번째, 세 번째 상대할 때의 처리 능력이다. 에이스급 투수는 처음이나 두 번째, 세 번째 상대에서 안타 허용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4, 5선발급은 이 차이가 두드러진다.

LA 다저스 류현진도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통산 기록을 보면 처음 피안타율 0.253, 두 번째 0.244, 세 번째 0.267이다. 그러나 올해는 타순이 돌 때 차이가 컸다. 첫 상대 0.186(86타수 16안타), 두 번째 0.229(70타수 16안타), 세 번째 0.143(35타수 5안타)이었다. 세 번째 피안타율이 낮은 것은 교체되면서 자주 상대하지 않는 점이 한 몫했다.

류현진은 6일(한국 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일찌감치 플레이오프가 좌절된 뉴욕 메츠를 상대로 시즌 5승에 도전했다. 하지만 6이닝 동안 11안타 8삼진 5실점(3자책점)으로 시즌 2패째를 맛봤다. 11안타는 한 경기 최다 안타 허용 타이 기록이다. 방어율은 2.47로 소폭 상승했다.

3회까지는 9타자를 완벽하게 처리했다. 상대 잭 휠러(10승7패 방어율 3.39)도 류현진과 맞붙어 퍼펙트로 맞섰다. 그러나 4회 두 번째 타순을 맞으면서 류현진은 우익선상 2루타를 포함해 집중 4안타와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의 실책으로 3점을 내줬다. 선취 3점을 얻은 휠러도 4회 말 두 번째 타순에서 저스틴 터너의 내야안타와 맥스 먼시의 시즌 32호 중월 2점 홈런으로 곧바로 2실점했다.

류현진은 볼넷을 허용하지 않아 11안타를 맞고도 투구수 88개(스트라이크 64개)로 6이닝을 버텼다. 스트라이크 비율 73%에서 알 수 있듯 커맨드는 매우 좋았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은 잘 던졌다. 불행하게도 수비가 받쳐주지 못했다. 라인스코어로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많은 안타를 내줬지만 소프트 콘택트였다”며 류현진의 투구에 높은 점수를 줬다.

류현진으로서는 ‘안풀리는 날(bad day)’이었다. 실책은 1개로 기록됐지만 메이저리그답지 않은 엉성한 수비가 속출했다. 류현진도 “오늘은 안되는 날이었다. 빨리 잊어 버려야 한다”며 패배의 아쉬움을 털어 버렸다. 멘탈게임인 야구와골프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나쁜 기억을 빨리 잊어 버려는 ‘숏 메모리(short memory)’다.

11안타 가운데 강하게 맞은 타구는 서너개에 불과했다. 4회 3실점 내용도 1사 1, 3루에서 좌익수 작 피더슨의 정확하고 빠른 송구로 3루 주자를 여유있게 아웃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포수 그랜달이 놓쳐 추가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류현진은 “그 상황 이후 추가 실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5회 역시 1사 2, 3루에서 메츠 선두타자 아메드 로사리오의 빗맞은 타구를 다저스 우익수 알렉스 버두고가 잡으려다가 멈춘 것이 적시타가 돼 추가점을 내주는 계기가 됐다. 버두고는 트리플A에서 승격됐다.

그러나 류현진은 동료들의 수비에 대해 “야구를 하다보면 그럴 수 있다. 내가 그쪽으로 타구를 보내지 않았으면 그런 수비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숙한 자세를 보였다. “메츠 타자들이 콘택트 위주의 타격을 했다. 그러다 보면 타구를 처리하면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13년 이후 처음 3경기연속 4일 휴식 후 등판한 것에 대해서 “피로함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초반에 컨디션이 무척 좋았다”며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고 말했다. 볼넷 허용이 줄어들면서 투구수에 비해 이닝이 적은 점은 “선발투수라면 등판할 때 투구수 100개를 목표로 한다. 경기 진행을 봐야 하는데 흐름에 따라 바뀌고 있다”고 했다. 류현진은 메츠전 6이닝 88, 애리조나전 7이닝 86, 샌디에이고 5.2이닝 86개 투구로 복귀 후 한 번도 100개 이상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전날 7회 6안타를 몰아쳐 대거 6점을 뽑았던 다저스는 중심타선의 매니 마차도에게 휴식을 주면서 메츠 마운드를 압박하지 못했다. 먼시의 2점포와 코디 벨린저의 시즌 22호 솔로포 등 3안타 3득점에 그치며 3-7로 패해 안방에서 약체 메츠에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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