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매치업’을 내세워 류현진의 등판 일정을 조정했다. 원 일정대로라면 29일(한국 시간) 원정 경기로 펼쳐지는 추신수의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인터리그에 등판했을 것이다.

그러나 로버츠 감독은 27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3연전 피날레전에 류현진을 세우고 이날 예정이었던 알렉스 우드의 등판을 30일로 미뤘다. 류현진은 지난 22일 시즌 첫 패배를 맛 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4이닝 동안 투구수가 72개에 불과해 피칭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 후 일정 조정이 차질을 빚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지난 등판 후 다음 날 일정 조정을 들었고 이에 맞춰서 준비했다”고 밝혔다.

사실 류현진 입장에서는 추신수와의 인터리그 대결을 피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평소 선배 추신수와 메이저리그에서의 대결은 부담이 된다고 했다. 류현진은 “팬들은 아쉽겠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안 만나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로버츠 감독의 류현진 매치업은 홈경기 통산 전적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홈에서 2승1패 방어율 1.17이고 원정은 1승에 방어율 3.78이다. 역대 샌디에이고전은 6승1패 방어율 2.68이 됐다. 6승은 MLB에 입문 이후 특정팀 상대 최다승이다. 투구이닝도 53.2이닝으로 최다 등판(14경기 75.2이닝)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다음이다. 샌디에이고는 내셔널리그 최약체(50승83패)로 특히 좌완에게 13승30패로 철저히 약점을 보이고 있다. 이날도 샌디에이고는 선제 2점을 뽑았지만 류현진 공략에 실패해 3-7로 패해 좌완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5.2이닝 동안 11안타와 볼넷 1개를 내줬고 삼진 8개를 솎아내며 2실점으로 막아 시즌 4승째(1패)를 거뒀고 방어율 2.38을 유지했다. 투구수 86개에 스트라이크는 64개로 스트라이크 비율이 무려 74.4%에 달하는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올시즌 가장 많은 11개의 안타를 내줬지만 “제구가 잘돼 너무 성급하게 승부한 것이 원인”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스리볼에 몰린 상황이 딱 두 차례였을 정도로 스트라이크존을 잘 공략했다. 2013년 8월3일 시카고 컵스전 11안타 이후 5년 만의 최다 안타 허용이다. MLB에 데뷔해 한 경기 두자릿수 안타 허용은 모두 7차례다. 로버츠 감독은 “기록지를 보면 안타를 많이 허용했지만 약하게 맞은 안타들이었다. 전반적으로 커터의 제구가 좋았고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훌륭한 투구를 했다”고 만족해 했다.

1회부터 매이닝 안타를 내주며 휘청거렸지만 2회 선두타자 프란밀 레이에스의 홈런과 3회 윌 마이어스의 3루타에 이은 헌터 렌프로의 적시타를 제외하고 상처는 적었다. 최대 위기 상황은 5회 초 2사 만루였다. 그러나 6번 오스틴 헤지스를 중견수 플라이로 낚아 추가 실점을 막았다. 류현진은 “볼카운트 2-0에서 약간 실투였는데 다행히 플라이로 처리됐다”고 했다.

다저스는 0-2로 뒤진 5회 2사 후 2014년 7월3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 이후 처음 멀티히트를 친 류현진이 공격의 물꼬를 텄다. 경기 후 다저스 출입기자들의 질문은 류현진의 타격에 집중됐다. 류현진도 자신의 안타로 공격 기회가 이어지면서 전세를 뒤집은 것에 무척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은 아주 좋은 타자다. 상황을 알고 타격을 한다. 결정적인 안타였다”며 5회 타격을 높이 평가했다.

2사 1루서 타순이 3차례 돈 다저스 상위 타자들은 샌디에이고 좌완 선발 로비 얼린을 물고 늘어졌다. 브라이언 도저의 볼넷으로 얻은 1, 2루에서 이날의 수훈갑 저스틴 터너가 2타점 동점타를 터뜨렸다. 터너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 5타점 타이 기록을 세웠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이적한 3번 매니 마차도는 시즌 31호 역전 투런포로 단숨에 전세를 뒤집으며 류현진에게 승리를 안겼다. 다저스는 7-3으로 이겨 7월27~29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 이후 처음 3연승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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