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상승세의 팀에게는 짜임새와 힘이 있게 마련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전반기 2경기를 남겨 두고 마이크 매서니 감독을 해고했다. 명문 세인트루이스가 시즌 도중에 감독을 해고한 경우는 1995년 조 토리 이후 23년 만이다. 토리는 이후 뉴욕 양키스 감독을 맡은 뒤 명장 대열에 올랐다.

세인트루이스는 매서니 해고 후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보통 성적부진으로 시즌 도중 대행 체제로 지휘봉을 잡는 경우 성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KBO리그 NC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3루코치에서 감독 대행으로 승격된 마이크 실트는 선수들을 추스려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대행 후 23승11패로 포스트시즌 탈락이 거의 확실해 보였던 팀이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선두 경쟁을 벌이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22일(한국 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부상 복귀 후 두 번째 등판한 류현진은 세인트루이스 타자들의 집요함과 집중력에 덜미를 잡혀 시즌 첫 패배를 맛봤다. 세인트루이스는 홈런 2개를 터뜨려 5-2로 다저스를 눌렀다. 1-0으로 앞서던 류현진은 3회 초 무너졌다. 선두타자 해리슨 베이더가 7구째 실랑이 끝에 우전안타를 때렸다. 7번타자이면서 톱타자같은 끈질김으로 세인트루이스의 첫 안타를 뽑았다. 이어 타선의 유일한 좌타자 콜텐 웡은 2루 병살타성 타구를 날렸으나 빠른 발로 1루에서 세이프됐다. 1사 1루서 루키 선발투수 대니얼 폰세델리온은 포수 앞 보내기번트로 2사 2루를 만들었다. 전날 1회 대형 선두타자 홈런을 날린 호세 마르티네스는 류현진의 초구 커브를 중전안타로 연결해 1-1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전날 휴식을 취하고 원기를 회복한 포수 2번 야디에르 몰리나가 볼카운트 2-1에서 류현진의 높은 직구를 통타해 우중월 2점홈런(16호)을 날려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4회말 공격 때 교체된 류현진으로서는 아쉬움의 3회였다. 마르티네스와 몰리나에게 던진 공이 모두 높았다. 나란히 홈런 15개씩을 때리고 있는 강타자들에게 높은 공은 금물이다. 류현진의 실투였고 세인트루이스의 두 타자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는 14경기연속 홈런포를 날리고 있다. 다저스 전담라디오 KLAC의 해설자 릭 먼데이는 “파워히터들에게 높은(Hanging) 커브를 던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류현진도 “늘 얘기하지만 제구가 조금만 높으면 좋은 타구와 홈런이 나온다”고 실투를 인정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역시 “낮게 던져야 했는데 높았다”며 몰리나의 홈런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로버츠 감독은 1-3으로 뒤진 4회 말 1사 2, 3루서 류현진 타석이 돌아오자 전세를 만회하기 대타 브라이언 도져를 투입했다. 류현진은 4이닝 4안타(1홈런) 1볼넷(고의4구) 4삼진 3실점으로 물러났다. 투구수 72개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46개였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경기보다는 볼이 예리하지 않았다.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도져와 교체했다. 야시엘 푸이그가 적시타를 때렸다면 한 이닝을 더 던졌을 것”이라며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류현진은 “3회에 선두타자도 출루시켰고 제구도 안되면서 실점을 했다. 적시타 후 홈런을 허용한 게 좋지 않았다”면서 교체에 대해서는 “선발투수라면 더 던지고 싶지만 그 상황이 중요했고 내가 결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저스가 뽑은 2점은 2회 만루에서 야시엘 푸이그의 몸에 맞는 볼과 매니 마차도의 시즌 29호 홈런이었다. 다저스는 2회 푸이그의 밀어내기 사구에 이어 계속된 1사 만루 상황에서 추가점을 얻지 못했고 4회에도 무사 2, 3루의 황금같은 득점 기회를 놓쳐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이는 세인트루이스에 연패를 당했다. 다저스는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8타수 1안타로 무기력했다. 선두 애리조나의 승리로 3위 다저스와의 게임 차는 3.5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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