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8월 중순이 되면 펜실베이니아 주 북동부의 소도시 윌리엄스포트에서는 축제가 벌어진다. 해마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리틀리그가 탄생한 곳이고 리틀리그 본부가 사우스 윌리엄스포트에 있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는 올해로 72년째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한다. 칼리지 월드시리즈는 네브라스카 주 오마하에서 6월에 벌어진다. 일본의 고교야구 고시엔 대회가 오카사에서 열리듯 늘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모든 야구 선수는 리틀리그를 거친다. 고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프로 선수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리틀리그 출신이라고 모두가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수상한 LA 다저스 코디 벨린저는 2007년 애리조나 북부 리틀리그 대표로 윌리엄스포트 무대를 밟은 적이 있다. 2015년 올스타게임 홈런왕에 오른 3루수 토드 프레이저(뉴욕 메츠)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출신이다. 홈런왕에 올랐을 당시 ESPN 방송은 프레이저의 리틀리그 때의 타격폼과 비교했는데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은퇴한 개리 셰필드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출신으로 이름을 날렸다. 1980년 결승전에서 대만에게 3-4로 패해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꿈은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17년 후 메이저리그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었다.

미국의 야구 선수로서 최대 성취는 리틀리그, 칼리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는 것이다. 유망주들은 고교 때 곧바로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은 터라 3개 무대에 모두 서는 일은 문화재급이다. 미국에 딱 2명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캡틴을 역임했던 포수 제이슨 배리텍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투수 에드 보스버그다. 모두 은퇴했다. 배리텍은 애틀랜타에 있는 조지아 공대를 나왔고, 보스버그는 애리조나 대학 출신이다. 둘은 셰필드처럼 MLB 월드시리즈에서는 우승을 맛봤으나 리틀리그에서는 쓴 잔을 들이켰다. 1984년 배리텍의 플로리다 대표는 한국에, 보스버그는 1973년 대만에 졌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대만이 리틀리그챔피언십을 거의 흽쓸었다. 그러나 나이를 속인게 들통난 뒤 대만의 리틀리그는 침체됐다. 1996년이 마지막 우승이다.

한국은 20일(한국 시간) 멕시코를 5-1로 꺾었다. 23일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한 판승부를 벌인다. 한국은 지난해 일본에게 1-4로 패해 패자부활전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으나 멕시코에게 1-0으로 무릎을 꿇어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한국은 23일 일본을 꺾으면 인터내셔널 챔피언십에 선착한다. 패할 경우 패자부활전을 통과해야 한다. 패자 부활전에서 이겨야 인터내셔널 챔피언십에 오른다. 한국과 디펜딩 챔피언 일본은 상황이 똑같다. 일본은 2010년 이후 5차례 우승한 리틀리그 최강국이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는 미국 우승 팀과 인터내셔널 우승 팀이 맞붙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국의 지역을 대표한 8개 팀, 인터내셔널은 아시아- 태평양과 중동, 호주, 캐나다, 캐리비언, 유럽과 아프리카, 일본, 라틴 아메리카, 멕시코 등 8개 팀이다. 지역과 팀이 많은 호주, 일본, 캐나다, 멕시코는 자동 진출이다. 팀만 다를 뿐이다.

한국은 아시아 지역 팀이 재편되면서 윌리엄스포트로 향하는 길이 쉬워졌다. 2007년 일본, 2013년 호주가 아시아 지역에서 벗어나 자동 진출권을 확보하면서부터다. 저변이 넓은 일본과 아시아 지역 예선을 거치면 월드시리즈 무대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은 2014년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뒤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2015년에는 대만에 패해 윌리엄스포트 행이 좌절됐지만 이후 3년 연속 아시아-태평양과 중동을 대표하고 있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는 ABC와 ESPN 방송이 전 경기를 미국 전역 뿐만 아니라 세계로 중계한다. 미국에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의 비중은 매우 크다. 좋은 결과를 얻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즐기는 게임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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