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LA 다저스 류현진은 지난 3일(한국 시간) 3개월 만에 실전피칭을 했다. 5월3일 애리조나전에서 2회 사타구니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뒤 처음이었다. 다저스 산하 싱글A 랜초 쿠가몽가에서의 재활 피칭은 본인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도 만족스러워 했다.

4이닝 실전투구 후에는 투구수 60개를 맞추기 위해 불펜피칭을 추가했다. 3루측 불펜에는 메이저리거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로 웅성거렸다. 이 모습을 류현진의 부인 배지현 씨와 친구들도 흐믓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류현진은 한 때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지 않는 선수로 낙인찍힌 적이 있다. 실전피칭과 팬들에 대한 배려 등 모두 만점이었다. 메이저리그 재활 경기는 선수의 빅리그 복귀 대비 측면이 강하지만 마이너리그 구단의 입장 수입, 상품 판매 등 재정적으로도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다. 소도시 팬들은 메이저리거를 직접 보는 게 쉽지 않다. 2009년 다저스 외야수 매니 라미레스가 트리플A 앨버커키에서 재활 경기를 벌일 때는 뉴멕시코 주지사까지 구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구속이나 경기 내용 등에서 모두 만족한다. 다음 일정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일이라도 빅리그에 복귀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구단의 속사정은 류현진과는 궤를 달리 한다. 급할 게 없다. 지금으로서는 당장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6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경기 전 미디어와의 브리핑에서 류현진의 재활 피칭을 두 차례 더 예고했다. 복귀가 급한 류현진의 생각과는 전혀 딴판인 구단 의도를 드러냈다. 로버츠는 “류현진은 화요일 또는 수요일(현지 시간) 털사에서 다음 재활 피칭에 나설 것이다. 5이닝 동안 75개의 투구를 예정하고 있다. 이후 스케줄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5~6일 후에 6이닝 90개 투구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앞으로의 일정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빅리그 복귀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로버츠 감독이 밝힌대로라면 스프링캠프를 거쳐 개막전에 등판하는 과정과 흡사한 패턴이다. 류현진은 지금 시범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로버츠 감독은 재활 피칭 이튿날인 지난 4일 다음 등판이 오클라호마시티(OKC)라고 예고했다. OKC는 다저스 트리플A 소속이고 털사는 더블A다. 따라서 류현진은 8일 또는 9일 휴스턴 애스트로스 팜팀 코르푸스 크리시티 훅스와 상대한다. 코르푸스 크리스티는 텍사스 휴스턴에서 차량으로 3시간30분 가량 이동해야 한다.

빅리거가 된 선수는 재활 경기를 원치 않는다. 한 경기 정도 치르고 빅리그로 복귀하길를 바란다. 2년 만에 랜코 쿠가몽가에 돌아온 류현진은 “선수 입장에서 여기 오는 걸 원하겠나. 짧은 게 좋다”며 웃었다. 마이너리그는 이동이나 시설에서 메이저리그와 현격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재활 경기는 노사단체협약에 따라 30일을 경과해서는 안된다. 선수의 권익 보호 차원이다. 국내에서는 구단과 감독에게 찍힐 경우 마음대로 2군행을 결정한다.

로버츠 감독의 말을 종합해보면 15일 이후에나 빅리그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은 매우 양호하다. 상대를 압도하는 투수는 없지만 선발 전원이 3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다. 부상으로 인한 공백이 생겨야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게 류현진의 처지다. 메이저리그도 가끔 한 차례 정도 6인 로테이션을 운영한다.

다저스는 5일 허벅지 안쪽 부상을 입은 알렉스 우드(7승6패, 방어율 3.58)를 10일자 부상자명단(Disabled List)에 올렸다. 같은 날 발가락 부상으로 DL에 등재된 로스 스트리플링(8승3패, 방어율 2.68)이 시뮬레이션 피칭을 했다. 우드의 로테이션인 콜로라도전에 스트리플링이 나설 예정이다. 류현진은 그동안의 투구패턴을 고려하면 전형적인 선발 체질이다. 로버츠 감독은 “9월이 되면 5인 로테이션을 돌린다”며 플레이오프 대비를 공언했다. 류현진의 빅리그 진입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스프링캠프에서의 경쟁보다 지금이 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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