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LA 다저스는 후반기를 앞두고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유격수 매니 마차도(26)와 쿠바 태생의 외야수 유스니엘 디아즈를 포함한 1대5 트레이드를 했다. 4차례 ML 올스타로 뽑힌 마차도는 공격과 수비에서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탁월한 내야수다. 다저스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시즌 아웃된 코리 시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3루수도 겸할 수 있는 마차도는 파워와 클러치 능력에서 시거보다 앞선다.

그러나 마차도는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된다. 2억 달러(약 2271억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다저스와의 계약 가능성은 희박하다. 후반기와 플레이오프에 3개월 반 정도 활용하는 일종의 ‘임대 선수’로 봐야 한다. 지난해 트레이드 마감시한 날인 7월31일(현지 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영입한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와 똑같은 케이스다. 다저스는 외야수 윌리 캘훈을 포함 유망주 3명을 텍사스에 줬다.

‘임대 선수’ 다르빗슈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정규시즌 9경기에 선발등판해 4승3패 방어율 3.44를 기록했다.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선발승을 올리며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수훈을 세웠다. 다저스는 29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정작 가장 중요한 무대인 월드시리즈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무참하게 무너졌다. 2경기 선발에 단 3.1이닝을 던져 2패 방어율 21.60으로 다저스 팬들의 희망에 보답하지 못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이적으로 당해 연도에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진출만으로도 트레이드 자체는 성공이다. 미국 메이저 스포츠의 플레이오프는 ‘머니 게임’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에이스였던 우완 커트 실링의 경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트레이드된 2000년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실패했다. 그러나 이듬해 2001년 22승으로 최다승을 거두고 좌완 랜디 존슨과 원투펀치를 이루며 팀에 유일한 월드시리즈를 안겼다. 실링과 존슨은 월드시리즈 공동 MVP를 받았다.

‘임대 선수’로 대박을 터뜨린 대표적인 선수는 유격수 마르코 스쿠타로다. 2012년 7월27일 콜로라도 로키스는 현금과 함께 스쿠타로를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주고 유틸리티맨 찰리 컬버슨(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을 받는 트레이드를 했다. 시즌 후 FA가 되는 스쿠타로는 전력에 변수가 될 급은 아니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타율 0.150으로 부진했던 스쿠타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5할(28타수 14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MVP를 수상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스쿠타로의 활약에 힘입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꺾고 2000년 대 이후 두 번째 정상을 밟았다. 37세의 스쿠타로는 시즌 후 샌프란시스코와 FA 계약을 맺은 뒤 3년을 더 뛰었다.

다저스의 ‘2018년판 임대 선수’ 마차도는 팬들의 숙원을 풀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마차도의 영입으로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거의 의심치 않는 분위기다. 플레이오프에서 다저스와 경쟁할 팀으로 중부지구 선두 시카고 컵스 정도를 꼽고 있다. 다저스는 단순 포스트시즌 진출로는 트레이드 영입에 만족할 수 없다. 1988년 이후 꿈을 이루지 못한 월드시리즈 정상 탈환이 목표다. 타이밍도 30주년을 기념하는 적기다. 마차도가 우승의 주역이 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설령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고 해도 아메리칸리그 상대가 만만치 않다. 디펜딩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동부지구 선두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양키스 3팀 가운데 한 팀이 될 게 뻔하다. 다저스의 선발진과 불펜이 강력한 공격력을 갖추고 있는 이들 팀들을 막아낼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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