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해외파 가운데 ‘한 여름 밤의 클래식’으로 통하는 올스타게임에 출전한 선수는 2명이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2001년)와 잠수함 투수 김병현(2002년)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는 올스타게임과 관련해 진기록을 갖고 있다. MLB 사상 총 연봉 1억 달러(약 1077억원) 이상의 프리에이전트 계약자 가운데 올스타게임에 출전하지 못한 유일한 선수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추신수는 2013년 12월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 계약을 맺기 전 호타준족의 첫 번째 단계 20-20클럽에 3차례 가입했다. 높은 출루율과 기록으로 검증이 돼 있던 터라 텍사스가 거액을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록에도 불구하고 올스타게임과는 한 차례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스타게임은 팬투표에 절대 영향을 주는 개인 기록이 우선이지만 팀 성적도 상당히 고려된다. 지난해 LA 다저스는 5월30일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로 처음 올라선 뒤 6월21일부터 선두를 굳혔다. 다저스는 야수 3명, 투수 3명 등 무려 6명이 올스타게임에 선발됐다. 그러나 팬투표에 의한 선발은 한 명도 없었다. 개인 기록 선두도 없었다.

올스타게임은 전반기 기록이 중요하다. 추신수는 통상적으로 후반기에 강했다. 통산 전반기 타율 0.265, 후반기 0.294다. 게임수가 많은 전반기에 팬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인 2010시즌 올스타에 선발될 기회를 잡은 적이 있다. 하지만 오클랜드 에이스전에서 수비 도중 오른 손 부상을 입어 좌절됐다. 당시 추신수는 7월2일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타율 0.286에 출루율 0.390, OPS(출루율+장타율) 0.865, 홈런 13개, 43타점, 47득점, 도루 13개 등으로 올스타게임에 선발되기에 손색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2010년 클리블랜드의 팀 성적은 형편없었다. 결국 우완 파우스트 카모나(출생 신고를 조작한 게 발각돼 원 이름 로베르토 에르난데스를 사용한다)가 클리블랜드를 대표해 에인절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올스타게임에 출전했다. MLB는 각 팀에서 최소한 1명은 올스타게임에 출전하도록 명시돼 있다.

추신수처럼 올스타게임과 인연을 맺지 못한 MVP 출신도 있다. 1988년 30년 전 LA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커크 깁슨이다. 깁슨은 1984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1988년 LA 다저스를 우승에 올려 놓은 클러치 히터다. 1988년에는 내셔널리그 MVP도 수상했다. 그러나 MLB 17년 동안 단 한 번도 올스타게임에 발탁되지 못했다. 심지어 MVP를 받은 1988년에도 뽑히지 못했다. 전반기 성적이 부진해서다.

2018년 추신수는 지난해와 견줘 큰 차이없이 활약하고 있지만 팀 성적이 훨씬 저조하다. 지난 시즌에는 65경기에서 32승33패로 경쟁할 위치에 있었지만 올해는 27승41패로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6월이 지나면 시즌을 사실상 포기하는 ‘셀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추신수는 11일(한국 시간) 라이벌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7-8로 패한 경기서 2타점을 추가해 타율 0.267, 출루율 0.375, 장타율 0.450, OPS 0.829, 11홈런. 29 타점, 39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65경기를 치렀을 때는 타율 0.256, 출루율 0.380, 장타율 0.427, OPS 0.807, 12홈런, 41타점, 42득점이었다. 올해는 일정이 빨라 홈런 페이스를 끌어 올릴 경우 올스타게임 발탁을 결정하는 선수, 감독 투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도 있다. 지명타자에는 내로라하는 타자들이 즐비한데다가 추신수를 전구구 스타로 보기는 어렵다.

2018년 올스타게임은 워싱턴 내셔널스 홈에서 7월18일 벌어진다. 온라인 팬투표는 시작됐다. 하루에 5차례씩 투표할 수 있다. 7월5일 동부시간 오후 11시59분까지 투표 마감이다. 대한민국 선수로는 역대 최다 연봉을 기록한 추신수가 올스타 무대에서 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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